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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 유통그룹 동우·하림, 일감 몰아주기로 사전 상속?

기사입력| 2014-07-24 09:19:31
국내 닭고기 전문기업으로 손꼽히는 하림과 동우의 경영 행태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기업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오너 일가의 사익 추구에 나서고 있다는 것. 특히 오너의 자녀가 대표로 있는 계열사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덩치를 키운 후, 그 회사를 지배구조 정점에 세워 상속을 꾀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림, 올품에 일감 몰아줘…오너 자녀가 올품 지분 100% 보유

기업지배구조 컨설팅업체인 네비스탁은 23일 '노른자는 누구에게로?'라는 보고서를 통해 닭고기 전문업체 하림과 동우의 일감 몰아주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림은 2013년 기준 닭고기 시장 점유율 20%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1위 업체다. 2013년 말 기준 하림의 자산총액은 4800억원, 매출액은 7890억원을 기록했다.

네비스탁은 "닭고기 뿐 아니라 양돈사업과 홈쇼핑, 사료사업 회사 등 국내외 계열사 78개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웬만한 중견 유통그룹과 견줘도 손색이 없지만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오너일가의 사익 추구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하림의 최대주주는 제일홀딩스(지분율 47.8%)로 주요 주주는 김홍국 하림 회장(7.3%)과 한국썸벧(6.9%), 올품 (1.34%)이다.

그런데 김홍국 회장의 아들인 김준영씨가 대표로 있는 올품이 한국썸벧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제일홀딩스의 2대주주와 3대주주에 김준영씨의 이름이 오버랩 되는 것. 올품은 안심·다리 등 부위별로 닭고기를 판매하고 있는 닭고기 가공업체이고, 한국썸벧은 동물약품기업이다.

네비스탁은 "김준영씨가 올품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며 "올품이 한국썸벧을 100% 지배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보면 김준영씨가 아버지인 김홍국 회장보다 제일홀딩스의 지분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김준영씨가 '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 구조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얘기다. 올품은 지난 2012년 말 제일홀딩스와 농수산홀딩스의 흡수합병 과정에서 제일홀딩스의 지분을 취득해 제일홀딩스의 3대 주주에 올라섰고, 그즈음 올품의 최대주주가 김홍국 회장에서 김준영씨로 변경됐다.

올품이나 한국썸벧은 설립 이후 하림과의 거래를 통해 몸집을 키웠던 만큼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오너 일가가 사전 상속을 꾀한다는 비판을 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료 제조업체인 나농, 동우와 거래 통해 수십억원 이상의 수익 올려

닭고기 시장 2위 업체인 동우의 상황도 하림과 비슷하다. 동우는 '참프레' 닭고기를 바탕으로 양계 및 축산물 가공 및 판매업을 하는 기업이다. 1993년 설립해 2006년 코스닥에 상장하며 자산규모 1523억원, 연간 2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닭고기 전문 그룹으로 성장했다.

네비스탁에 따르면 동우는 지난 3월 계열사로 나농을 추가했다. 나농의 대표는 김동수 동우 회장의 아들인 김재윤씨다.

나농은 2007년 자본금 1억으로 출발한 배합사료 제조업체다. 하지만 설립 7년만에 총 자산은 790억원(2013년 기준)으로 불어났다. 이 같은 배경에는 동우의 일감 몰아주기가 있었다는 게 네비스탁의 분석이다. 나농은 동우와의 거래를 통해 설립 이후 단 한 차례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특히 나농은 동우와 거래를 통해 발생한 수익의 대부분을 동우 핵심계열사 지분 매입에 사용하며 그룹의 지배구조 핵심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현재 나농은 동우의 주요주주이자 ㈜참프레의 3대 주주(지분율 3.4%)이며, 군산도시가스의 2대 주주(25.3%)다.

참프레는 김동수 회장이 대표로 있는 핵심 계열사이며, 군산도시가스는 동우의 2대 주주다.

네비스탁은 "자본금 1억원으로 출발한 나농은 동와와의 거래를 통해 매년 수십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수익 대부분이 재투자가 아닌 동우의 핵심계열사의 지분을 사들이며 오너일가의 지배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김재윤 대표가 동우의 핵심계열사를 장악하는데 사용된 금액은 6000만원에 불과하다. 2007년 나농 설립 당시 김재윤 대표의 지분율은 60%였기 때문이다. 네비스탁은 "나농은 동우와 거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고 2013년 참프레를 통해 3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현재 움직임대로라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발생하는 이익은 꾸준히 증가해 김재윤 대표의 그룹 내 지배력 확보의 속도는 한층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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