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롯데건설, '갑질 행태'에 하청업체들 피해 눈덩이
기사입력| 2014-08-19 08:56:18
시공능력평가 7위의 대기업 롯데건설의 '갑질 행태'가 도를 넘었다. 특히 공사장의 제일 말단인 재하청업체와 일당 근로자인 약자들에게 손해를 떠넘기는 형식으로 피해를 준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롯데건설의 일을 맡아 진행한 한 하청업체는 롯데건설의 책임 떠넘기기와 말 바꾸기로 부도 직전까지 몰렸다며 무책임한 행태에 울분을 토했다. 문제는 롯데건설의 이런 행태가 이번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건설업계에선 롯데건설에 대한 하청업체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는 평가다.
▶믿었던 대기업 롯데건설에 발등 찍힌 하청업체 부도
인테리어 시공업체 A사는 올해 초 인천 옹진군의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의 군사시설공사를 맡은 롯데건설의 하청업체 B사의 재하청업체로 건설에 참여했다. A사는 아파트 단지 조성 같은 대규모 공사가 아니라 별 문제없이 진행되는 쉬운 공사일 것으로 예상하고, 타일과 인조대리석 작업을 맡아 진행했다. A사는 롯데건설 측과 계약한 시공 완료 날짜인 3월 25일에 맞춰 인력과 장비, 자재 등을 준비하고 1월에 시공을 시작하려고 기다렸다. 그런데 롯데건설과 하청업체가 당초 예상한 시공 날짜보다 늦게 공사를 마무리하는 바람에 1월에 시작했어야할 공사가 3월까지 연기됐다. 당연히 A사는 이전 공사가 끝나기를 무작정 기다렸고, 대기 중인 일일 노동자들에게 임금·숙박비·교통비 등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롯데건설 측의 문제로 추가 비용이 발생한 셈이다.
늦게 공사를 시작한 만큼 A사는 공기에 맞추기 위해 추가로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 공사를 진행했다. 결국 A사는 늘어나는 추가 비용에 당초 계약금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됐다. 또 당초 계약했던 물량보다 적은 물량을 주며 물량을 줄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A사는 사전 공사를 진행한 하청업체 B사로부터 공사비를 보전해 준다는 각서를 받았다. 또 롯데건설 현장 책임자로부터 하청업체 B사를 대신해 직접 롯데건설이 대금을 지불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대기업인 롯데건설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A사는 공사가 끝나자 180도 바뀐 롯데건설과 하청업체의 태도에 깜짝 놀랐다. 이번 공사로 5000만원 정도의 손해를 본 A사는 보존비용을 롯데건설 측에 요구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하청업체 B사에게 물으라는 책임 떠넘기기였다. 실제로 A사는 롯데건설 측에 직접 공문을 보내기까지 했는데, 담당자가 처리해주겠다며 차일피일 시간만 끌다가 결국 롯데건설은 A사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답변만 내놨다. 소규모 건설 하청업체인 A사는 부도를 맞게 됐다.
A사 대표는 "국민 혈세로 하는 군관공사인데 어떻게 롯데건설이 소규모 업체들에게 적자를 떠넘기고 부도를 내게 하고, 인건비마저 지불 못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돌이켜 보면 공사마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국민의 혈세만 낭비하고 하청업자와 재하청업체만 죽이고 롯데건설만 살찌우는 공사였다. 이번 공사에서 하청업체, 재하청업체 중에서 손해를 안 본 사람이 없다. 계약서도 안 쓰고 일을 한 미장이 같은 개인과 업체들은 억울해도 어디 가서 하소연 할 곳도 없다"라고 억울함을 토했다.
그럼에도 A사는 롯데건설을 상대로 소송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 작은 하청업체가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또 A사는 막대한 소송비용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건설은 이런 점을 악용해 '을'인 하청업체와 아무런 힘이 없는 일일노동자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롯데건설 관계자는 "대청도 공사와 관련해서는 1차 하청업체에 모든 비용을 이미 지급했다. 재하청업체의 경우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재하청업체에 대금을 지급할 법적인 명분이 없다. 추가공사 대금의 경우엔 공사를 마친 후 계약서 변경과 대금 정산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대금 지급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롯데건설 상습적인 체불로 하청업체 죽이나
롯데건설의 하청업체를 상대로 한 횡포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롯데건설은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의 수족관 인테리어 시공을 맡은 하청업체 다원인터내셔날에 공사대금 25억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다원인터내셔날은 인테리어 시공을 진행하면서 롯데건설이 추가 요구한 시공들을 진행했다. 그러나 롯데건설이 추가 시공과 관련된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또 롯데건설이 진행한 제주 롯데시티호텔 신축공사에 참여해 공시를 마쳤음에도 12억1200만원의 대금도 받지 못한 상태다.
지난달엔 롯데건설이 시공사인 상주-영덕 간 고속도로건설사업 18공구에서 주요 하청업체인 비엠건설이 부도나면서 재하청업체들의 피해가 잇따랐다. 재하청업체들은 노무비 3억5000만원, 자재비 3억7000만원, 장비 2억8000만원 등 12억여원을 못 받았다. 공사는 중단된 상태이고, 재하청업체들이 롯데건설 현장사무소 앞에서 체불임금 보상 요구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은 미지급금의 30%를 보상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2009년 1월 현대제철 화성공장 건설공사 중 추가공사를 시작한 하청업체에 작업 개시 후 6개월이 지나서야 서면 계약서를 발급하기도 했다. 또 공사를 완료했지만 공사대금을 계산한다는 이유로 1년6개월이 지나도록 공사 대금 28억3000만원과 지연이자 7억7900만원, 어음할인료 17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결국 롯데건설은 이 건으로 지난 2011년 공정위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았다.
지난해엔 롯데건설이 맡은 부산의 영도대교 재개통 공사 과정에서 하청업체가 부도가 나면서 재하청업체로 참여했던 60여개사가 인건비와 장비사용료 등 10억원을 못 받은 일도 있었다.
업계에선 롯데건설의 하청업체가 유독 부도가 많은 이유로 롯데건설의 인색한 공사비 책정을 그 원인으로 꼽는다. 일명 '단가 후려치기'로 1차 하청업체에게 과도한 책임을 넘기고 이는 곧 2차 재하청업체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내려간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3년 이내 현장의 최저단가'라는 자체기준을 적용해 단가를 무조건 깎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측은 "과장된 부분이 있다. 대형건설사인데 그렇게 단가 낮추기만으로 공사를 진행하지 못한다. 또 하청업체 문제로 재하청업체들에게 도의적인 차원에서 보상금을 따로 지급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밝혔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