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삼성-한화 빅딜, 이재용 부회장이 주도했나
기사입력| 2014-11-26 14:38:42
26일 발표된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의 '빅딜'이 누구 작품이었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6개월 넘게 장기 입원해 있다. 삼성그룹의 중차대한 일을 결정할 그 다음 인물은 이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꼽을 수 있다. 삼성그룹은 이번 건을 이 부회장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며 부인하는 분위기지만 위상이 높아진 이 부회장이 최종 의사결정을 내렸음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테크윈 등 계열사 매각 건은 한화그룹이 먼저 제안하면서 협상이 시작됐다"고 밝히고 있다. 한화가 방산부문인 삼성탈레스의 사업부 인수를 제안한 것이 빅딜의 시초라는 것.
하지만 최근 들어 삼성그룹의 중요한 일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아울러 그룹의 사업구조 재편과 맞물려서는 이번 사안이 실질적으로 이 부회장이 결단을 내린 첫 사례라는 얘기도 나온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삼성SDS-삼성SNS 합병, 제일모직 패션사업부 양도, 삼성웰스토리 분사, 제일모직-삼성SDI 합병, 삼성종합화학-삼성석유화학 합병, 제일모직과 삼성SDS 상장 등 사업 및 지배구조와 연관된 이슈가 많다. 이 중 제일모직 상장까지는 올해 초 이건희 회장이 재가한 사안으로 알려져 있다. 한화그룹과의 인수협상은 이재용 부회장이 처음부터 관여한 작품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의 공백을 메워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리커창 중국 총리, 경제 분야를 맡는 마카이 중국 부총리, 차세대 지도자 후춘화 중국 광둥성 당서기 등을 만났다. 또 미국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업계 유명 인사인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래리 페이지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과도 교류했다. 페이스북과는 페이스북폰, 가상현실(VR) 기기 등 사업논의도 했다.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 외국금융사 사장들을 초청해 만찬도 주재했다.
외신들도 이 부회장의 행보에 주목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해 일부 외신은 이 부회장의 절제된 감각과 경영 스타일에 주목하기도 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은 하버드대 동문이다. 이 부회장은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경영학 박사과정을 밟았고 김 실장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나왔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