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SK C&C와 SK 합병, 국민연금 반대로 불공정 논란 거세져
기사입력| 2015-06-25 10:50:53
SK그룹의 정보기술(IT) 계열사 SK C&C와 지주회사 격인 SK㈜의 합병결정에 대해 불공정 논란이 일고 있다.
합병비율이 SK에 불공정하게 산정되었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이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SK의 2대 주주(7.19%)인 국민연금이 오는 26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기금이 24일 SK C&C와 SK의 합병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합병의 취지와 목적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합병비율, 자사주소각시점 등을 고려할 때 SK의 주주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반대 의사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임시 주주총회에서 참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수의 승인을 얻지 못할 경우 두 회사의 합병은 무산된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20일 SK C&C와 SK는 각각 이사회를 개최해 두 회사 간 합병을 결정했다. SK C&C와 SK의 합병비율은 1대0.73. SK C&C가 신주를 발행한 뒤 SK 주식과 교환해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다.
▶SK C&C 주당 순자산 6만1000원, SK의 주당 순자산 28만6000원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SK C&C와 SK의 합병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고 주장한다.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1:0.35)이 불공정하다는 판단 아래 삼성물산을 상대로 합병철회를 위한 소송 등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국내 상장기업 간 합병 시엔 자본시장법에 따라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하도록 돼 있다. 지난 2009년 제정된 자본시장법은 이 법에 흡수 통합된 증권거래법의 관련 조항을 그대로 도입했다. 그리고 국내에선 2001년 증권거래법 제정 이후 상장기업 간 합병 시 이사회의 합병결정 시점의 주가를 합병비율의 잣대로 삼아왔다,
SK C&C와 SK의 합병비율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처럼 주가를 기준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 등지에선 순자산을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하고 있다.
SK C&C와 SK의 순자산을 비교할 경우 현재의 합병비율과 정반대의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SK C&C의 주당 순자산가치는 6만1000원인데 비해 SK의 주당 순자산가치는 SK C&C의 4배가 넘는 28만6000원에 달한다. 경제개혁연대가 두 회사의 합병에 SK그룹의 '보이지 않는 역할'이 있었을 것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SK C&C의 최대주주는 최태원 회장으로 32.9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간의 지분은 43.45%. 이에 비해 SK에서 최태원 회장의 지분은 0.02%에 불과하다. SK의 최대주주는 SK C&C로 31.82%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같은 지분 구조 상황에서 SK그룹이 최태원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SK C&C의 합병비율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SK C&C의 주가는 과대평가되고 SK의 주가는 과소평가되는 상황을 방치했거나 ▲총수일가에게 가장 유리한 시점을 포착해 합병결정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3년 전부터 1년 전까지의 주가는 SK가 SK C&C보다 지속적으로 높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3월 30일 주가 역전현상이 나타났고 이번 합병결정 전까지 SK C&C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 반면 SK 주가는 하락 내지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구체적으로 주가를 살펴보면 합병결정일 기준 1년 전인 2014년 4월19일 SK C&C의 주가는 14만4500원에서 1년 후 23만7500원으로 64% 상승했다. 반면 SK 주가는 1년 전 18만9500원에서 17만6000원으로 7.6% 하락했다,
▶최태원 회장을 위한 합병?
SK그룹 측은 합병을 발표하면서 "두 회사가 결합됨으로써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다양한 신규 유망 사업 등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용이해질 것"이라면서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 합병을 추진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우선 최태원 회장이 안정적으로 그룹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은 통합 법인의 지분 30.88%를 보유하게 되며 최 회장 일가가 행사할 수 있는 실질 의결권 비율은 36.6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상태. 현재의 그룹 지주회사 격인 SK에선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극히 취약했으나 이번 합병결정으로 최 회장이 실질적으로 그룹의 최고 실권자로 등극하게 된다는 것이다.
합병 후 존속법인이 지주회사인 SK가 아니라 SK C&C로 결정된 것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SK가 존속법인이 될 경우 최태원 회장은 SK C&C 주식을 SK에 양도하고 SK 주식을 새로 받게 돼 양도소득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피해가려고 SK C&C를 존속법인으로 결정했다는 것이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다.
일감몰아주기의 과세를 피해가기 위한 노림수도 포함돼 있다는 분석. SK C&C는 그룹 내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성장해 왔으며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46%대에 이른다. 공정거래법 상 영업이익이 있는 법인 중 매출의 30% 이상을 계열사에서 내고 대주주 일가의 보유지분이 3%를 넘었을 때 대주주는 매년 증여세를 납부해야 된다.
그런데 지주회사의 경우 그 자회사와 손자회사·증손회사 간의 거래에서 발생한 매출액에 대해 일감몰아주기 과세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SK C&C가 지주회사가 될 경우 최태원 회장은 일감몰아주기 과세의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게 된다.
SK의 일부 소액주주들도 "자산가치를 비교할 경우 SK의 합병비율은 불공정하지만 합법적이어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삼성물산에서와 같이 외국인 주주가 태클을 걸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SK의 외국인 지주는 23%선이다.
SK는 경제개혁연대의 문제제기에 대해 "합병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뤄졌으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차원에서 결정됐다"고 밝혔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