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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vs 삼성 세탁기 공방 2라운드…CES 앞두고 해외 경쟁 기업에 기회?

기사입력| 2014-12-22 09:59:28
LG전자가 21일 '삼성전자 임원 3명을 상대로 증거위조와 명예훼손 혐의로 12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지난 9월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독일의 가전 매장에 전시돼있던 삼성전자 세탁기의 도어 부분을 훼손했다며 검찰에 고발한 '세탁기 사태'의 맞대응이다.

세탁기 사태는 삼성전자가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박람회를 앞두고 조 사장과 LG전자 임원진이 독일의 가전매장에서 삼성전자 세탁기 제품을 고의적으로 훼손했다며 검찰에 고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LG전자는 '고의성이 없었다', '제품 테스트 과정이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삼성전자는 '전형적인 흡집내기'라며 LG전자 임원진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러나 LG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맞대응해왔다. 특히 삼성전자가 증거를 은닉하고 증거위조를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LG전자가 최근 삼성전자 임원 3명을 검찰에 고소한 이유다.

LG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9월 11일 매장 측으로 부터 넘겨받은 증거물(파손 세탁기) 제출을 미루다 최근 제출했다"며 "의도적으로 증거를 은닉했고 증거물로 제출되기 이전에 훼손이 있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증거물에 대한 증거위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가 언론사에 제공한 동영상에는 삼성전자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세탁기에 여러 차례 충격을 가하는 장면이 나온다"며 "그 세탁기가 삼성전자가 증거물로 제출한 세탁기와 동일한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만약 동일한 세탁기라면 증거물로 제출되기 이전에 훼손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탁기 사태를 놓고 양사간 입장이 극명히 엇갈리는 상황이다.

검찰은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사태와 관련, 조 사장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최근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체포영장 청구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사장이 검찰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 측은 이와 관련,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세탁기 논란과 관련해 최근까지 검찰 수사에 협조하여 LG전자 임직원 4명이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며 "조 사장이 연말 인사(12/1자)와 이후 사업부 단위 조직 개편, 전사 글로벌 전략회의(12/16~19) 참석, 내달 초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준비 등의 이유로 CES(2015.1/6~1/9) 일정 이후에는 언제라도 출석하겠다며 조사 일정을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도주의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검찰의 출국금지 등의 조치는 너무한 게 아니냐는 게 LG전자의 입장이다.

LG전자는 국내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중 하나다. 해외 경쟁업체들의 견제가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최근 사태는 '기업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수 있다.

재계 안팎에서도 이 같은 우려를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조 사장의 출국금지 조치는 LG전자의 향후 경영전략 수립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15년 1월6일부터 9일까지 미국에서 열리는 CES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CES는 전 세계 가전업체가 모이는, 한해 전략 제품 소개와 함께 신기술 등을 소개하는 자리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한해 경영전략이 송두리째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최근 대한항공의 땅콩회항으로 국내 기업 이미지가 글로벌 시장에서 추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탁기 사태로 인해 다른 국내 기업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땅콩회항으로 국내 재벌기업에 대한 해외 소비자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며 "CES를 앞두고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 간 법정 다툼은 해외 경쟁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CES에 참석하는 다른 기업에까지 좋지 않는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G전자가 증거은닉, 훼손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고소한 것과 관련,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공식입장 발표를 통해 "LG전자와 조성진 사장은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하지 말고,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당사는 지난 9월3일 독일에서의 세탁기 손괴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자 LG전자에 대해 고소를 했고, 검찰도 CCTV 자료화면과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당시 직원과 LG전자의 관련 직원들에 대한 조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번 세탁기 손괴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LG전자의 조성진 사장은 검찰의 수 차례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서 검찰 수사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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