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하림, 거액에 '나폴레옹 모자' 사면서 소액주주는 희생?
기사입력| 2015-05-01 10:24:45
국내 최대 닭고기 가공업체로 유명한 하림이 최근 잇따라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
하림의 계열사인 ㈜주원산오리가 판매한 제품에서 식중독 유발균이 검출된 데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해운업체 팬오션(옛 STX팬오션) 인수를 앞두고 소액주주들과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경영 성적도 악화돼 하림을 바라보는 주주들의 시선은 따가울 수밖에 없다.
▶거액주고 '나폴레옹 모자' 사면서 소액주주는 희생?
지난해 12월 팬오션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하림은 지난 2월 팬오션과 인수·합병(M&A) 계약을 체결했다. 팬오션 인수대금은 총 1조79억5000만원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8500억원, 나머지 1579억5000만원은 회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될 예정이다.
그런데 오는 6월 팬오션 인수를 앞둔 하림이 최근 '소액주주 반대'라는 벽에 부딪혔다. 팬오션의 감자방침을 놓고 소액주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21일 팬오션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감자를 포함한 변경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고 발표하자 소액주주들은 신주발행금지와 자본감소무효 가처분 소송에 나서겠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변경회생계획안은 참석 채권단의 3분의 2와 주주의 과반 동의가 있어야 통과될 수 있다. 이번 회생계획안에는 1.25 대 1 비율로 무상 감자를 진행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팬오션의 감자는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예를 들어 125주의 팬오션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의 경우 1.25 대 1 비율로 감자하면 주식 수는 100주로 줄어든다. 만일 감자가 진행되면 주주들은 고스란히 감자 비율만큼 주식수를 잃는 손해를 입게 된다.
이에 팬오션 지분의 약 80%를 보유 중인 소액주주들은 감자가 이뤄지면 유상증자를 통해 하림이 수천억원의 이득을 볼 수 있어 팬오션을 공짜로 인수하는 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약 4500명의 회원을 확보한 팬오션 소액주주권리찾기 모임은 법정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앞서 팬오션 회생을 위해 손실을 감내한 상황에서 다시 감자를 추진할 경우 추가적인 손실이 불 보듯 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지난해 215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팬오션이 헐값에 팔리고 감자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현재 이 모임은 소송비용을 모금 중에 있으며, 더 나아가 하림 제품 불매운동까지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모임의 한 회원은 "나폴레옹 모자를 26억원에 낙찰 받은 김홍국 회장이 수많은 소액채권자들과 소액주주의 희생을 요구하는 행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하림측은 조심스런 반응이다. 하림측 관계자는 "법원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팬오션 인수 건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이번엔 식중독균 검출…하림 먹거리 불안
하림의 먹거리도 도마에 올랐다. 과거 닭고기에서 항생제가 과다 검출돼 홍역을 치른 바 있는 하림이 이번엔 식중독균 논란에 휩싸였다. 계열사인 주원산오리가 유통시킨 '주원산오리 훈제슬라이스'에서 식중독균인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균이 검출됐다.
지난 4월 26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균은 임산부, 태아, 신생아, 노인 그리고 암과 같은 질병으로 인해 면역적으로 약한 사람에게 주로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이다. 소비자원은 "조사대상 제품의 경우 가열처리가 돼 있어 바로 섭취 가능한 식품(가열제품)이기 때문에 식중독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결과에 주원산오리 측은 "앞으로 작업 환경 개선과 작업자들의 철저한 위생관리 및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하림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이 11억9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30억4800만원으로 적자를 기록했고, 매출액은 7544억9500만원으로 전년 보다 4.38% 감소했다.
현재 하림그룹의 계열사는 닭 가공업체인 하림과 사료전문업체 제일사료, 양돈 전문업체 팜스코, 홈쇼핑업체 NS홈쇼핑 등 총 31개다. 이 중 지주회사인 하림홀딩스를 비롯해 ㈜하림, 팜스코, 선진, NS홈쇼핑 등 5개사가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다.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은 11살 때 외할머니가 사준 병아리 10마리로 시작, 대규모 육가공기업을 일군 일화로 유명하다. 김 회장은 팬오션 인수를 통해 글로벌 곡물 유통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