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대우전자가 최근 잇따라 협력업체와의 계약서와 관련해 논란을 빚고 있다. 한 협력업체는 동부대우전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데다 특허기술까지 침해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부대우전자는 계약상의 오해이고 계약서상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사진은 동부대우전자의 홈페이지.
지난 여름 제습기 협력업체와 납품계약 미이행 논란에 휩싸였던 동부대우전자가 이번엔 냉각기 협력업체의 특허 기술을 빼앗고 계약을 해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동부대우전자가 냉각기 전자부품 제조회사인 하영VIT로부터 금형을 납품 받았으나 이를 일방적으로 중지했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된 것. 특히 하영VIT는 동부 측의 요구로 대규모의 신규 투자까지 했던 상황이었다.
이에 앞서 동부대우전자는 올해 초 하청업체와 제습기 공급 계약을 맺었으나 일방적으로 계약물량을 줄여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동부대우전자는 계약상의 오해이고 계약서상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협력업체의 냉각기 금형 특허기술 탈취 의혹 받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 피해사례 1차 발표회를 갖고 "동부대우전자가 중소기업 하영VIT와의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하영VIT는 지난 2008년 동부대우전자와 물량을 전량 공급하는 납품계약서를 체결했다. 계약 체결 이후 동부대우전자는 구매물량 증가 계획을 이유로 하영VIT에 약 15억원의 신규 투자를 하도록 했다. 하지만 동부대우전자는 2012년 하반기부터 납품처를 다양화하기 시작했고, 하영VIT가 납품하기로 한 리피트(Repeat) 금형도 다른 납품처로부터 납품받았다.
또한 참여연대는 이 과정에서 동부대우전자의 특허 침해 의혹도 제기했다. 하영VIT은 자사의 특허 기술이 적용된 금형을 통해 제작된 밸브 플레이트를 동부대우전자에 납품해 왔다. 그런데 하영VIT에 따르면 동부대우전자의 요청으로 금형 제작 도면을 제공했는데, 2013년 들어 하영VIT의 금형 기술과 똑같은 기술이 적용된 밸브 플레이트가 다른 납품업체를 통해 동부대우전자에 납품됐다. 이후 동부대우전자와 하영VIT와의 거래관계는 중지됐다.
더욱이 하영VIT는 기존 협력업체마저 동부에 빼앗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동부대우전자는 하영VIT의 납품업체들과 접촉해 하영VIT에서 제공하는 단가보다 높은 단가를 책정해 거래를 유도했고, 하영VIT은 이들 납품업체들로부터 물량을 모아 동부에 납품하는 형국이 돼버렸다. 이 과정에서 동부대우전자의 대금 지급 방식이 바뀌었다. 동부대우전자가 하영VIT의 협력업체에 직접 대금을 지급하고, 하영VIT에게는 이 대금을 공제하고 대금을 지급하는 과정을 반복했다는 것. 결국 하영VIT의 협력업체 대부분이 하영VIT과의 거래관계를 끊고 동부대우전자와 직접 거래하는 상황이 됐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수직계열화된 원-하청 관계에서 대기업이 제안하는 '협력 사업'은 중소기업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라며 "이런 중소기업의 처지를 악용해 대기업이 사업 협력을 명분으로 중소기업에 접근한 뒤 중소기업이 가진 기술과 특허를 탈취하거나, 중소기업의 투자 이후 계약을 파기하는 등의 횡포를 부리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동부대우전자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계약서의 내용은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독점 공급과 특허 소유 등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이 같은 내용으로 하영VIT 측이 제소해 지난달 말 1심 재판이 열렸지만 우리의 승소로 결론났다"고 해명했다.
▶제습기 하청업체와도 계약 미이행으로 소송전 진행 중
동부대우전자와 협력업체와의 '물의'가 이것만은 아니다. 지난 여름에도 동부대우전자는 하청업체와 제습기 계약을 맺고도 일방적으로 납품 물량을 줄였다는 의혹으로 한 차례 몸살을 앓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부대우전자는 올해 초 충남 논산의 한 중소업체인 프렉코에 연간 5만5000대의 제습기 납품을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동부대우전자는 다른 업체보다 먼저 독점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올해 마른장마가 이어지면서 제습기 판매가 저조하자 동부대우전자는 당초 주문 물량의 20%인 1만2000여대만 구매하겠다고 했다. 이로 인해 제품 생산을 위해 총 70억원을 투자한 프렉코는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됐다. 하지만 동부대우전자는 계약서상 조항을 근거로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프렉코는 계약 체결을 위해 진행된 업무협약에서 연간 5만5000대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항변했다.
결국 프렉코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지만 해결점을 찾기 어려워지자 동부대우전자를 고소했고,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에 관련,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연간 발주 물량을 보장한다는 사실은 없다. 발주 수량, 단가, 납기 등은 최소 4주 전에 하는 주문서에 의해서 결정된다"며 "해당 업체의 주장은 별첨 조항에 있는 숫자일 뿐이며, 이 숫자는 단순히 금형의 감가상각을 가늠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2년 계약으로 되어 있는데, 계약한지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소를 제기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간다"고 덧붙였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