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이재용 부회장, 경영승계 임박?…금융계열사 지분 인수에다 승지원 만찬 주최
기사입력| 2014-10-28 18:03:15
병상에 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외동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승지원에서 만찬을 주최하는가하면,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룹 총수인 이건희 회장이 지난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후 왕성한 대외활동을 하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란 게 재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재계 일각에선 국내외 굵직한 인사들과 접촉을 넓히고 있는 만큼 경영권 승계를 넘어 총수로서 입지를 굳히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생명 지분 매입 추진, 지배력 강화 포석 가능성
28일 재계 및 금융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최근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삼성화재 지분 인수에 대한 법적 검토를 요청했다. 지난 6월말 기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 회장(20.76%)이다.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가 19.34%의 지분율로 2대주주이며 삼성문화재단(4.68%)과 삼성생명공익재단(2.18%) 등이 특수관계인에 올라 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이 부회장이 인수하려는 지분은 1% 미만으로 전해진다. 인수하려는 지분의 양은 적지만 인수가 이뤄질 경우 아버지인 이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위치에 오르게 된다. 이 부회장이 이 회장의 삼성생명 최대주주 자리를 이어받기 위해 사전 시동을 건 것이 아니냐는 게 재계와 금융계의 분석이다. 삼성그룹은 오너일가가 삼성에버랜드를 지배하고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지분이 자녀들에게 분산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이 부회장에게 삼성생명 지분이 갖는 의미는 클 수밖에 없다는 것. 에버랜드가 지주회사가 될 경우 삼성생명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깨질 수 있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 경영승계와 관련, 자칫 문제가 될 수 있는 점 등을 대비해 2중 보안장치를 만들어 놓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얘기다. 특히 경영승계를 위한 그룹 지배력 강화의 상징적 의미는 덤이다.
▶해외 금융사 사장단 승지원 만찬 직접 나서
이 부회장이 최근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세계적인 정보기술(IT)기업인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등 그동안 그룹 내부 지배력 확보를 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더욱이 이 부회장은 지난 27일 삼성의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중국과 일본의 주요 금융사 사장들과 만찬을 가졌다. 이 부회장이 승지원에서 만찬을 주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승지원은 그룹 총수인 이건희 회장이 국내·외 주요 인사를 만나거나 삼성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여는 장소로 주로 사용되는 곳이다. 그룹 경영전략 관련 싱크탱크로 불리는 곳인 만큼 이 부회장이 만찬을 주최했다는 것은 그룹 경영의 최전방에 서있다는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승지원에서 만찬을 주최한 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 그러나 재계는 이 부회장의 승지원 만찬이 경영 최전방에 서서 그룹 경영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의미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해외 금융사 사장단 만찬 주최 외에도 왕성한 대외활동을 벌이며 경영승계가 임박했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방한한 미국과 중국의 국가원수를 만났고, 지난 9월 대구창조경제단지 행사에선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수행하기도 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