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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건설, 윤리경영 제1가치로 강조했음에도 비리 난무

기사입력| 2015-06-11 09:07:59
포스코건설이 10년 넘게 총력을 기울여 추진해 온 윤리경영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윤리경영의 실천을 다짐해 온 이 회사 전·현직 임원들이 잇따라 거액의 뒷돈을 챙겨온 것이 적발되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지난 8일 하청업체에서 거액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포스코건설 전 상무 신모씨와 조모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조사 결과 신씨는 철도영업 담당 상무로 있던 2011년 동해남부선 부산∼울산 구간의 핵심 공사인 덕하차량기지 건설공사 수주를 대가로 S사에서 5억원을 받는 등 2010∼2011년 사이 하도급업체로부터 총 18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도로영업 담당 상무를 지낸 조씨는 비슷한 시기에 고속도로 토목공사 수주에 필요한 영업비 명목으로 하청업체에서 11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이에 따라 포스코건설 비리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임원은 모두 8명으로 늘어났다, 전직 임원이 5명(전무 2명, 상무 3명)이고 현직 임원이 3명(전무 1명, 상무 2명)이다. 현직 임원으로는 토목환경사업본부 소속의 최모 전무와 박모 상무, 이모 상무가 비리에 연루돼 지난달 구속됐다. 최 전무가 5억원, 이 상무가 4억원, 박 상무가 2억원의 뒷돈을 하청업체 등으로부터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당초 지난 3월 포스코건설의 베트남 현장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으나 수사과정에서 전·현직 임원들의 개인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양상이다. 이들 전·현직 임원들은 조직적으로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나 검찰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2014년 2월까지 포스코건설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던 정동화 전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100억원대의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윤리경영 제1가치로 강조했음에도 비리 난무

포스코건설은 지난 2003년 윤리규범을 제정한 이후 윤리경영을 사실상 회사의 제1가치로 여겨왔다. 강력한 윤리경영의 구현을 위해 비윤리행위 신고보상제도(2004년), 부서별 윤리실천 수준평가제도(2005년), 해외 부패방지법 가이드라인 설정(2011년) 등 부패방지를 위한 시책들을 잇달아 시행해 왔다,

정동화 전 부회장은 지난 2013년 7월 윤리규범 제정 10주년을 맞아 "회사의 이익과 윤리가 상충되는 경우에는 윤리를 택하겠다"며 임직원들에게 윤리경영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정 전 부회장은 그 즈음 임원회의 석상에서 "세계 최고의 일류기업이 되기 위해선 윤리경영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세계 유수의 톱클래스 회사들과 경쟁할 때 윤리경영은 최고의 경쟁력"이라고 임원들에게 재차 윤리경영을 독려하기도 했다. 이번에 구속된 전·현직 임원들은 모두 정동화 전 부회장 체제 때 임원에 오른 인사들이다.

정 전 부회장은 앞서 지난 2011년 8월의 임원회의 때에도 "포스코의 정체성은 바로 윤리다. 포스코그룹이 다른 대기업들보다도 더 강하게 윤리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주인 없는 회사는 윤리적으로 금방 무너질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포스코가 그룹차원에서 윤리경영에 방점을 두는 배경을 소개하기도 했다.

정동화 전 부회장에 이어 2014년 3월 포스코건설의 CEO에 선임된 현 황태현 사장도 취임사에서 "요즘과 같이 혼란스럽고 어려운 때일수록 윤리경영은 더욱 철저히 준수되어야 한다"면서 "저와 우리 임직원 모두가 함께 이루고자 하는 길을 걸어가는 과정에서 지름길을 가기 위한 어떠한 편법이나 타협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며 윤리경영 실천의지를 드러냈다. 황태현 사장은 포스코 출신으로 포스코건설 부사장(2004~2008년)과 포스코플랜택(2010~2013년) 사외이사를 거쳐 포스코건설 CEO에 올랐다. 포스코건설 부사장 재직 시절부터 윤리경영을 이끌어 온 주역 중 한 명이다.

지난 2003년 윤리헌장 제정 이후 포스코건설에서 윤리경영은 임원회의나 각종 회사 기념일의 단골메뉴였다. 하지만 그토록 윤리경영을 입에 달고 살다시피 했던 포스코건설의 고위 임원들이 뒤로는 '딴 살림'을 차리고 검은 거래를 한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윤리경영은 단지 '말'에 불과했음이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느슨한 윤리의식은 이번에 구속된 3명의 현직 임원들에 대한 포스코건설의 처리방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이들의 보직만 해임했을 뿐 고용관계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민간 기업에서 임직원이 개인비리로 구속되었을 경우 유무죄를 떠나 해임 조치되는 것과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다.

포스코건설 측은 이번 전·현직 임원들의 구속에 대해 "검찰수사가 현재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모기업인 포스코 총체적 책임

이번 포스코건설의 대규모 전·현직 임원 구속 사태에는 그룹의 모기업인 포스코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포스코는 그동안 계열사인 포스코건설에 대해 정기적으로 감사를 벌여왔다. 하지만 조직적인 개인 비리가 저질러져 왔음에도 이를 제대로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포스코건설이 지난해 7월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사실을 자체 적발하고도 내부 인사조치로 사건을 마무리 지은 데에도 그룹 고위 인사들의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포스코 역시 윤리경영을 주요 경영가치로 삼아 임직원 및 계열사 패밀리들에게 윤리경영의 실천을 독려해 왔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당시 "윤리경영과 정도경영은 포스코 경영철학의 뿌리"라며 "지속적인 진단과 감사로 원칙과 기준을 중요하게 여기는 조직문화를 만들자"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윤리경영을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포스코건설에서 임직원들의 대규모 비리가 발각되면서 철강업계의 '갑'인 포스코에선 과연 비리가 없었는지 강한 의구심을 낳고 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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