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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면세점 경쟁 본격 개막…히든카드로 입지 공개
기사입력| 2015-05-19 11:15:28
대기업들의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둘러싼 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몇몇 소수 기업들의 전유물이었던 면세점 사업에 유통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서울시내 면세사업권의 향방은 더더욱 알 수 없게 됐다. 더욱이 15년 만에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이번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어,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기존의 면세점 투톱 롯데, 신라를 비롯해 신세계, 현대백화점, SK, 한화는 전사적으로 나섰다. 최근엔 이랜드까지 면세점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자본력과 유통 능력, 서비스 능력 등 자사의 다양한 강점을 내세운 기업들이 최근 가장 중요한 히든카드인 '면세점 입지'를 공개하면서 각자 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대한 유불리를 따지기 바빠졌다.
▶3강 호텔신라·현대백화점·신세계, 3파전 '치열'
가장 먼저 면세점 입지를 밝힌 곳은 호텔신라이다. 호텔신라는 올해 초 정몽규 회장이 직접 면세점 사업 진출을 선언한 현대산업개발과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빅딜'이었다. 면세점 운영 노하우가 탄탄한 호텔신라는 현대산업개발이 가지고 있는 용산아이파크몰이란 유리한 입지에 대형 면세점을 만들겠다며 공동출자한 HDC신라면세점을 설립했다. 유통 및 면세점 사업 경험은 없지만 용산이란 유리한 입지를 가지고 있는 현대산업개발과 면세점 운영능력은 뛰어나지만, 다른 유통기업들과 달리 마땅한 입지가 없던 호텔신라의 만남은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삼성가(家)인 호텔신라의 이부진 사장과 범현대가인 정몽규 회장의 합작이란 점에서 재계를 넘어 세간에 커다란 이슈를 낳았다. 대중적인 흥행까지 성공한 셈이다. 또한 두 재벌 간의 첫 합작이란 점은 두 기업이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기도 하다. HDC신라면세점은 용산아이파크몰에 연면적 28만㎡(약 8만4700평)의 국내 최대 면세점을 오픈하겠다는 계획이다. 용산역 인근에 대형 관광버스를 100대 이상 주차할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유리한 포인트다.
오랫동안 면세점 사업 진출을 준비한 현대백화점은 중소기업과 손을 잡으며 최근 화두인 상생 경제의 의지를 천명했다. 현대백화점은 모두투어네트워크, 엔타스듀티프리, 서한사, 제이엔지코리아, 에스제이듀코 등 유통·관광 중소기업들과 합작법인 현대DF를 설립한다. 이번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의 권한을 쥐고 있는 관세청은 중소기업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공헌도(150점), 기업이익의 사회환원과 상생협력 노력 정도(150점), 관광인프라와 주변 환경요소(150점) 등을 중요 항목으로 보고 있다. 관세청 맞춤형 전략으로 나선 현대백화점은 이번 합작으로 중소기업과의 상생, 사회공헌, 관광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복안이다. 현대백화점은 경쟁사들 중 유일하게 강남 지역을 면세점 입지로 선택하는 승부수를 띄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면세점을 만들어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관광특구인 코엑스 단지와의 시너지를 장담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삼성동 한전부지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개발할 예정이라, 이에 따른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인근에 있는 롯데면세점 코엑스점과의 경쟁을 피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할 정도로 면세점 사업에 적극적이다. 최근 신세계그룹은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을 놓고 저울질하다 1만8180㎡(5500평) 규모의 본점 명품관(본관) 전체를 면세점으로 만들겠다는 파격안을 발표했다. 신세계 본관은 1903년 국내 최초 백화점인 미쓰코시 경성점이 있던 자리로 신세계그룹의 모태인 곳이라 상당히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곳이다. 게다가 본관은 지난 2007년 명품관으로 리모델링해, 강북지역 최초로 에르메스를 유치한 최고급 백화점이다. 명품관에다가 100년의 역사를 지닌 이런 곳을 통째로 면세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 자체가 정용진 부회장의 승부수인 셈이다. 또한 바로 옆에 지난해 1조976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당당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롯데백화점 면세점(본점)이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라, 롯데면세점과의 한판 승부를 벌이겠다는 도전장이기도 하다. 신세계는 인근의 남대문시장 상인회와 함께 손을 잡고 활성화 정책으로 상생경제를 펼치고, 명동과의 연계로 관광객들을 더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백화점 본점과 신관, 메사빌딩, 2017년 완공 예정인 비즈니스호텔, 최근 인수한 SC은행 제일지점 건물까지 명동 주변을 '신세계타운'으로 조성 중인 것도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약 SK·한화·이랜드, 사활 건 승부수
