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동부그룹, 공장 전기세는 못내는데 구조조정은 더디고
기사입력| 2014-10-22 10:49:34
유동성 위기에 빠져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동부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최근 전기세도 못내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알짜배기 계열사 중 하나인 동부메탈의 동해공장은 한국전력에 전기세를 못내 단전 상황 직전까지 몰렸다. 이에 앞서 동부제철도 전기요금을 체납해 단전 최후통첩까지 받았다가 간신히 이를 모면하기도 했다. 이처럼 동부그룹 계열사들이 위기에 몰린 것은 지난해 11월 구조조정을 발표한 이후 자산매각 등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어서 이를 어떻게 타개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동부메탈·동부제철, 전기요금 369억원·422억원 체납
한국전력은 지난 20일 동부메탈에 3개월 동안 밀린 전기요금 369억원을 내지 않으면 21일 오전 10시에 동해공장에 전기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최종 경고했다. 다급해진 동부메탈은 급하게 369억원 중 50여억원을 일부 납부하면서 단전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겨우 모면했다.
그러나 한전은 일부 전기요금을 납부한 것에 대해 당장 단전을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미납 요금이 많은 상황이라 언제고 전기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장 동부메탈 동해공장의 7월분 전기요금 143억원 중 50여억원을 낸 것뿐이라 여전히 7월 전기요금은 미납인 상태이다. 나머지 93억여원을 납부해야 7월 전기요금을 완납하는 것이다.
한전은 동부메탈 동해공장과 협의를 거쳐 7월분 미납 요금 93억여원은 이달 말까지 분납받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체납중인 2개월분 전기요금에 대해선 2015년 2월까지 여러 차례에 나눠서 납부하는 것으로 협의했다. 동부메탈의 동해공장은 강원도 동해 지역의 주요 산업시설로 지역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 공장이 멈추는 것은 물론 실질적으로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한전 역시 최대한 동부메탈의 편의를 봐주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동부메탈이 한전과의 협의를 제대로 지킬 수 있냐는 것이다. 동부메탈의 현재 재정 구조로 원활하게 밀린 전기요금을 내면서 문제없이 공장을 정상 가동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다. 동해공장은 정상가동 시 매달 평균적으로 약 130억여원의 전기요금이 발생한다. 매달 정상적으로 130억여원의 전기요금을 내고 미납된 전기요금까지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대체적으론 회의적인 반응이다.
동부그룹 계열사의 전기요금 미납 사태는 동부메탈뿐만이 아니다.
충남 당진의 동부제철 역시 한전에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전기요금 422억원을 체납해 단전 최후 통보를 받으며 마지막 상황까지 몰렸었다. 한전은 동부제철에 지난 17일 오후 5시에 동부제철 1공장 냉연공장 예비공급선을 시작으로 단전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결국 동부제철은 17일 오후 5시쯤에 한전 측에 7월분 미납 요금 139억여원을 납부하면서 단전 조치 직전에 겨우 피했다.
동부제철은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8월분 미납요금 135억6000여만원, 9월분 146억4000여만원을 밀린 상태다. 동부제철도 동부메탈과 마찬가지로 밀린 전기요금을 분납하겠다고 한전과 협의를 했지만 이를 제대로 시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구조조정 통한 정상화 계획 지지부진…채권 발행 막히면서 '돈맥경화'
당초 동부그룹은 자산매각 등의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그룹을 정상화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자산매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극단적인 상황까지 몰렸다.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만기 회사채 상환을 위한 채권 발행이 막히면서 심각한 '돈맥경화'에 빠졌다. 게다가 채권은행들이 동부그룹에 대한 채권 회수를 하면서 돈줄은 더 막히게 됐다. 동부그룹이 전기세도 제대로 못내는 이유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11월 2조6569억원의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1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 자구계획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지 않다는 평가다. 지난 1년 동안 자구계획의 13.7%인 3645억원밖에 실행하지 못했다. 특히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10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하기로 약속을 했지만 아직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 심지어 김준기 회장은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계열사 임직원들에겐 증자액을 할당하면서 정작 동부제철 지분 4.8%, 동부건설 지분 33.92%를 소유한 본인은 유상증자에서 쏙 빠져 논란이 일고 있다.
그나마 동부그룹의 알짜배기 회사인 동부특수강은 업계에서 2500억~3000억원 정도의 몸값으로 매각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매각액의 1100억원은 산업은행이 설립한 사모투자회사로부터 받은 거라 온전히 동부그룹의 자산도 아니다.
동부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동부메탈과 동부제철이 공장 운영의 기본 중의 기본인 전기요금까지 못내는 사실 자체가 현재 동부그룹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