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정년 퇴직한 오모(62세)씨는 최근 집에서 그림 그리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 동안 바빠서 하지 못했던 취미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 오모씨는 "은퇴 후 집에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는데, 적은 돈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완성 후 성취감까지 느낄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앞으로 그 동안 못했던 자전거나 낚시 등 다른 취미 활동도 즐겨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른바 아버지 세대인 5060 남성들이 취미용품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60세 이상 남성들이 퇴직 후 늘어난 여가시간을 취미 활동에 집중하면서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www.gmarket.co.kr)이 스포츠, 레저, 사진, 미술, 악기 등 취미관련 품목을 대상으로 최근 3년간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50대 이상 남성의 구매가 최대 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 세대의 구매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 취미활동으로는 미술이 꼽혔다. 지난 한 해(2014년) 남성 전 연령대의 미술용품 구매가 2013년 대비 47% 늘어난 가운데, 50대 이상은 92% 증가했다. 50대 이상의 경우 2012년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292%) 늘어난 수치다. 세부품목별로는 서예, 조소용품의 50대 이상 남성 구매가 2013년 대비 83% 늘었으며 붓과 팔레트는 76% 증가했다.
등산, 캠핑, 낚시 등 레저활동도 50대 이상 남성의 구매 성장세가 눈에 띈다. 지난 1년 동안 해당 연령대의 바다낚시용품 구매는 전년(2013년) 대비 105% 증가했다. 2012년과 비교하면 3배 이상(277%) 크게 늘었다. 50대 이상의 등산화 구매량은 전년 대비 38%, 캠핑텐트와 캠핑식기는 각각 20%, 124% 증가해 같은 기간 전 연령대 증가율을 앞섰다. 고급 취미에 속하는 스킨스쿠버용품도 전체 성장률(30%) 대비 50대 이상 연령대(63%)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50대 이상 남성 기준 레저용품 전체적으로는 2013년 대비 68%, 2012년 대비 142% 늘어났다.
지난 해 아버지세대의 스포츠용품 구매는 2013년 대비 43%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 품목별로는 탁구용품 구매가 33% 늘어 전체 성장세(5%) 대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탁구용품의 경우 2012년과 비교해도 50대 이상 구매가 72% 증가세를 보였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5060 세대가 늘어나면서 고가 상품이 많은 DSLR 시장에서도 이들이 주요 구매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년 간 남성의 DSLR 구매는 12% 늘었고, 이 중 50대 이상 구매는 23% 증가했다. 출사에 많이 쓰는 삼각대 구매도 50대 이상(70%)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악기 판매도 성장세를 보이며 50대 이상 남성의 드럼 구매가 2013년 대비 21% 증가했다. 피아노 등 건반악기는 20%, 기타(Guitar)는 7% 늘어났다. 해당 기간 남성 전체 연령대에선 악기 품목 모두 소폭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아버지세대의 취미활동이 늘어남에 따라 설을 앞두고도 관련용품이 이색 효도 선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설을 앞둔 최근 일주일(1/28~2/3) 동안 DSLR 판매는 전주 대비 19%, 등산복은 20%, 바다낚시용품은 28% 증가세를 보였다.
G마켓 마케팅실 강선화 실장은 "최근 경제력을 갖춘 시니어 퇴직자들을 중심으로 레저나 미술 등 취미활동을 즐기는 아버지세대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그림 그리기나 악기 연주 등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취미활동부터 낚시, 스포츠 등 야외활동까지 다양하게 즐기게 되면서 취미용품 시장에서 이들 세대가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