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광동제약 '외도' 논란…제약 보다 '부업' 식음료 매출만 쑥쑥
기사입력| 2015-06-02 09:14:25
최근 뇌물 전달 수단으로 유명세를 탄 '비타500' 생산업체인 광동제약이 '외도' 논란에 휩싸였다.
광동제약은 '부업'인 식음료 매출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제약 부분 연구개발(R&D) 비용은 지난해 10대 제약사 중 최하위에 그쳤다. 식음료 쪽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사업 다각화 일환이기는 하지만 '본업'인 제약을 지나치게 소홀히 해 '무늬만 제약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
이밖에도 광동제약의 공익재단인 가산문화재단이 본래의 공익 목적보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강화로 활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본업' 제약업보다 '부업' 식음료업 충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광동제약의 생수제품 '삼다수' 매출은 1479억원이었다. 이는 전년보다 17.1%(223억원) 증가한 규모다. 전체 매출에서 삼다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6.9%에서 28.4%로 1.5%포인트 높아졌다. 올 들어 지난 3월까지 삼다수 매출은 352억원을 기록, 매출 비중은 29%로 높아졌다. 특히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등 드링크 음료 매출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60%에 달한다.
지난 2012년 제주삼다수 유통권을 거머쥔 광동제약은 단숨에 생수업계 1위에 올랐다. 반면 광동제약은 '본업'인 제약 부문의 매출 비중은 점점 하락하고 있는 모양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광동제약의 전문의약품인 항암치료제 '코포랑'과 '독시플루리딘'의 매출은 각각 19억원 가량으로 매출 비중은 각각 0.4%에 불과했다. 두 제품을 합쳐도 매출 비중이 1%도 안 된다.
올 1분기에는 이들 제품의 매출 비중은 0.3%로 다시 낮아졌다. 그나마 비타민D 주사제인 '비오엔주'가 매출 비중 1.8%을 기록, 전체 의약품의 매출 비중은 간신히 2%를 넘었다. '최씨고집'으로 광동제약의 간판이나 다름없던 우황청심원 매출도 2013년 302억원(6.5%)에서 지난해 298억원(5.7%)으로 매출이 줄면서 비중도 같이 감소했다.
그런데 광동제약은 신약 개발에도 적극적이지 않은 모양새다. 지난해 광동제약의 연구개발비는 59억원으로 10대 제약사 중 가장 낮았다. 이는 매출액 대비 1.1% 수준으로 2013년과 2012년에 비해 각각 0.1% 포인트, 0.5% 포인트 낮아졌다.
이로 인해 제약 부문의 매출 부진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사업보고서 등 공시에서 광동제약이 밝힌 사업의 개요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사업보고서 내용을 보면 '제약산업은 전체 제조업 중에서 연구개발비 비중이 높은 산업으로서 일반제조업의 연구개발비 비중이 매출액의 3~4%인 반면 제약산업은 10% 이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신약개발을 진행 중인 연구 집약적 기업들은 15~20% 정도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광동제약은 최근 전자상거래 업체인 코리아아이플랫폼을 인수하기도 했다. 광동제약은 지난 2월 407억원을 투자해 코오롱글로벌 계열사인 코리아이플랫폼의 주식 56%를 인수했다. 코리아이플랫폼은 지난 2013년 말 기준 매출 5076억원을 올린 B2B(기업간 거래) 전자상거래 회사다.
결국 광동제약의 이번 인수는 제약부분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통 채널 확보를 통해 식품, 의약외품 등 다양화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약회사가 의약품 제조 보다 식품 부문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광동제약이 오는 2017년 제주개발공사와 삼다수 유통 계약 연장을 앞둔 상황이어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220억원의 공익재단 1년 장학금 1억여원 그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광동제약의 지난해 매출은 52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 늘었고, 영업이익은 504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345억원으로 전년 대비 60.9% 급증했다.
하지만 수익에 비해 기부금 지출은 아쉽다는 지적이다. 광동제약이 지난해 지출한 기부금은 모두 24억여원. 이는 2013년 지출한 26억여원에서 약 2억원 줄어든 금액이다.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도 2013년 0.56%에서 0.47%로 하락했다. 물론 기부금 액수로만 보면 광동제약은 업계 최고 규모다. 그러나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이 여전히 1% 이하라는 점에서 여전히 사회공헌활동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광동제약의 공익재단인 가산문화재단도 구설에 오르고 있다. 가산문화재단은 지난 2013년 타계한 창업주 고(故) 최수부 회장의 보유 지분 상당수가 재단에 증여됐으며, 학술지원·장학사업 등을 주로 하는 공익 단체다.
재단의 자산 규모는 2013년 44억8000만원에서 지난해 223억4000만원으로 급증했다. 광동제약의 출연과 배당 등의 영향이다.
그런데 재단의 목적사업비 지출액은 초라하다. 국세청 홈택스에 따르면 재단은 2013년 8600여만원, 지난해 1억3000여만원을 장학금 등 사업비로 지출했다. 자산 비율로 보면 1.9%에서 0.5%로 하락한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뒷말이 무성하다. 공익 재단 본래의 목적이 아닌, 오너 일가의 경영권 강화로 활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재단의 광동제약 지분율은 고 최수부 회장의 지분 증여로 기존 0.65%에서 5%로 늘어나 아들 최성원 대표(6.59%)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한편, 이 같은 내용과 관련, 광동제약에 수차례 문의했으나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