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홈플러스, '경품사기' 비도덕적 경영 논란
기사입력| 2014-07-29 09:18:25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다. 홈플러스가 고객들을 상대로 다양한 고가의 경품 행사를 진행하고 실제로는 경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고객을 우롱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넘어 '고객에게 사기를 벌인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대형업체의 도덕적인 경영을 믿었던 고객들에겐 큰 배신감마저 준다. 특히 홈플러스는 그동안 재계에서 사회공헌 등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기업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최근 열린 '제2회 대학생 Y-CSR 컨퍼런스'에서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고 나눔과 기여의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첨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고지 안 해…이벤트 진행하며 고객 정보 팔아 수익
지난 27일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시사매거진 2580'이 '홈플러스의 경품 사기극'을 방송했다. 방송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2월 고가의 다이아몬드, 고급 외제차 등 몇천만원 상당의 1, 2등 경품을 내걸고 고객들을 상대로 행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 경품이 실제로는 1, 2등 당첨자에게 지급되지 않았다. 심지어, 1등 경품인 유명 브랜드의 7800만원짜리 클래식 솔리테르 링 다이아몬드(2캐럿)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제품이었고, 다이아몬드 회사 측은 홈플러스와 행사는 물론 연락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1등 당첨자라 알려진 소비자는 자신이 1등에 당첨된 사실도 모르고 있었고, 홈플러스 측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적이 없다고 황당해했다. 2등 경품인 고급 승용차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안 됐고, 당첨자가 전화를 안 받아서 경품을 전달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런 경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몇 년 째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지난해 11월에 6000만원 상당의 외제차를 경품으로 걸고 진행했던 이벤트 역시 상황은 같았다. 1등 경품 당첨자는 자신의 당첨 사실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 1등 당첨자 역시 홈플러스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질 못했다. 지난해 7월 부산 홈플러스에서 진행한 이벤트에서 한 고객은 중형차에 당첨됐지만,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고, 당첨 사실을 알지 못했다. 2012년에도 자동차 경품을 내걸었다가 지급을 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홈플러스 측은 "점포에 한 달간 경품 결과를 게시하고, 홈페이지엔 3년 간 공지를 한다. 3주 동안 지속적으로 유선 연락을 하지만, 연락이 되지 않을 시 경품지급을 보류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당첨자 발표를 뒤늦게 확인하고 연락이 올 경우에 당첨 경품을 지급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홈플러스 측은 고가의 경품에 당첨된 고객들에겐 사실을 적극적으로 공지하진 않았다. 경품으로 고객들을 유치하고선, 정작 고가의 경품을 지급할 때가 되면 비용을 아끼기 위해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셈이다. 또한 경품 이벤트에 홈플러스 직원 또는 직원의 지인들이 경품을 받는 경우들도 있어 추첨의 공정성에 의심을 살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경품 미지급뿐만 아니라, 경품 이벤트로 모은 고객 정보를 보험사 등의 금융사에 판매해 홈플러스가 수익을 올린다는 점이다. 실제로 그동안 진행했던 이벤트가 순수하게 고객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진행된 게 아니라, 매출을 올리는 사업으로 진행됐던 것이다.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소비자들이 기재하는 개인정보를 홈플러스가 제휴 금융사에 전달할 수 있다는 동의서를 받는데, 그 정보들을 적게는 1개당 2000원 이상의 금액에 판매해 수익을 올렸던 것이다. 고객들은 홈플러스의 순수 사은 행사라 믿었는데 실제로는 고객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홈플러스의 수익 사업이었던 셈이다. 홈플러스 내부 자료엔 이벤트를 통한 고객 데이터베이스(DB) 판매가 사업모델이자, 목표 매출액까지 설정할 정도였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보험사와 제휴해 혜택은 크고 가격은 저렴한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고객들께 불편을 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지급이 보류된 경품들은 연락을 취해 모두 지급될 수 있게 하겠다. 조사를 거쳐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테스코본사에 로열티 616억원 송금…'해바라기 경영'하며 한국시장 홀대?
CSR을 활발하게 전개하던 이승한 회장의 후임 대표이사로 지난해 5월 취임한 도성환 홈플러스 대표는 그동안 '상생과 성장'을 내세우며 경영을 펼쳤다. 전임인 이승한 회장도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CSR 활동을 활발하게 벌였다. 지난 2000년 창설된 UNGC는 민간 기업들이 유엔기구·정부·노동·시민단체 등과 연계해 인권·노동·환경·반부패 등 4대 가치를 실현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최근 발표된 동방성장위원회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3년 연속 꼴찌를 차지했다. 이 부분에서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기업은 홈플러스가 유일하다. 그래서인지 대형 유통 업체 중 유독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상인들과의 마찰이 많았다. 다만, 본사인 영국 테스코사에 엄청난 로열티를 지급하는 등 본사에 대해 '해바라기 경영'을 펼쳤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로열티로 영국 본사에 616억1700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전보다 약 20배 가까이 늘어난 금액이다. 도성환 대표가 한국 고객과 한국 시장보다는 영국 본사를 더 신경 쓰는 게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방증이다.
한국시장에서 이마트, 롯데마트와 함께 빅3로 꼽히고 있는 홈플러스. 지금 같은 한국 고객 홀대와 한국 시장에서의 상생을 저버리는 홈플러스의 경영이 당장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