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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속에선 '페이 전쟁' 중
기사입력| 2015-06-18 16:30:25
요즘 OO페이란 말이 자주 들린다. 대표적인 카카오페이, 티몬페이, 케이페이 등이다. 금융과 기술이 결합된 핀테크(FinTech)가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자주 듣게 된 이름들이다. 스마트폰으로 한번 신용카드를 등록하고 다음부터는 몇 초만에 간편하게 결제하는 OO페이 시스템이 넓게 퍼지면서 페이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웹기반의 온라인 상거래에서 스마트폰의 모바일 상거래로 소비자 트렌드가 바뀌면서 스마트폰 간편결제 시스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온라인 시장의 공룡인 네이버까지 가세해 네이버페이를 런칭할 정도로 간편결제 시장은 돈이 되는 블루오션으로 통하고 있다. 기존 온라인 결제시장의 강자인 KG이니시스와 LG유플러스, 다날 등이 건재하지만 스마트폰 간편결제 시장의 선도사업자가 없는 상황이라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스마트폰 창 뒤에선 간편결제 시장을 놓고 보이지 않는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LG유플러스, 공격적으로 핀테크 시장 잡기 나서
소셜커머스 티몬은 지난 8일부터 1만원 결제 시 6000원을 할인해 주는 파격적인 프로모션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는 티몬 창사 이래 최대 할인행사였다. 단, 티몬의 6000원 할인 조건은 모바일 간편결제 시스템인 티몬페이를 통해 물건을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초 티몬은 17일까지 이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고객들이 몰리는 바람에 지난 10일 앞당겨 행사를 종료했다. 티몬 측이 예상하고 준비한 할인쿠폰 비용이 일찍 소진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이벤트를 중단해야 했다. 고객들의 일부 항의가 있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인기를 끌면서 티몬 측은 티몬페이 고객을 확실하게 확보했다. 그런데 이번 티몬페이 할인 이벤트의 실질적인 지원자는 티몬이 아니라 LG유플러스였다.
전자지불대행업체(PG)인 LG유플러스는 페이나우라는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페이나우의 주요 가맹점이 바로 티몬이고, 티몬이 선보인 티몬페이는 페이나우 솔루션을 적용한 결제시스템이다. 이런 관계를 바탕으로 LG유플러스는 티몬의 6000원 할인 금액을 전액 보존해주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지원했다. 결국 티몬의 이번 티몬페이 행사는 겉으로는 티몬 고객 유치였지만, 속으로는 LG유플러스의 페이나우 고객 확보를 위한 행사였던 셈이다.
LG유플러스는 이미 한 차례 소셜커머스업체 위메프와도 비슷한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 2일 위메프에서 LG유플러스의 페이나우를 통해 1만원 이상 결제 시 5000원을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엄청난 할인 행사에 고객들이 몰리면서 서버가 평소대비 30배 이상 폭주해 이벤트 첫날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결국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일시적으로 이벤트를 종료했다가 다시 오픈했다.
그러나 위메프는 기본적으로 케이페이를 기본으로 사용하는 곳이다. 케이페이는 KG이니시스가 선보인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로 LG유플러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사이다. 현재 위메프는 간편결제 서비스로 케이페이만 적용하고 있다. LG유플러스와는 앞서의 행사 한 번만 진행했다.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이번 소셜커머스를 통한 간편결제 시장에 쏟아 부은 비용만 해도 수십억원은 족히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간편결제 시장 확보를 위한 상당히 공격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는 중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자결제 시장 점유율 21.8%로 2위 사업자다. 1위는 KG이니시스로 23.7%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핀테크란 새로운 시장의 선두 사업자로 나서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모바일 간편결제가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는 소셜커머스시장을 잡기 위해 쿠팡과도 프로모션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의 공격적인 행보에 올해 시장 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시작은 카카오페이가… 시장은 모두가 노려
전자결제 시장 1위인 KG이니시스는 LG유플러스에 비해 조용하게 기존 사업자들과의 외연 확대를 진행 중이다. KG이니시스의 케이페이는 우선 국내의 모든 신용카드사와 제휴해 모든 신용카드로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최근엔 안전성 확보를 위해 삼성SDS의 파이도 생체인증 솔루션을 도입했다. 또한 케이페이는 위메프를 중심으로 고객 확보를 위해 노력중이다. LG유플러스의 공격적인 행보에 자극을 받은 케이페이 역시 위메프에서 10만원 이상 구매시 1만원 할인이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4월엔 인터파크와 협약을 맺고 인터파크 회원들이 케이페이로 결제할 수 있게 했다. 인터파크의 1900만 회원이 케이페이의 잠재적인 고객이라 인터파크가 모바일 간편결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점유율 11.6%로 3위 사업자인 한국사이버결제는 지난해 510만주, 지분 30.15%를 NHN엔터에 매각하면서 최대주주 자리도 함께 넘겼다. NHN엔터는 게임사업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한국사이버결제를 중심으로한 핀테크를 차기 성장동력으로 정하고 집중투자하고 있다. NHN엔터는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를 오는 7월 런칭할 예정이다. 현재 페이코는 10만여 온라인쇼핑몰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고도몰에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온라인서점 알라딘, 호텔엔조이, 무신사 등과도 협약을 맺었다. NHN엔터와 지분을 정리했지만, 여전히 관계가 깊은 네이버 역시 오는 25일 네이버페이를 선보인다. 네이버페이는 온라인 쇼핑을 중심으로 펼쳐질 예정으로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페이코와는 경쟁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핀테크 열풍을 일으킨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페이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장세로 주춤한 상태다. 출시 6개월 만에 400만 회원을 확보했지만, 초기 5000원 할인쿠폰으로 확보한 다수의 회원이 실제로 카카오페이를 많이 사용하지 않으면서 성장이 더뎌졌다. CGV, TOEIC위원회, 배달앱 요기요, 도미노피자, 케이블TV 티브로드 등을 가맹점으로 확보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올 하반기 선보일 '카카오오더', '타임쿠폰' 등도 카카오페이 확장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날의 바통과 KG모빌리언스의 엠틱은 휴대폰 소액결제 및 직불 결제할 수 있는 바코드 방식 간편결제 서비스다. 오프라인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다수의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는 게 장점이다. 바통과 엠틱은 씨유(CU), 세븐일레븐, 바이더웨이, 미니스톱 등의 편의점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다날은 최근 중국의 전자결제그룹 텐페이와 계약을 맺고, 중국 관광객을 위한 위챗 결제서비스를 국내에 제공해 중국관광객 잡기에 나서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모바일 결제시장은 뚜렷한 사업자가 없는 상태라 많은 업체들이 혼재한 상태"라며 "앞으로 삼성, 애플, 구글, 알리바바 등 세계적 기업들도 뛰어들 예정이라 더욱 치열한 생존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