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라면 제품들. 자료제공=농심
지난해 국내 라면시장에서 눈에 뛸만한 일이 벌어졌다. 농심의 아성에 오뚜기가 만만찮은 흠집을 냈다. 농심의 자존심인 점유율 60%를 무너뜨렸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작년 농심의 시장점유율(판매량 기준)은 58.9%다. 2012년 61.8%, 2013년에는 62%였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62.4%로 60%를 넘어선다.
오뚜기는 18.3%(매출액 기준 16.2%)를 기록했다. 2012년 12.9%에서 껑충 뛰어올랐다. 2013년 10월부터는 삼양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2위 자리를 굳히는 모습이다.
물론 아직까지 지존은 농심이다. 오뚜기로서는 아직 넘기 힘든 벽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올해는 어떻게 될 지, 결과가 궁금한 모양이다.
당연히 양사 최고경영자(CEO)로서는 부담이 될 법 하다. 지난달 연임에 성공한 농심의 박 준 사장은 "국내시장 점유율 극대화"를 외치고 있다. 이에 비해 오뚜기의 이강훈 사장은 "최고 식품회사의 명성을 이어가겠다"라며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주력 VS 다양
지난해 국내 라면시장 규모는 1조9700억여원이었다. 2013년(2조100억원)보다 약 2% 줄어들었다. 대체 즉석식품의 다양화, 소비침체 등의 영향을 받았다.
이 타격을 농심이 그대로 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의 지난해 매출은 2조417억원이다. 2013년(2조867억원)보다 2.2%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735억원으로 2013년(926억원)보다 20.6% 줄었다.
반면 오뚜기는 선전했다. 지난해 매출 1조7817억원으로 2013년(1조7282억원)보다 3.1% 늘었다. 영업이익도 1051억원에서 1159억원, 10.3% 증가했다.
농심의 부진은 라면 위주의 매출구조 탓으로 보인다. 작년 기준으로 전체 매출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63%다. 그 외의 신사업은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이에 반해 오뚜기는 다양한 제품군이 강점이다. 상대적으로 라면의 비중이 크지 않다.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적극적인 마케팅 효과를 봤다. 2013년 10월 '진라면' 광고모델로 LA다저스 류현진을 기용, 점유율을 높였다.
농심으로서는 하락곡선인 라면 시장점유율 회복과 사업 다각화가 풀어야 할 숙제다. 박 준 사장도 주주총회에서 해외시장 공략과 함께 국내시장 점유율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오뚜기도 마냥 휘파람을 불기는 힘들다. 업계에서는 매출의 90%이상이 내수시장에 몰려있다는 문제를 지적한다. 시장 다각화와 함께 국내시장 유지를 위한 제품개발 등이 과제로 보인다.
▶라면 지존 vs 카레 강자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로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공헌한다.' 농심의 기업이념이다.
1965년 9월 18일 농심그룹 신춘호 회장은 라면사업에 뜻을 두고 롯데공업㈜을 세웠다. 첫 상품이 '롯데라면'이었다. 이어 1968년 세 번째 라면인 왈순마가 출시됐다. 왈순마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한국군에 납품되기도 했다. 계속해서 1971년 소고기라면, 1971년 스낵 새우깡, 1975년 농심라면 등이 시장에 나왔다.
1978년 3월 회사 이름을 ㈜농심으로 바꾸었다. 1983년 안성탕면, 1984년에는 짜파게티를 잇따라 히트시키며 업계 1위로 올라섰다. 1986년에는 신(辛)라면 판매를 시작, 라면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다.
2003년 7월 농심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농심홀딩스를 지주회사로 세웠다. 농심홀딩스에는 농심을 비롯해 율촌화학, 태경농산, 농심엔지니어링, 농심개발 등 5개의 자회사가 있다.
오뚜기의 사시는 '보다 좋은 품질, 보다 높은 영양, 보다 앞선 식품으로 인류 식생활 향상에 이바지 한다'이다. 1969년 5월 함태호 회장이 설립한 풍림상사가 모체다. 1980년 오뚜기식품㈜을 거쳐 1996년 ㈜오뚜기로 상호를 바꾸었다.
1981년 '3분 요리'란 브랜드로 선을 보인 '3분카레'를 통해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이 제품은 출시 첫해에만 400만개가 넘게 팔렸다. 2006년 9월 삼포식품을 인수, 11월에는 5000만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
대표 상품은 '오뚜기 카레'와 1972년 출시된 '오뚜기 마요네스'다. 1969년 회사 설립과 함께 출시된 오뚜기 카레는 당시 '오뚜기 분말 즉석카레'라는 이름으로 국내 최초 생산됐다. 오뚜기의 마요네즈는 2014년 기준, 약 38억개(300g 튜브형 제품 기준)가 판매됐다.
오뚜기는 오뚜기냉동식품, 오뚜기삼화식품, 오텍스, 오뚜기 뉴질랜드, 오뚜기 아메리카, 오뚜기 베트남, 강소부도옹식품유한공사, 강소태동식품유한공사, 오뚜기북경 등 9개의 자회사와 오뚜기라면, 오뚜기제유, 오뚜기물류서비스, 오뚜기SF 등 10개의 관계회사를 두고 있다.
▶국제통 vs 현장통
박 준 사장은 1981년 농심 수출과로 입사했다. 이어 1984년 미국지사장, 1991년 국제담당 이사, 2005년 국제사업총괄 사장을 역임한 국제통이다. 1년에 100일 이상을 해외에서 지낸다고 한다. 2012년 취임, '국제통'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강훈 사장은 1978년 입사, 2008년 대표 이사에 올랐다. 연구소장, 제조본부장, 영업본부장을 거친 현장통이다.
박 사장이 내세우는 농심의 경영철학은 '이농심행(以農心行) 무불성사(無不成事)'다. 농심으로 행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모든 일에 있어 정도경영을 하고 각 분야에 전문가가 될 때 경영은 성공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 사장은 '품질과 식품안전'을 최우선으로 내세운다. 이를 바탕으로 사시에 나온 대로 '인류 식생활 향상에 이바지 한다'는 경영철학을 강조한다.
마침 얼마 전 스포츠조선 소비자인사이트 주부평가단에서 실시한 라면시장 설문에서 두 회사가 1,2위를 차지했다. 농심이 1위, 오뚜기가 2위였다. 그 때 주부들이 두 회사 CEO에게 서면 질의서를 전했다. 취업난이 심해서인지 인재상과 올해 주력사업에 관한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농심의 인재상에 대해 '인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일을 이루어내는 인재'라고 답했다. 충직과 도전, 창조정신, 업무와 자기계발, 글로벌 역량 등에 있어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는 면, 스낵 사업 이외에 생수부문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2년말 출시한 백두산 백산수를 바탕으로 글로벌 식음료회사로 발돋움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를 위해 백두산 지역에 백산수 제2공장을 건설 중이며, 올해 9월 가동이 목표라는 청사진도 전했다,
이 사장은 '꿈과 목표를 가진 인재, 국제적 감각과 적응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인재'를 원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올해는 라면사업의 지속적인 성장 축구, 건강기능식품 사업, 해외 매출확대를 위한 해외영업 강화, 식품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철저한 품질관리 등으로 최고 식품회사의 자리를 지키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두 CEO의 청사진은 겹칠 수밖에 없다. 또 한 번의 경쟁은 필연이다. 과연 올해 성적표는 어떻게 될까.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