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
'메르스 공포'에 여행·화장품 울고, 마스크·온라인마켓 웃는다
기사입력| 2015-06-04 17:37:39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유통·관광·화장품 등 소비시장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메르스 감염으로 최근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감염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띠면서 소비자들이 빠르게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다. 우선 메르스 감염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직접 마트를 찾지 않고 집에서 주문하는 온라인·모바일 쇼핑의 매출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또한 마스크와 손세정제 등의 개인 위생용품 판매도 급신장했다. 그리고 바셀린은 메르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얼떨결에 최대 수혜 품목이 됐다. 반면 여행업계 등은 핵폭탄을 맞은 분위기다. 메르스로 소비재·유통업계가 울고 웃고 있는 것이다.
▶메르스로 웃는 마스크·바셀린·온라인마켓
메르스 영향으로 깜짝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바셀린은 매출이 2배 이상 뛰었다. 메르스 환자가 5명 확인된 지난 5월 28일부터 지난 3일까지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바셀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1%나 상승했다. 바셀린의 매출 급등은 메르스 감염 소식이 전해진 후 SNS를 통해 '인플루엔자(독감)나 바이러스를 피하는 가장 쉽고 싼 방법은 바셀린을 콧속에 바르는 것. 바이러스 등은 수용성이고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는데, 바셀린은 지용성이고 끈적거려 바이러스가 달라붙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글이 급속히 퍼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바셀린과 관련한 소문이 근거가 없고, 자칫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는 공식적인 발표가 있음에도 바셀린의 매출 급등을 꺾을 순 없었다.
메르스 환자 중 고연령대의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 사망하자,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제품들도 덩달아 인기를 끌었다. 면역력에 좋다고 알려진 홍삼 관련 제품들도 메르스 특수를 누리고 있다. 소셜커머스 위메프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지난 1일까지 홍삼 관련 제품의 매출이 231%나 급성장했다. 역시 면역력에 좋다는 토마토 매출은 85%나 신장했다.
봄철에 황사 특수를 주로 누렸던 마스크는 일부 지역에서 품귀현상이 생길 정도로 메르스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편의점에서 특히 매출이 늘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마스크 매출이 710.6%나 올랐다. 위메프에서는 마스크 매출이 415% 성장했다. G마켓(140%), 11번가(111%)에서도 마스크 판매량은 급증했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마스크는 최고 인기 상품이 됐다. 이 외에도 평소 세균 및 바이러스 감염을 줄일 수 있는 손세정제, 구강청결제 등 개인 위생용품들도 함께 매출이 급증했다.
메르스 확산 이후 온라인에서는 식품류의 장바구니 물품들의 매출이 고르게 상승했다. 소비자들이 사람들과 접촉할 수밖에 없는 대형마트나 시장 등을 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2일까지 국수 판매량은 54%, 라면 판매량은 39% 늘었다. 통조림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80%나 증가했다. 옥션의 경우도 비슷했다. 지난달 20일부터 1일까지 전주보다 참치캔은 60%, 돼지고기는 97%, 쇠고기는 79%, 닭고기는 22% 씩 판매량이 증가했다.
외출을 자제하려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외식 대신 집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의 매출도 올랐다. 옥션에 따르면 전주 대비 패스트푸드 매출은 100%, 도시락 매출은 50%나 늘어났다. 세븐일레븐 역시 도시락, 가정간편식 매출이 각각 95.4%, 84.6% 급증했다. 편의점 CU 역시 최근 일주일(5월 26일∼6월 1일)간 도시락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4% 늘었다.
메르스의 영향 때문에 대형마트의 매출은 다소 주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매출이 전주에 비해 1.2% 감소했다. 반면, 그 전주는 매출이 2.3%나 증가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메르스로 인한 당장의 매출 변화보다 앞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게 더 큰 걱정"이라고 전했다.
▶메르스로 울고 있는 여행·레저·화장품업계
메르스 영향으로 특수를 누리고 있는 분야도 있지만, 메르스 불똥을 제대로 맞고 있는 산업도 있다. 바로 여행·레저·화장품업계다. 한국이 메르스 발생 국가 중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세계 3위인 소식이 세계에 전해지자, 외국인 관광객 급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발길을 돌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실제로 메르스 소식이 외신을 타고 전해지면서 외국인 관광객 7000여명이 한국 방문을 취소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2일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방문상품 예약취소건수가 전날 2500명에서 7000명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이는 180% 늘어난 수치로, 여행 업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당장 이들 분야 회사들의 주가부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대표 여행사인 하나투어의 주가는 지난달 20일 13만5500원에서 4일 12만2000원, 모두투어는 3만8250원에서 3만3400원으로 각각 하락했다. 대한항공은 4만3750원에서 3만8600원으로 떨어졌고, 아시아나항공 역시 7300원에서 6580원으로 하락했다.
중국인 여행객을 상대로 매출을 올리고 있던 화장품업계도 비상 상황이다. 한국이 메르스 중심 국가로 지목된 상황이라 장기적으로 중국인 관광객 이탈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가 반영돼, 화장품 회사들의 주가도 하락세다. 화장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은 메르스 감염 환자가 확인된 지난달 20일 42만6500원에서 2주 만에 38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다소 회복해 지난 4일 40만원으로 마감했다. 한국화장품은 1만8050원이던 주가가 4일 1만4900원으로 급락했다. LG생활건강은 89만1000원에서 80만원으로 주가가 10% 가량 떨어졌다.
외국인 관광객이 주요 고객인 면세점들은 메르스 때문에 속을 태우고 있다. 특히 한국인 중 메르스 확진 환자가 홍콩을 자유롭게 드나들었던 사실이 전해지면서,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독 '한류' 영향으로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은 게 중국이다. 그런데 메르스로 중국내 '반한(反韓)' 감정이 거세지면 면세점업계에겐 심각한 타격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엔저 영향으로 일본을 찾는 중국인들이 늘고 있어, 면세점업계에겐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있다.
면세점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면세점들이 메르스로 인한 매출 영향을 받진 않고 있지만, 장기화되면 상당히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인 사이에서 메르스로 인한 반한 감정으로 한국을 찾지 않을까 가장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