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면세점 경쟁 대기업, 기부금 급증에 '꼼수' 논란
기사입력| 2015-07-02 09:19:17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더욱이 증권사들의 예측 보고서에 따라 입찰 기업들의 주가는 현재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오는 10일 사업자가 선정되는 서울 대기업 시내면세점 2곳을 차지하기 위해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 롯데면세점(롯데그룹), 신세계DF(신세계그룹), SK네트웍스(SK그룹), 이랜드면세점(이랜드그룹), 현대DF(현대백화점그룹),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한화그룹) 등 7개 대기업이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7개 기업 가운데 4곳이 올 1분기 기부금 액수를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대폭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꼼수'논란이 일고 있다.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기부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만, 면세점 선정을 앞두고 갑자기 그 액수를 올린 모양새는 씁쓸하다"고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관련 업체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관세청의 심사기준에 올 1분기는 빠지는 것으로 안다고 항변했다.
▶갑자기 늘어난 기부액, 속내는?
관세청의 서울시내 면세점 심사 평가 기준을 보면 ▲관리역량(250점) ▲지속가능성 및 재무건전성 등 경영능력(30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150점) ▲기업이익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150점) 등 총 1000점 만점이다.
이 가운데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다른 항목은 신청한 대기업들이 막강한 자금력과 재무구조, 인력, 인프라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결국 선정과 탈락의 점수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1점이라도 아쉬운 기업들은 앞 다퉈 기부액을 늘리는 동시에 파격적인 사회 환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7개 법인의 올 1분기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중은 0.93%로 작년 같은 기간(0.31%)의 3배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SK네트웍스의 올 1분기 기부액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7배 가량 늘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올 1분기 순이익 22억원에 기부금은 10억19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각각 205억원에 8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순이익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기부금은 무려 1만2637%나 급증한 금액이다. 또한 최근 3년간 1분기 평균 기부금보다도 45.2%(3억1700억원)나 증가한 금액이다.
이에 대해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올 1분기 기부금이 대폭 늘었지만 이는 면세점 입찰과는 무관하다"며 "올 실적은 심사기준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관세청이 밝힌 공고에 따르면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항목의 경우 최근 5년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명시돼 있다. SK네트웍스는 2010년에 기부금으로 영업이익의 4%(96억원), 2011년 3.8%(131억원), 2012년 0.1%(1억8500만원), 2013년 1.0%(23억6100만원), 2014년 2.1%(43억2700만원)를 각각 집행했다고 공시했다.
호텔신라와 손잡은 현대산업개발의 올 1분기 기부금도 작년에 비해 무려 50배 이상 늘었다. 현대산업개발은 올 1분기 5억2500만원을 기부했다. 작년 1분기 900만원과 비교하면 5733%(5억1600만원) 증가한 셈이다. 호텔롯데는 7100만원에서 3억8200만원으로 438% 증가율을, 현대백화점은 2억여원에서 9억6000여만원으로 374%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신세계와 한화갤러리아는 각각 19%, 9.1% 늘었다. 특히 이랜드리테일의 1분기 기부금은 전년 동기보다 20.8%(500만원) 줄었다. 호텔신라는 기부금을 공개하지 않았다.
▶공정위 독과점 조사 영향 미칠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신규 면세점 운영권을 신청한 기업들의 독과점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에 돌입했다. 이는 관세청의 신규 면세점 추진과 관련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독과점 논란이 확산되자, 공정위가 결국 칼을 빼든 것.
공정위는 조사결과를 관세청에 제출할 예정이어서 면세점 심사에 반영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현재 신규 면세점 서울 3곳(대기업 2곳·중소기업 1곳), 제주 1곳(중소기업 1곳) 등 총 4곳의 운영권을 신청한 24개 기업들의 시장점유율 파악에 나섰다.
이 가운데 서울시내 대기업 면세점 특허를 놓고 경쟁하는 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을 비롯해 롯데면세점, 신세계DF, SK네트웍스, 이랜드면세점, 현대DF,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등 7곳이 주요 조사 대상이다. 특히 면세점 업계 1·2위인 롯데와 호텔신라의 독과점 여부에 대한 공정위의 판단이 주목되고 있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지난달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14년 롯데와 호텔신라의 시장점유율은 총 81.30%(롯데 50.76%+호텔신라 30.54%)로,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한다"며 "이들 업체에 면세점을 추가로 허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도 "현재로도 시장점유율이 80%가 넘는 재벌기업에게 신규특허를 내주는 것은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이번 조사가 사업자 선정에 크게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무 기관인 관세청이 입찰 공고를 내고 심사기준까지 공개, 입찰까지 마친 상태에서 공정위가 독과점 조사에 나선 것은 논란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법적으로 독과점 업체의 신규특허를 막을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점도 뒷받침하고 있다. 관세청의 입찰 공고에 과점 업체 관련 입찰 자격 제한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를 반영하듯 "시장점유율을 파악하는 실태 점검일 뿐 제재를 위한 조사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관세청 또한 신규 사업자 선정 절차는 예정된 계획대로 진행된다는 입장이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