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태광그룹 오너가 일감 몰아주기, 고배당 논란에 비정규직 파업 불똥
기사입력| 2014-08-20 09:58:06
정부가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재벌의 일감몰아주기 철폐에 주목하는 이유는 파생되는 피해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내부 거래로 인한 공정거래가 무너지고, 중소기업은 기회를 박탈당하고, 오너 일가는 편법적으로 기업 이익을 독점한다. 태광산업의 오너 일가 챙기기는 수년간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요지부동이다.
최근 태광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오너 일가 고배당 논란은 비정규직-간접 고용 문제로까지 불똥이 튄 상태다. 지난 18일 일부 국회의원과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관계자 등이 모여 '방송 통신업계 간접고용 해결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최근 씨앤앰(C&M)과 태광그룹 계열사인 티브로드 등 종합유선방송사업자 하청업체 노동자 파업 장기화가 이슈였다. 통신업계를 포함한 한국 산업 전반의 간접고용 문제 해법을 논하는 자리에서 원청인 티브로드를 넘어 티브로드의 대주주인 태광산업의 문제해결 의지까지 도마에 올랐다. 토론회에서는 법적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간접고용 폐해가 개선되려면 원청의 개선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티브로드 하청업체 노조는 사태 책임회피 이면의 태광그룹 일감몰아주기와 비상장사 고배당을 통한 오너가 지원을 정면 비판하고 있다.
▶태광그룹, 오너 가족회사에 전방위 일감몰아주기 의혹
태광그룹은 태광산업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는 실적이 부진하지만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 오너가(家) 지분이 많은 비상장사 매출은 꾸준하다. 지난해 태광그룹 계열사 34곳의 총 영업이익은 2362억원으로 2012년 3422억원에 비해 1060억원 감소했다. 경기침체와 더불어 투병 중인 이 전 회장의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굵직한 투자 등 경영현안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총수일가 친인척이 20% 이상 지분을 출자한 비상장사 11개사의 내부거래 영업이익 비율은 2012년 79.69%에서 지난해 79.17%로 여전했다. 정보기술(IT) 및 부동산업체인 티시스는 2013년 전체매출액 1170억원 중에서 계열사 내부거래로 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티시스는 이 전 회장(51.01%), 배우자인 신유나씨(2.18%), 2세인 현준씨(44.62%)와 현나씨(2.18%)가 지분 100%를 가진 대표적인 가족 회사다. 그룹을 등에 업고 안정적인 매출을 올렸다.
태광그룹의 오너 일가 챙기기는 거의 모든 계열사가 해당된다. 실내건축공사와 디자인그래픽을 다루는 회사인 에스티임은 신유나씨와 현나씨가 51%와 49%로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관계사다. 에스티임은 지난해 매출 50억원에 영업이익 4억2300만원을 기록했다. 2013년 매출은 하락세였지만 2012년에는 100억원의 매출에 영업이익도 10억원에 육박했다. 에스티임의 지난해 매출액 중 85%인 42억8000만원은 내부거래를 통해 만들었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그룹 계열사 내부거래로 25억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한 상태다.
에스티임과 마찬가지로 신유나씨와 현나씨가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와인도소매 업체인 메르뱅과 바인하임도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다. 메르뱅은 지난해 매출 7억6600만원 중 내부거래가 6억6100만원, 바인하임도 21억1600만원 중 20억700만원이 내부거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두 회사가 판매하는 와인은 대부분 태광그룹 계열사의 선물용으로 구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티브로드, 협력업체 인사권에 개입…위장도급 논란 팽배
티브로드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임금인상과 상생지원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파업 중이다. 직장폐쇄로 노동자들은 거리로 내몰린 상태다. 협력업체 사장들로 구성된 협력사협의회와의 교섭은 진전이 없었다. 노동자들은 원청인 티브로드의 책임 있는 자세와 나아가 모기업인 태광그룹이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티브로드는 "협력업체 임금과 처우개선은 어디까지나 협력업체의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실제 소비자들이 최일선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다. 소비자들은 이들 작업 기사들을 당연히 티브로드 직원으로 생각한다. 친절한 서비스를 받으면 티브로드를 칭찬하고, 반대의 경우 티브로드에 민원을 넣는다. 이런 이유에 근거해 협력업체 노조는 티브로드 1대주주인 태광산업(그룹)의 전향적인 협상의지를 촉구하고 있다. 티브로드는 직장 폐쇄의 주체는 티브로드가 아닌 티브로드 협력업체의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자신들은 협력업체와 계약관계에 있고, 노사 갈등에 개입하면 경영권 침해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이번 노사갈등에 자신들이 개입하면 협력업체의 고유 경영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티브로드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수년간 원청인 티브로드가 협력업체의 활동에 깊숙히 관여해 왔다.
종합유선방송계 전반에 팽배한 위장도급 논란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티브로드는 40여개의 고객센터와 기술센터의 인사권과 임금지급 등에 본사가 깊이 관여해 문제가 됐다. 센터장 등 핵심인력의 배치와 활동비까지 직접 본사에서 책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설치 기사들의 교육과 각 센터의 마케팅, 매출 달성 등은 본사가 직접 관리하다시피 했다.
도급업체를 사용하는 이유는 아웃소싱을 통한 인력관리, 업무 효율성 등이다. 도급은 노동력 제공만 하고 노무 거래는 없지만 인사와 연봉에 관여했다고 하면 이는 도급이 아닌 고용계약인 셈이다.
때문에 태광그룹의 행태와 관련, 편리하게 이용하다가 하청업체의 노사관계에서 불협화음이 나자 '나몰라라'식으로 선을 긋는 것은 이익만 극대화하고 적절한 비용은 지불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티브로드 관계자는 "현재로선 협력사협의회와 노조 간의 협상을 지켜보고 있다. 협상이 타결되면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지원책도 강구할 것이다. 외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다단계식 하도급 업태는 티브로드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