재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후폭풍 덮치나…엘리엇 후속 움직임 심상치 않아
기사입력| 2015-07-20 13:38:33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지난 1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통과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획기적인 한 획을 그었지만, 무리한 합병 추진으로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일 재계 등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합병안 통과 이후 새로운 지배구조의 최정점이자 사실상 지주회사인 통합법인 삼성물산을 바탕으로 신성장동력을 확보, 글로벌 기업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통과된 이후가 더욱 중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직 마무리가 된 게 아니라는 게 이유다.
무엇보다도 이번에 합병에 제동을 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엘리엇은 지난 17일 합병안 통과 직후 "수많은 독립 주주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합병안이 승인된 것으로 보여 실망스럽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합병을 막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얘기다. 자칫 후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앞서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총 전날인 지난 16일 삼성SDI, 삼성화재에 서한을 보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에 찬성하면 소송을 걸겠다는 내용의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엘리엇은 최근 삼성SDI, 삼성화재 지분을 각각 1% 가량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법상 보유 지분이 1% 이상인 주주는 회계장부열람권과 주주대표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
엘리엇은 삼성 계열사 뿐 아니라 국민연금에도 비슷한 내용의 경고 서한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 같은 움직임은 엘리엇이 삼성SDI, 삼성화재 지분을 매입했을 때부터 이미 예상됐던 것"이라며 "주총에서 패한 엘리엇이 후속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통과됐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는 엘리엇의 후속 조치를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주주 이익을 침해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삼성을 압박하며 주총 무효 소송 제기하는 것과 엘리엇이 지분을 보유한 다른 삼성 계열사와 국민연금에 대한 소송 등이다.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주총 무효 소송을 제기할 경우 중복 위임장 효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위임 적절성, KCC로 넘어간 자사주의 의결권 행사 위법성을 문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주총 전부터 엘리엇이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했던 문제들로 내부적인 법률 검토는 어느 정도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과 삼성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한 소송 진행가능성도 높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과정에서 민간 자문기구인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결위)로 넘기지 않은 것에 문제를 삼을 수 있다. 또 삼성SDI와 삼성화재의 주식 지분율을 1% 이상 보유하고 있는 만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에 반대 의사를 밝히 않은 것을 배임행위로 간주, 법적 논리를 펼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엘리엇이 순순히 물러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삼성을 압박, 투자회사답게 최대한 많은 이익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만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