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조완제의 재계 인사이트] 중앙대 특혜 수사,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에게는 득?
기사입력| 2015-04-09 09:15:10
최근 정부의 사정(司正)과 관련, 중앙대 총장을 지냈던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향한 검찰 수사가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에게까지 겨눠지고 있다. 중앙대 본·분교 통합 등 중앙대 특혜 사건에 박 전 수석이 개입했고, 여기에 박 이사장은 물론이고, 두산그룹·교육부 등까지 얽혀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그룹 회장을 역임했던 박 이사장은 '형제 경영'을 하는 두산그룹 내에서 여전히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때문에 박 이사장이 박 전 수석과의 연루 의혹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페놀 사건' '비자금 조성' 등으로 몇 차례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두산그룹에 치명적인 이미지 손상을 끼치는 한편 두산가(家) 일원 간 역학관계에도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두산중공업 회장직을 맡고 있는 박 이사장의 두산그룹내 위상은 추락하고, 대한상의 회장이기도 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그룹내 입지는 상당히 넓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박정원 ㈜두산·두산건설 회장 등 창업 4세로의 그룹 총수 승계도 늦춰질 전망이다.
▶중앙대 특혜 의혹으로 두산그룹 또 사회적 물의
두산그룹은 지난 2005년 중앙대 재단을 인수했다. 2005년초 총장에 취임한 박범훈 전 수석은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수석은 그 공적으로 2011년까지 6년간이나 중앙대 총장을 지냈다. 이 와중에 박 전 수석은 2007년 대통령선거때 이명박(MB)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문화예술정책위원장을 맡았다. 이 후보의 당선 후에는 대통령 취임준비위원장을 맡아 취임식을 총괄 지휘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으로 재임하면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핵심 측근임을 확인시켜줬다.
최근 검찰은 박 전 수석이 2011년과 2012년 중앙대가 안성캠퍼스와 서울 흑석동 본교를 통합하고, 적십자간호대를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서 교육부 등에 압력을 넣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검찰은 지난 3월 27일 박 전 수석의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가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두산그룹의 핵심계열사인 두산건설이 중앙대 주요 건물 공사를 독점적으로 맡아 진행한 것에 대한 '비리'가 없는지도 살펴볼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그룹은 중앙대를 인수하고 난 뒤 지난해까지 중앙대로부터 수의계약을 통해 기숙사, 병원, 약대건물, 에듀하우스 등 모두 2671억원 어치 물량을 수주했다.
무엇보다도 두산그룹을 절벽으로 몰고 있는 것은 박용성 이사장에게까지 검찰의 칼끝이 닿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은 2011년 4월 28일 중앙대 이사장실에서 열린 이사회 회의록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태희 전 상임이사(전 ㈜두산 사장)를 지난 6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안국신 당시 중앙대 총장이 '적십자간호대 합병안의 세부 추진과정 일체를 박용성 이사장께 일임한다'고 제안했고, 이사들 모두 동의했다. 박 이사장이 적십자간호대 합병 실무를 주도할 수 있도록 이사회가 힘을 실어준 것. M&A의 걸림돌이었던 적십자간호대 정원 문제는 그 이후 법령이 바뀌면서 해결됐다. 박 이사장이 중앙대 특혜 사건에 깊숙이 개입돼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정황들이다. 이와 관련, 두산그룹 관계자는 "수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박용성 이사장 그룹내 위상 추락…박용만 회장 입김 세질 듯
두산그룹 안팎에서 박용만 회장은 '스톱오버(stopover·잠시 머묾)'로 통한다. '형제 경영'을 하고 있는 두산그룹에서 창업 3세인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83)-고 박용오 전 성지건설 회장-박용성 이사장(75)-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72)에 이어 맨 마지막 총수인 박용만 회장(60)은 조카인 창업 4세들과 나이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회장(53)과는 7살 차이다. 이런 이유로 박용만 회장은 3년쯤 그룹 회장직을 맡다가 창업 4세에게 총수직을 넘길 것으로 관측됐다.
더욱이 '두산가가 가족모임을 통해 그룹 회장직을 3년으로 정하고, 창업 4세가 돌아가면서 맡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소문이 지난 3월 중순경 재계와 증권가에 유포되기도 했다. 이 소문에는 '3월 27일 열리는 ㈜두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직을 박정원 회장이 맡을 것'이라는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두산은 그룹 회장이 지주회사격인 ㈜두산 이사회 의장을 겸임한다. 박정원 회장이 ㈜두산 지분을 6.4% 보유한 최대주주여서 그 신빙성을 더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지난 3월 27일 ㈜두산 주총에서 박정원 회장은 등기이사에 재선임 되긴 했으나 이사회 의장에는 오르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오전 검찰이 박범훈 전 수석 자택과 교육부, 중앙대, 중앙대 재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만약 소문이 사실이었다면, 검찰의 중앙대 특혜 수사가 박정원 회장의 그룹 총수 등극을 막은 셈이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두산그룹이 박범훈 전 수석 사건으로 위기를 맞아 설령 창업 4세로 간다고 결정했어도 이를 실행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정보업체의 한 대표도 "두산그룹이 현재 여러모로 위기인데, 과연 박정원 회장이 이를 헤쳐 나갈 능력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두산그룹 내에서 이런 것을 충분히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물러날 것으로 소문난 박용만 회장이 그룹 내에서 더욱 힘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용만 회장은 경제5단체 중 하나인 대한상의의 회장을 맡고 있어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나갈 때 동행하거나,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만나고 있는데,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박 회장을 상당히 높게 평가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10대그룹 대관(對官) 담당 임원은 "(두산그룹이 창업 4세 후계 승계를 하려고 결정했다하더라도) 이번 중앙대 사태가 마무리돼야 후계 승계를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을 자주 만나는 박용만 회장을 (정부의 기업 사정 칼날이 시퍼런) 현 시점에 그룹 회장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은 자폭하는 것과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박용성 이사장이 (두산그룹내 역학관계에서) 밀려나고, 오히려 박용만 회장이 (두산그룹에서) 상당히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의 증권정보업체 대표도 "형제 경영을 하는 두산그룹 내에서 박용성 이사장은 여전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중앙대 특혜 사건으로 박 이사장의 두산그룹내 입지는 크게 축소되고, 반면 박근혜 대통령과 종종 마주치는 박용만 회장은 앞으로 그룹내 입김이 훨씬 세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박용만 회장은 무역투자진흥회의 석상이나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접하는 것일 뿐이며 박 대통령이 박 회장을 높게 평가한다는 등의 일부 언론의 보도는 부풀려진 것"이라며 "특히 중앙대 특혜 사건과 관련해 두 분을 연결 짓는 것은 문제의 본질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에디터 jwj@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