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미국계 창고 할인점 코스트코가 비약적인 외형 성장 이면에 섬세한 고객 서비스에서는 허점을 보이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할인점으로 자리잡은 미국계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가 무늬만 '고객존중'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코스트코는 철저한 회원제와 고품질-저가 정책으로 눈부시게 성장하며 국내 대표적인 대형 할인매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계 월마트, 프랑스계 까르푸 등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이마트, 롯데마트 등 국내 토종 할인점에 밀려 철수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
하지만 고객불만 처리에서는 글로벌 기업답지 않은 '뻣뻣함'과 '폐쇄성'으로 인해 되레 병을 키워 회원들의 민심을 잃고 있다. 코스트코 곳곳에서 '고성장'에 걸맞은 고객 친화적인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고 대신 '고자세'만 눈에 띄고 있는 실정이다.
▶중복 계산해놓고 오히려 고객 쇼핑카트 뒤지는 적반하장 행태
경기도 안산에 사는 직장인 이모씨(41)는 최근 코스트코 광명점에서 황당하고 불쾌한 일을 겪었다. 광명점은 코스트코코리아 본사가 위치한 곳이다.
아내-어린자녀와 함께 단골 매장인 광명점을 찾았던 이씨의 '좋았던 쇼핑 기분 망치기' 시리즈는 마지막 코스인 계산대부터 시작됐다.
피자를 사기 위해 줄을 선 아내를 대신해 계산하려고 아내 명의의 회원카드를 제시했을 때 "왜 본인이 없느냐"는 면박을 들었을 때만 해도 '내가 원칙을 지키지 않았으니 그러려니' 했다.
계산을 모두 마치고 우연히 영수증을 확인하던 이씨는 중대한 오류를 발견했다. 4만원 가량 하는 육고기팩이 중복으로 계산돼 있었다. 평소처럼 영수증을 보지 않고 그냥 갔더라면 덤터기를 쓸 뻔한 것이다.
당연히 이씨는 계산이 잘못된 것 같다고 매장 직원에게 얘기했다. 그러나 해당 직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기계 탓을 하면서 건성으로 "미안하다"며 매장 매니저에게 일처리를 넘기면서부터 이씨의 심기는 살짝 불편해졌다. 이씨는 매니저에게 이끌려 또 다른 계산대로 향했고, 매니저는 중복 청구된 영수증을 표시해주며 다른 직원에게 재계산을 지시했다.
재계산 결과 중복 계산된 4만원이 줄어야 할 영수증이 1만원밖에 줄지 않았다. 이씨가 다시 확인을 요구하자 이 직원도 적반하장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매장 직원은 엉뚱한 다른 상품을 가리키며 "저것이 처음 계산에 누락돼서 그런 것 아니냐"며 이씨의 쇼핑카트를 뒤지다가 잘못된 상품을 발견하지 못하자 그제야 미안하다며 다시 수정해주었다.
하지만 명백하게 매장 측 잘못인데도 마치 절도 검색 취급을 당한 데다 성의 있는 사과를 받지 못한 이씨는 불쾌지수가 오를 대로 오른 상태였다.
이씨는 "코스트코는 손님이 퇴장할 때 영수증과 카트 물품을 대조 확인하면서 도난을 잡아내려고 혈안이 돼 있지 않느냐"면서 "만약 손님이 실수로 계산하지 않은 물건을 두 차례나 가져가다가 걸렸으면 어떻게 했겠는가. 자신들이 거듭 중복계산해서 소비자에게 입힐 뻔한 손해에 대해서는 그렇게 무성의할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코스트코의 엇나간 고객 서비스는 회원카드 신청을 접수하는 고객서비스센터에서 극에 달했다. 아내 명의 회원카드 때문에 면박을 당한 이씨는 가족회원을 신청하려고 했다. 고객센터 남자 직원의 안내대로 별도의 신청서 구비 데스크에서 기재사항을 적어간 이씨는 '불합격' 판정을 받고 신청서 데스크로 다시 몰렸다. 가족회원 신청은 이름-전화번호-서명만 하면 될 것을 신규회원 신청처럼 모두 기재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미리 자세하게 안내하지 않은 센터 직원이 원망스러운 데다 달랑 3가지 항목만 적으면 될 일을 자꾸 신청서 데스크로 오라 가라 하는 일처리가 이해되지 않아 다시 따져 물었다. 그러자 다른 한 직원이 무심코 던진 말에 교묘한 '꼼수'를 알 수 있었다. 신청서 데스크 옆에는 코스트코 제휴 삼성카드 가입 데스크가 붙어 있었던 것. 코스트코 회원가입 신청을 하는 고객을 상대로 삼성 신용카드 가입 권유를 받도록 유도한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래저래 불쾌감만 안고 돌아온 이씨는 코스트코 홈페이지를 아무리 찾아봐도 고객 민원을 수렴하는 곳이 없어 '문의' 코너를 통해 이메일을 보내고 나서야 광명점 관계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 역시 이씨에게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직원들 탓으로 돌리는 바람에 고객인 이씨는 진정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이씨가 한국 본사 측과 통화하고 싶다고 해도 연락처를 알 길이 없었다.
미국에서 8년간 살다 왔다는 이씨는 "미국에서 코스트코를 항상 이용했지만 한국처럼 이렇게 대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면서 "고객센터에 '코스트코의 정신' 두 번째 덕목으로 '고객존중'이 커다랗게 적혀 있던데 그 '고객존중'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이냐"고 말했다.
▶'고객친화'와는 거리 멀어…계산착오 보상제 없어
비단 이씨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스포츠조선 소비자인사이트가 확인한 결과, 코스트코는 제도적으로도 '고객친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토종 창고형 할인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 롯데마트 빅마켓과 크게 대조적이다.
코스트코 홈페이지는 회사소개, 매장위치, 회원가입 안내, 리콜안내 정도만 별도 메뉴로 돼 있을 뿐 고객 관련 코너는 없다. 홈페이지 맨 아래 보일 듯 말듯 '문의'라고 적힌 곳이 있지만 매장, 회원가입, 상품 문의를 주로 다룬다.
이씨가 겪은 사례에 대비한 '계산착오 보상제'도 없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경우 계산을 잘못해 고객에게 불편을 안겼을 경우 일정 금액의 상품권을 보상해준다. 그런가 하면 홈페이지는 물론 오프라인 매장에 고객서비스 전담 창구가 눈에 띄게 개설돼 있어서 발 빠르게 민원을 처리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트코코리아는 2013년 9월~2014년 8월(8월 결산법인) 연매출은 2조861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7%, 영업이익(1639억원)과 순이익(1315억원)은 각각 19.6%, 18.3% 증가했다.
1994년 한국에 상륙한 코스트코는 2008년부터 매년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했고 최근 5년간 매년 평균 3000억원 가량 매출을 늘리며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가만 앉아 있어도 제 발로 찾아와주는 고객 덕분에 외형이 커지자 거만해졌다는 비난이 이때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세심한 고객 서비스 부문은 외형 성장만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저녁 뒤늦게 해명에 나선 코스트코코리아 측은 "우선 해당 고객께 사과의 뜻을 전하는 편지를 22일 발송했다"면서 "계산착오 보상제의 경우 다른 유통기업과 시스템이 다른 점이 있어서 도입하지 않고 있다. 민원 처리 창구 등이 미흡하다는 지적은 겸허하게 청취하겠다"고 말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러 유형의 고객 응대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회사 측의 명백한 실수라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신속하고 진정성 있게 처리하는 등 리스크 관리체계가 있어야 한다"면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사건이 기업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