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스타벅스, 애플의 공통점은?
바로 브랜드 마니아들이 많다는 점이다. 애플의 신제품이나 스타벅스의 한정 텀블러 출시 날에는 매장 앞에 긴 줄이 이어진다. 수집가들은 콜라병을 비롯해 코카-콜라와 관련된 인형, 자동차, 장난감 등 다양한 소품을 모아 개인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누가 시켜서도 특별히 목적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저 좋아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마니아들이 불황 속 유통업계의 큰 손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충성고객이라 불리는 마니아들은 한정판이나 희귀 아이템이 출시되면 가격이 비싸거나 긴 줄을 서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구입하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단순히 제품 구입만이 아니다. 브랜드 관련 소식들을 개인 SNS를 비롯한 커뮤니티를 통해 자발적으로 공유한다. 일종의 홍보대사가 되는 셈이다. 마케터들이 자사 브랜드의 마니아 집단을 만들고 싶어하는 가장 큰 이유다.
마니아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각 기업들은 고객들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정판 제품은 마니아 마케팅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한정판은 기존 제품에 한정 판매라는 특별한 가치를 부여해 희소성을 높여 소비자들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한정판은 특정 브랜드 제품을 지속적으로 구입해 소장하는 개인 수집가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수집가들에게 유명한 기업이 바로 코카-콜라와 스타벅스다.
■ 코카-콜라, 특별한 경험과스토리 전하는 한정판으로 마니아들의 마음 사로잡다
코카-콜라는 한정판 마케팅을 잘 활용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칼 라거펠트, 장 폴 고티에 등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스페셜 에디션을 꾸준히 출시해왔다. 이 외에도 월드컵 에디션, 올림픽 에디션을 비롯해 폴라베어 에디션, 크리스마스 에디션 등 다양한 버전의 한정판 제품을 출시하여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달에는 코카-콜라 병 100주년을 맞아 1920년부터 2010년까지 코카-콜라의 대표적인 광고 캠페인과 캐릭터를 엄선해 10개의 패키지에 담은 스페셜 한정판인 '100년의 헤리티지 에디션'을 출시해 마니아들을 열광케했다.
또한, 코카-콜라사는 나만의 한정판을 만들어주는 이벤트로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전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나만의 짜릿한 소망 메시지가 담긴 코카-콜라 한정판을 만들어주는 SNS 이벤트를 진행했으며, 현재는 코카-콜라 병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SNS 채널을 통해 오는 6월 14일까지 자신의 사진이 프린트 된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코카-콜라 병을 만들어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코카-콜라사의 이러한 한정판 마케팅은 컬렉터들을 비롯한 수 많은 마니아들을 만들어냈다. 네이버 카페 '코카콜라의 아름다운 세상'은 회원 수가 1000여 명에 달하는 코카-콜라와 관련된 수집품을 모으는 모임으로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면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코카-콜라사가 지난 8일과 9일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운영한 팝업스토어 '코-크 보틀 하우스'에는 국내 개인 수집가들의 수집품 500여 점이 전시되기도 했다.
■ 텀블러부터 플래너와 럭키백까지…스타벅스 MD 상품에 마니아들 열광
스타벅스는 MD(Merchandise; 관련 상품) 상품을 통해 자사의 마니아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스타벅스에서 선보이는 텀블러, 다이어리, 머그잔들은 어김없이 화제가 되곤 한다. 지난 4월 여름 MD 상품으로 선보였던 스타벅스 텀블러 써니보틀은 오픈과 동시에 품절이 될 정도로 화제였다.
매년 연말과 연초에 선보이는 럭키백과 다이어리도 스타벅스의 인기 상품이다. 럭키백은 스타벅스가 매년초 텀블러와 머그 등을 무작위로 담아 판매하는 상품이다. 올해는 1월 초에 양의 해를 맞아 럭키백 전용으로 제작한 청양 머그잔, 스테인레스 텀블러, 음료 무료 쿠폰 3장 등을 기본으로 담아 1만5000개 한정 제작해 판매했으며, 판매 3시간 만에 전국 매장에서 완판됐다.
스타벅스가 매년 연말 출시하는 스타벅스 플래너도 마니아는 물론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스타벅스 플래너는 매년 11월~12월 크리스마스 신메뉴를 포함해 17잔의 음료를 마시는 사람에게 증정하는 사은품으로, 지난 해에는 이탈리아 유명 플래너 제조사인 몰스킨과 협업해 주목받았다.
■ 레고, 영화 속 캐릭터를 제품 속으로…문화 컨텐츠와의 결합 통해 소장욕구 자극
덴마크 완구브랜드인 레고는 문화 컨텐츠와의 결합을 통한 한정 제품으로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스타워즈 시리즈와 같이 영화를 소재로 한 제품들을 내놓는 것이 대표적이다. 레고사는 영화가 히트하면 그 캐릭터나 장면을 재현하는 레고 상품들을 선보여 큰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해에는 추억의 레고 제품들이 대거 등장하는 영화 '레고무비'와 함께 레고무비 속 배경과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레고가 출시되어 전 세계의 아이들의 동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레고사는 단순히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교한 모델을 출시하면서 마니아층을 성인으로 확대시켰다. 또한, 단종 정책을 통해 수많은 한정판 제품을 선보이면서 소장가치를 높였다. 이는 '레고 재테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레고가 성인들의 수집 아이템으로도 각광 받는 계기가 되었다.
■ 소비자들의 마음 사로잡을 수 있는 브랜드만의 독특한 문화와 스토리 개발 필요
이 외에도 전 세계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들이 많다. '애플빠'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애플의 소비자들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다. 신제품 출시 소식이 알려지면 제품 출시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애플의 로고가 그려진 제품에 애착을 보인다. 할리데이비슨도 마니아로 유명한 기업이다. 할리오너스그룹(Harley-davidson Owners Group, 이하 H.O.G)은 전 세계에 100만명 이상의 고객들로 구성된 라이더 모임이다. 이들은 회사 로고를 문신으로 새겨 넣을 정도로 브랜드 충성도가 강하다.
제품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가치에 주목하는 가치 소비 시대에서 브랜드에 열성적인 마니아의 존재는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기업의 공통점은 단순히 상품 그 이상의 가치와 브랜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카-콜라 병은 특유의 아이코닉함으로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뮤즈로 자리 잡으면서 미국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으며, 스타벅스도 영화 등 여러 콘텐츠에서 미국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표현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치 소비 시대의 소비자들은 제품과 더불어 그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와 스토리를 함께 소비하길 원한다"며, "단순히 상품을 잘 만드는 것을 넘어서 그 브랜드만이 가지는 문화나 스토리 등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특별한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