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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카드 '만지작' 동국제강, 과연 돌파구 찾을까

기사입력| 2014-08-13 13:52:43
장세주 동국제강 그룹 회장은 지난 7월 7일 창립 60주년 기념사에서 "우리는 부산 용호동 불모지에 철강사를 세우고 당진·인천·포항을 거쳐 브라질에까지 글로벌 역량을 개척해 왔다"고 힘줘 말했다. 장 회장은 "우리의 또 다른 브랜드 네임인 라틴어 페럼(ferrum)은 철을 뜻하면서 영원함이라는 의미도 지닌다"면서 "영속성을 가진 페럼처럼 60년, 100년을 넘어 오랜 기간 건재하는 동국제강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철강 종가인 동국제강의 최근 사정은 좋지 않다. 세계적인 철강경기 하락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가운데, 공급 과잉과 수익성 악화가 겹쳤다. 2011년 5조9094억원이던 매출은 2012년 4조9694억원을 찍더니 지난해 4조11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6월엔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획기적인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인데, 이를 위해 동국제강은 최근 유니온스틸(옛 연합철강)과의 합병 카드를 꺼내들었다.



▶유니온스틸과의 52년만의 합병카드 '만지작',

동국제강은 최근 자회사 유니온스틸과 합병을 위해 삼일회계법인을 자문사로 선정했으며, 합병 타당성을 검토 중이다.

유니온스틸은 현재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동생인 장세욱 사장이 이끌고 있다. 건축용, 가전용 컬러강판 제조업체로 지난해 583만t의 컬러강판을 생산해내며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최근 4년 연속 연결기준 2조원 넘는 매출액을 올렸으며 올해 1분기에도 매출 5282억원, 영업익 121억원을 기록했다. 동국제강(지분 65.11%)은 유니온스틸의 최대주주다.

동국제강의 유니온스틸 합병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 이유는 장기화되는 철강업계 불황 속에서 현금창출력 확보를 위한 선택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 3위지만, 업계 불황이 지속되면서 동국제강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동국제강의 주력 상품인 후판의 경쟁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2011년 3조2800억원을 기록했던 후판 부문 배출은 지난해 1조4008억원에 불과했다. 중국의 물량 공세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원료인 슬래브의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후판을 팔고도 남는 게 별로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현대중공업이 물량 대부분을 현대제철에 발주한 타격까지,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또한 지난 6월엔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 등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되면서 주가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따라서 양사가 합병할 경우 동국제강 사업에 유니온스틸의 현금이 투입되는 구조가 가능하다. 오는 9월 2500억원 회사채 만기를 앞둔 동국제강으로서는 일단 현금창출력을 강화하는 것이 현재의 재무적 부담을 덜기 위한 급선무라 할 수 있다.



▶합병 시너지 효과 작아 돌파구는 안 될 듯

동국제강 채권단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무구조 개선 일환으로 동국제강 소유 패럼타워 매각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를 강력히 반대한 장 회장이 이번 유니온스틸 카드를 꺼네든 것이다.

그러나 과연 합병이 성사되면, '철강산업 시너지 극대화'가 이뤄질 수 있을까.

업계 반응은 일단 유보적이다. 동국제강이 직접적이며 즉각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란 반응도 나온다.

유니온스틸이 동국제강에 비해 이익 규모가 작기에, 합병이 된다 해도 재무구조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을 보고 있다.

또한 두 회사의 주요 사업에서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체절과 현대 하이스코의 합병처럼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얘기다. 현대제철은 열연, 하이스코는 냉연으로 자동차강판 생산 공정을 2원화하는 체제였으나 합병을 통해 열연과 냉연 모두를 확보하게 됐다. 생산 공정의 일원화는 물론 수익성 제고가 현실화된 것. 그러나 동국제강의 주요 사업이 건설용 철강재와 후판 생산이고, 유니온스틸은 컬러강판을 주로 생산하기에 시너지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으리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따라서 업계에선 "고정비 절감이나 약간의 이자비용 지출 등에 대한 도움 정도가 가능할 것"이라며 "사업적 시너지 효과나 재무구조에 있어 두드러지는 개선 등에 대해선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편 동국제강그룹은 지난 1954년 장경호 회장이 창업한 철강사다. 이후 창업 2세대에서 3남 장상태 회장을 중심으로 동국제강을, 5남 장상건 회장은 동국산업을, 6남 장상돈 회장은 한국철강(현 키스코홀딩스)을 중심으로 계열 분리한 바 있다. 이어 동국제강은 현재 3세인 장세주 회장, 장세욱 유니온스틸 사장을 중심으로 형제경영을 하고 있다.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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