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출범 20년 맞은 홈쇼핑업계…수수료·불공정 논란은 계속
기사입력| 2015-03-22 15:24:19
TV홈쇼핑업계의 높은 수수료율과 불공정 거래 논란이 20년째 진행 중이다. 올해 출범 20주년을 맞은 점을 감안하면 출범 이후 꾸준히 문제가 됐다는 얘기다. 22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홈쇼핑 6개사의 평균 판매 수수료율은 백화점(28.3%)보다 높은 34%였다. 즉 납품업체가 10만원 어치를 팔면 3만4천원을 수수료로 내는 구조다. 지난해 기준 업체별 평균 수수료율은 현대가 35.4%로 가장 높고, 롯데 35.3%, GS 34.9%, CJ 34.8%, 홈앤쇼핑 32.5%, NS 30.2% 등으로 모두 30%를 넘는다. 중소기업이 납품한 제품의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34.4%로 대기업(32.3%)보다 높았다.
공정위는 홈쇼핑업계가 대기업의 판매 수수료율을 중소기업보다 낮게 책정한 것에 대해 낮은 반품률, 우수한 거래조건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반품이 많은데다가 홈쇼핑 사업자가 배송을 책임지는 패션 상품을 많이 취급하는 중소기업은 수수료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홈쇼핑의 비싼 수수료와 중소기업의 부담이 늘고 있다는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0년 전인 2005년 중소기업 101개사를 대상으로 홈쇼핑 거래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79.2%가 높은 판매수수료율 개선을 우선 해결과제로 꼽았다. 2010∼2011년부터 정부가 본격적으로 업계에 수수료율 인하를 압박했지만 평균 수수료율은 2011년 34.1%, 2012년 33.9%, 2013년 34.3%로 거의 변화가 없다.
홈쇼핑업체 판매 수수료율이 높은 것은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방송 송출수수료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점이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지상파 채널에 붙어 있는 '황금 채널'을 배정받으려 방송사업자에 내는 거액의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업체에 큰 부담이다.
홈쇼핑사와 중소 납품업체 간 불공정 거래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던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방송을 전제로 부당한 이익 요구, 방송시간 강제 변경·취소 , 물류·판촉 비용 전가, 구두 발주 등 불분명한 계약, 정액수수료 부과 등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에는 납품 비리로 롯데홈쇼핑 경영진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홈쇼핑 '갑질 논란'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바 있다.
홈쇼핑은 중소기업에 '기회의 땅' 이다. 실제로 한경희 스팀청소기, 락앤락 밀폐용기, 댕기머리 샴푸, 한스킨 비비크림, 휴롬 원액기 등 생소했던 수많은 중소기업 제품이 홈쇼핑에서 '대박'이 나면서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판로 확보가 절실한 중소기업은 홈쇼핑사와의 거래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다.
한편 홈쇼핑업계는 출범 이후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강조하며 다양한 자정 노력을 벌여왔지만 성과는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공정위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높은 수수료율과 불공정 거래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