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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출고가 인하 바람에도 인기 제품은 '그대로' 왜?

기사입력| 2014-11-26 10:20:49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에도 휴대폰 제조사의 핵심주력 제품의 가격은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는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음원·전자책 등 유료콘텐츠를 '무료 미끼상품'으로 내세우면서 '단말기 가격유지'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안팎에선 제조사들의 꼼수로 단통법이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주력제품군으로 올라갈 경우 가격 유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S5 광대역LTE 등의 최신 주력제품은 단통법 전후의 출고가 차이가 거의 없다. LG전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물론 최신 제품이 과거 출시됐던 제품과 같은 인하폭을 유지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조원가에 제조사의 '꼼수'가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유료 콘텐츠 무료화 꼼수 가격유지 활용

정부는 당초 단통법 추진의 이유로 단말기 제조원가 인하를 통한 가계통신비 절감을 꼽았다. 예컨대 과거 100만원에 판매됐던 휴대폰 원가는 30만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었다. 제조사는 이통3사에 보조금으로 대당 30만원 가량을 지급하고 이 금액을 원가에 포함시켰다. 제조원가를 제외한 마진 60만~70만원 가량을 통신사와 제조사가 나눴다. 제조사는 이통사를 통해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포함 40만원 가량에 초기 휴대폰을 구매하도록 한 뒤 나머지 금액은 할부약정을 통해 고스란히 분납 받아왔다. 정부는 단통법이 시행되면 불법 보조금 등의 문제가 사라져 단말기 제조원가의 인하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단통법 이후에도 휴대폰 제조원가의 인하 폭은 크지 않았다.

LG전자는 지난 25일 'G3' 스마트폰의 출고가를 79만9700원으로 내린다고 밝혔다. 출시된 지 6개월밖에 안된 최신 제품이기는 하지만 인하된 금액은 10만원에 그쳤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4의 경우 단통법 전후의 출고가 차이가 없고, 갤럭시S5광대역LTE 등의 최신 주력제품도 상황은 비슷하다. 팬택의 주력제품인 베가아이언2의 출고가가 78만3200에서 35만2000원으로 인하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업계 일각에선 이 같은 배경에 유료콘텐츠의 무료화의 '꼼수'가 숨어 있다고 보고 있다.

단통법 시행이후 보조금이 축소되자, 높아진 단말기 가격으로 인해 소비자의 신규 구입이 줄어들자 휴대폰 제조사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가 유료콘텐츠의 무료화다. 대표적인 대중문화 콘텐츠인 음원·전자책 등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자사 스마트폰만의 특화 서비스임을 강조,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는 것. 이 '미끼상품'은 대부분 핵심 모델에만 탑재했다. 최신 스마트폰의 경우 단말기 가격이 단통법 시행 전후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9월 국내에 론칭한 라디오형 스트리밍 '밀크뮤직'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를 사용하는 고객이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 받으면 360만 음원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갤럭시노트4, 태블릿 갤럭시탭S에 탑재돼 제공되는 디지털잡지서비스 '페이퍼가든' 역시 보그·엘르 등 총 27종의 매거진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LG전자도 방식은 다르지만 스마트폰 제조사로는 처음으로 스마트폰 케이스 미니 윈도에서 즐길 수 있는 퀵서클 케이스 전용 게임 '퍼피팝'을 G3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G3 사용자는 구글플레이스토어나 LG스마트월드를 통해 퍼피팝을 다운로드받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퍼피팝은 스마트폰 케이스를 열지 않고 케이스의 미니 윈도를 통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과거 인기를 모았던 '다마고찌'와 유사하다.

이처럼 유료 콘텐츠의 무료화를 통해 출고가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니즈가 없는 이용자에게도 콘텐츠 무료이용을 강제해 높은 단말기 가격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무료 콘텐츠 서비스를 단말기 가격에 포함시켜 소비자가 비싸게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 이용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

▶창조경제 핵심 콘텐츠 시장의 질서와 육성은 뒷전?

이 뿐만이 아니다. 휴대폰 제조업체의 이 같은 움직임으로 인해 유료콘텐츠 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료콘텐츠=무료상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콘텐츠 가치가 훼손, 유료콘텐츠 시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 콘텐츠업계 한 관계자는 "단통법 이후 제조가를 낮추지 않으려는 제조사의 꼼수에 합법적인 유료 콘텐츠 시장만 힘들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19대 국회 전반기에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이었던 염동열 의원(새누리당)은 "단통법이 유료콘텐츠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스마트폰을 비싼 값에 팔기 위해 자본력을 앞세워 무료콘텐츠를 미끼로 활용하는 것은 유료콘텐츠 시장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기조인 디지털콘텐츠진흥정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대기업이 자본력을 발상으로 유료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게 확대될 경우 그동안 형성됐던 유료콘텐츠 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것.

콘텐츠업계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창조경제를 내세우며 콘텐츠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거대자본 앞에 콘텐츠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며 "정부가 거시적 관점에서 콘텐츠 시장의 질서를 확립하고 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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