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한전부지 현대차 낙찰, 통큰 베팅에 삼성도 깜짝…승자의 저주 논란도
기사입력| 2014-09-18 15:22:13
재계의 관심이 쏠렸던 한국전력의 서울 삼성동 본사 부지는 현대차그룹에게 낙찰됐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통큰 베팅'에 재계는 놀랐고, 그 여파로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한전의 주가는 희비쌍곡선을 그렸다.
한전은 18일 부지입찰 절차를 종료하고 이날 응찰자들의 제출 가격을 검토한 결과 현대차그룹이 최고가로 낙찰 받았다고 발표했다. 낙찰 가격은 10조5500억원이다. 부지 감정가는 3조3346억원이다. 감정가 세 배를 넘는 엄청난 금액이다.
한전의 입찰 하한선은 부지 감정가와 같은 3조3346억원이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입찰 경쟁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돼 업계는 5조원까지 내다봤지만 결과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날 입찰에는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 외에 11곳도 응찰했지만 보증금을 내지 않았거나 예정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써내 11곳 모두 무효 처리됐다.
한전은 특혜 시비와 헐값 매각 논란을 의식한 듯 입찰 때마다 가격이 최우선 요소임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한전은 26일까지 현대차그룹과 부지매각 계약을 체결하고, 매각 대금은 1년안에 완납하면 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주요계열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응찰했다.
▶100년 앞을 내다본 통 큰 베팅?
현대차그룹은 이날 한전부지 인수 이후 공식 입장을 내고 "한전부지에 그룹의 제2 도약을 상징하는, 차원이 다른 공간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또 "자동차산업과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자동차 산업 관련 외국인과 관광객을 적극 유치해 경제 효과를 창출함으로써 국가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100년 앞을 내다본 글로벌 컨트롤타워로서 그룹 미래의 상징이라는 설명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110층 규모의 초고층 건물을 필두로 30여개 그룹사가 입주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통합사옥, 여기에 복합문화시설을 갖춘 서울 강남의 랜드마크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자동차 박물관, 전시장, 체험관 등 자동차 테마파크, 백화점 등 쇼핑공간도 들어설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장기 포석을 염두에 둘 때 10조5500억원은 결코 높은 가격이 아니다"라며 "미래가치를 감안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현금자산이 30조원에 육박하고 땅값과 개발비용을 포함한 17조원은 8년간 계열사들이 합심해 분산투자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굵직굵직한 현안을 해결할 때 '통큰 행보'를 보였던 정몽구 회장의 의중이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승자의 저주' 논란 불거져
컨소시엄 없이 단독 응찰을 한 삼성전자는 4조원 중반대 금액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현대차그룹이 10조원 이상을 적어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재계와 증권가, 부동산업계 모두 의외라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이 현금동원능력 1위인 삼성전자를 너무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경쟁을 통해 목적을 달성했지만 과다 투자로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0년간 서울 강남 부동산 가격이 여러 요소를 고려해도 연평균 9% 상승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거품이 지속적으로 빠지고 있는 상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도 낙찰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 현대차그룹 주요계열사 주가가 폭락했다. 현대자동차는 9.17% 하락하며 19만8000원까지 내려갔다. 기아자동차도 7.8%가 빠지며 5만4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모비스 역시 7.89% 내려간 25만7000원을 기록했다. 한편, 성공리에 부지를 판매한 한전 주가는 5.82% 급등한 4만6400원을 기록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