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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유업, 장기계약후 사라져 '먹튀' 사기 논란

기사입력| 2014-07-25 12:15:22

제주도에서 생산된 유기농 제품인 것을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던 제주유업이 돌연 사업을 접으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우유·치즈 등의 유제품을 판매하던 제주유업이 지난 5월 말부터 일방적으로 제품 배달을 중단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것. 특히 제주유업의 서울 강남의 사무실이 현재 폐쇄된 상태라 처음부터 '먹튀' 의도로 사업을 시작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받고 있다.

▶6개월 선금 내면 6개월간 제품 무료 제공… 1년 장기계약 유도해 소비자 모집

제주유업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서울·경기·인천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판촉행사를 통해 우유·요거트 등을 장기간 배달을 받는 소비자들을 모집했다. 제주유업은 대금으로 6개월치를 먼저 내면, 6개월 동안 제품을 무료로 제공한다며 1년 장기계약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모았다. 또한 소비자들에게 품질평가위원이 될 것을 권유했고, 위촉계약을 체결하면 치즈와 계란 등을 추가로 제공하고 매월 일정금액을 홍보비 명목으로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주부들 사이의 입소문을 이용해 주부 소비자들을 대거 모집했다.

제주유업은 이렇게 모집한 소비자들에게 현금, 신용카드 결제 등의 방법으로 우유대금 20만원 이상을 받았다. 그러나 갑자기 우유배달이 중단되면서, 소비자들은 대금만 지불하고 제품을 못받는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 1년치가 아닌 2년치의 우유대금 50여만원의 피해를 본 소비자도 있다. 이런 피해를 봤다고 한국소비자원에 신고를 한 피해자만 197명이고, 신고를 하지 않은 소비자까지 하면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현금으로 결제를 했거나, 신용카드로 일시 불 결제를 한 소비자의 경우는 피해를 구제받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신용카드 할부결제를 한 경우 신용카드사에 할부금 납부면제 요청을 통해 피해를 그나마 줄일 수 있지만, 이 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미 납부한 할부금은 보상을 받지 못하는데, 3개월 할부의 경우 대부분 3개월이 지났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계약자들이 피해를 입은 상태나 마찬가지다.

제주유업은 제주마트를 본사로 둔 기업으로 청정지역 제주도와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 등을 내세우는 등 유기농의 건강한 먹거리라며 우유와 치즈, 어묵, 두부 등을 판매해 왔다. 제주마트 홈페이지를 통해 연예인 송일국, 전원주, 오정태 등의 유명 스타들을 이용한 스타 마케팅도 펼쳤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제주마트의 이승준 회장은 스타 송일국과 함께 사진을 찍고 친분을 과시하고, 송일국이 제주유업 제품을 마시는 사진도 공개해 소비자들에게 회사에 대한 신뢰감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제주유업은 방문판매업 신고도 하지 않고 방문판매를 해온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스타 마케팅과 다양한 이벤트로 겉만 번지르르하게 꾸몄지, 실은 제대로 된 서비스를 펼칠 준비가 전혀 안 됐던 셈이다.

▶서울 삼성동 사무실 빈 채로 방치…임직원 모두 잠적

결국 이 모든 과정이 소비자들을 속이고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일종의 범죄 행위였다. 현재 제주마트는 홈페이지에서 팝업창 공지사항으로 '당사는 장기간 물류배송이 어려울 것으로 사료됩니다'라는 내용을 올려놨다. 또 전화 연결이 어려우니 3개월 할부를 한 고객들은 신용카드사에 연락하라는 무책임한 내용만 있고, 피해 구제에 대한 내용이나 피해보상 의지는 어디에도 없다.

심지어 제주유업의 서울 삼성동 사무실은 이미 집기를 비롯한 모든 사무용품들을 모두 철수해 완벽히 빈 채로 방치돼 있다. 회장,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 역시 모두 잠적해 연락이 되는 사람들이 없다. 이를 두고 피해자들은 제주유업이 사업 실패에 따른 폐업 절차를 밟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먹튀'를 계획한 '사기' 행각을 벌인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히 계약방식과 조건, 짧은 기간에 집중적인 소비자 모집 등의 영업방식을 보면 '먹튀'의 의도성이 상당부분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은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계약 이행을 중단해 입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장기간에 걸친 계속거래 계약은 될 수 있으면 하지 않는 게 좋다"면서 "불가피하게 장기계약을 해야 한다면 신용카드 할부거래, 현금도 매월 납입하는 계약을 맺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한편, 제주유업은 한국소비자원의 절차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 상태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