면세점 사업 독과점 논란에 빠져있는 롯데면세점은 아직까지 면세점 입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미 서울 시내 면세점 6곳 중 3곳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사들과 관세청을 상대로 눈치를 보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고, 이번 사업권을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롯데면세점의 알짜배기인 소공동 본점과 잠실월드타워점이 올 12월 면세점 사업권 운영 기한이 만료되는데, 연장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라 눈치작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우선 롯데면세점은 강남의 가로수길과 이태원, 신촌, 동대문 등을 후보지로 놓고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있다. 만약 롯데가 동대문의 '롯데피트인'을 입지로 선정할 경우엔 SK네트웍스와 맞붙는 형국이 된다. SK네트웍스가 동대문의 '케레스타'(구 거평프레야)를 면세점 입지로 일찌감치 공개했기 때문이다. 면세점 1위 기업인 롯데가 어떤 곳을 점찍느냐에 따라 면세점 사업권 판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경쟁사들 모두 롯데의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동대문의 케레스타를 입지로 내세운 SK네트웍스는 동대문의 의류·패션 산업의 메카인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동대문 지역은 동대문시장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청계천 등 쇼핑과 관광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이에 동대문에 면세점이 생기면, 동대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더욱 증가할 것이란 논리다. 또한 워커힐면세점을 오랫동안 운영한 노하우를 지니고 있어, 운영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워커힐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 '유커'를 상대로 한 특화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서울시의 오랜 랜드마크인 여의도 63빌딩을 면세점 입지로 결정했다. 면세점 사업을 뒤늦게 시작한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4월 오픈한 '갤러리아 듀티프리'가 첫해에 흑자를 달성할 정도로 운영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한다. 관세청이 요구하는 면세점 경영능력(300점)과 관리역량(250점)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63빌딩 자체가 가지고 있는 전망대, 수족관, 아이맥스 영화관 등의 관광 콘텐츠가 풍성하고 한강과 연계해 한강유람선 등의 관광레포츠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른 지역보다 공항이 가깝고 주차공간이 넓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63빌딩만으로는 외국인을 끌어들일 관광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또한 중소·중견기업에 배정된 면세점 사업권 입찰을 준비 중인 유진기업이 인근의 여의도 옛 MBC사옥을 면세점 입지로 선택한 것도 마이너스로 작용할 듯하다.
최근 갑자기 면세점 사업을 발표한 이랜드는 강남 뉴코아아울렛, 송파 NC백화점, 강서 NC백화점 등 3곳을 유력 후보지로 거론 중이다. 강서 NC백화점은 공항과 가깝다는 장점, 강남 뉴코아아울렛은 비교적 경쟁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어 어디를 선택할지 고심하고 있다.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티니위니', '스파오', '후아유' 등의 의류 브랜드를 보유한 이랜드가 유커 맞춤형 면세점 사업을 진행할 경우 상당한 폭발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사업자들에겐 껄끄러운 상대일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의 증가로 이번 시내 면세점 사업권이 추가되는 셈"이라며 "결국 중국 관광객을 잡는데 가장 유리한 입지와 중국인에 맞는 마케팅 능력, 상품 소싱 능력 등이 판가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관세청은 오는 6월 1일까지 면세점 사업권 신청을 받고, 심사를 거쳐 7월 중 사업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에 추가되는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은 3곳으로 대기업 2곳, 중소·중견기업 1곳에 배정돼 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