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국순당, '가짜 백수오' 백세주로 창사 이후 최대 위기
기사입력| 2015-05-29 09:45:01
전통술의 명가 국순당이 창사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결과 이 회사의 주력 상품인 백세주 원료에서 독성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이엽우피소가 발견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식약처의 지난 26일 발표 이후 국순당은 시중에 유통 중인 백세주(제조일자 2012년8월19일~2015년 5월15일)와 강장백세주(2011년 5월28일~2015년 3얼19일) 백세주클래식(2014년 12월12일~2015년 1월9일) 등 백세주의 모든 제품을 긴급 수거하고 있는 중이다.
국순당 관계자는 "회사는 초비상이 걸렸다"며 "전 직원이 매달리다시피 해서 최우선적으로 백세주 제품수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이엽우피소가 발견된 백수오 시료 두건으로 제조된 백세주는 국순당 횡성공장의 탱크로리에서 발효과정을 거치고 있었기에 시중에 유통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국순당 측은 "소비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시중에 깔린 백세주 전량을 회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수가 예정된 백세주 물량은 총 100억원 상당으로 추정돼 올해 국순당은 상당한 손실을 볼 전망이다. 국순당은 그동안 경북 영주농협에서 백수오를 공급받아왔다. 식약처 조사 이후 국순당은 일부 농가가 공급한 백수오에 이엽우피소가 섞여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유통과정에서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것인지를 긴급 점검하고 있다.
국순당은 당분간 백세주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1개월여 후 백수오가 들어가지 않은 백세주를 제조해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백세주가 국순당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다.
▶백세주로 성장한 국순당, 백세주 때문에 치명타
국순당은 고 배상면 회장(2013년 타계)이 1952년 설립한 기린주조장이 모태다. 1983년 배한산업으로 상호를 바꿨으며 1992년 백세주 출시와 함께 현재의 국순당으로 다시 상호를 교체했다. 주로 전통술을 제조해 판매해 왔다.
백세주는 국순당을 일약 주류업계의 강자로 자리매김시킨 효자상품. 몸에 좋은 한약재가 들어간 것으로 인식된 백세주가 시장에 나온 뒤 국순당 매출은 해마다 두 배씩 성장할 정도로 백세주는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백세주가 나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순당 매출액은 수억원에 불과했으나 2002년에는 매출액이 1000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구멍가게' 수준이던 국순당을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 백세주인 것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전통주 바람이 잦아들면서 백세주 매출은 줄어들기 시작했으나, 이후에도 꾸준한 스테디셀러로 국순당 매출의 중요한 축을 이뤄왔다.
국순당에 따르면 백세주가 1992년 처음 선보였을 당시에는 하수오가 원료 중 하나로 사용됐다. 당시 국내 농가로부터 하수오를 공급받아 원료로 썼다고 한다. 탈모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하수오는 중국이 원산지로 중국에선 인삼 구기자와 함께 3대 명악으로 추앙받는 한약재다. 국내에서도 재배되고 있으나 백수오나 이엽우피소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그런데 식약처가 지난 2009년 하수오 위품 단속에 나서면서 국순당은 하수오 원료사용을 중단했다. 식약처는 당시 대한한약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에 보낸 공문에서 "백수오 및 이엽우피소가 하수오로 둔갑돼 판매될 경우 약사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재배농가나 한약시장 등에서 하수오와 백수오, 이엽우피소의 개념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이들 제품이 유통되었다고 한다. 중국이 원산지인 이엽우피소는 보통 국내 재배농가 등에선 '중국산 백수오'로 불렸다.
국순당은 하수오 원료사용을 중단한 이후 2010년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은 백수오를 2012년부터 백세주 원료로 사용해 오다가 이번에 '가짜 백수오' 파동에 휘말리고 말았다.
주류업계의 관계자는 "백세주가 20년 넘게 국순당의 간판 상품으로 팔려온 만큼 이번 사태로 국순당의 매출감소는 물론 브랜드 이미지까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의 머릿속에서 가짜 백수오 파동이 잊히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국순당으로선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창업 2세 배중호 대표, '가짜 백수오 사태' 극복할까
현재 국순당은 고 배상면 회장의 장남인 배중호 대표(62)가 이끌고 있다, 배 대표는 국순당 주식 36.59%를 소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배 대표는 1980년 국순당 전신인 배한산업의 연구원으로 부친의 사업에 합류한 뒤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 1992년, 부친과 함께 백세주를 개발해 회사의 성장을 주도했다.
2000년대에 다양한 종류의 전통주를 선보이며 전통주 시장을 견인해온 배 대표는 2009년에는 막걸리를 출시하며 제2의 도약기를 맞는다. 국순당의 막걸리 판매액은 2009년 86억원에서 2012년 610억원으로 치솟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2013년 이후 일본으로의 막걸리 수출이 급감하기 시작하면서 막걸리 시장은 침체기를 맞았고, 국순당도 막걸리 매출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국순당의 매출액은 919억원으로 전년 대비 7.4% 하락했으며 영업이익 11억원(-27%), 당기순이익 33억원(-33%)에 머물렀다. 2012년 매출액 1277억, 영업이익 53억, 당기순이익 53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태다.
올해 1분기에도 작년 동기보다 2.7% 감소한 218억원의 매출액에 2억2683만원의 당기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이런 와중에 이번 '가짜 백수오'가 터지면서 배 대표는 혹독한 시련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배 대표는 더구나 지난해 12월 국순당 도매상들에 매출목표를 강제로 떠안긴 횡포를 저지른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공정거래법과 부정경쟁방지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배중호 대표가 이같은 일련의 시련들을 극복하고 얼마나 빨리 회사를 정상화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