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대림산업 3세 이해욱 부회장 경영승계 잰걸음?
기사입력| 2014-07-16 09:21:17
재계 19위 대림그룹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일 3세 경영인인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46)이 자사 보유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계열사인 대림아이앤에스에 대림산업 보통주 16만3655주와 우선주6990주를 시간외 매매했다. 매매대금은 총 145억원 정도.
공시를 통해 이를 접한 '개미군단'은 주가 하락을 걱정했으나 반대로 주가는 소폭 상승했다. 8만7000원에서 15일 현재 8만8500원 수준이다.
특이한 점은 대림아이앤에스가 이 부회장 회사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이 부회장은 대림아이앤에스 지분 89.69%를 보유한 절대 주주다. 이 부회장이 대림산업 주식을 팔았지만 대림산업에 대한 이 부회장의 영향력은 그대로다. 이 부회장의 입김이 통하는 대림아이앤에스는 대림산업 지분 0.44%를 가지고, 더불어 이 부회장 수중에는 현금이 덤으로 남았다. 이 부회장은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76)의 장남이다. 재계는 대림그룹 무게중심이 이 명예회장에서 이 부회장 쪽으로 옮겨지는 와중에 본격적인 경영 승계 신호탄을 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건설 불황속 미래 먹거리에 승부 걸어
이해욱 부회장은 145억원을 그룹 지주회사격인 대림코퍼레이션이나 대림산업 지분을 확대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림산업 지분 21.67%를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다. 대림코퍼레이션은 이준용 명예회장의 지분이 61%이고, 이 부회장이 지분 31.2%를 가지고 있다. 대림산업 최대주주인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율을 높이면 경영권 승계뿐만 아니라 그룹 내 장악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대림산업 측은 "이번 매각이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금액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지배구조나 후계구도와 관련짓는 것은 무리다. 이를 통해 그룹 내 핵심계열사 주식을 다시 사들일지 여부는 알수 없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올해 초 김 윤 부회장이 투톱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사실상 이 부회장 원톱 체제로 전환됐다.
문제는 경영승계 과정에서 일어나는 잡음이다. 경영승계는 증여세·상속세 등으로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재벌 오너가는 내부거래 증가, 비상장 회사를 통한 과다 배당 등 무리수를 두곤 했다. 대림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주식 매각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자회사에 되판 것이라 단순히 왼 호주머니에서 뺀 돈을 오른 호주머니로 옮긴 것이나 다름없다.
이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체질 개선'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설파했다. 대림산업은 해외 건축, 토목 분야에서 큰 성과를 이뤘지만 최근 건설업 불황을 비켜가진 못했다.
대림산업의 지난해 매출은 9조8469억원으로 전년도보다 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96억원으로 92%나 줄었다. 당기순손실 102억원으로 적자를 냈다. 실적 악화는 해외사업 부문의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지난해 4분기에만 319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실적이 다소 살아났지만 여전히 전망은 불투명이다. 1분기 매출액은 2조1543억원, 영업이익 546억원, 당기순이익 273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14% 줄었고, 영업이익은 56% 감소했다. 올해 역시 힘겨운 한해를 보낼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같은 이유로 핵심 성장동력, 미래 먹거리를 강조하고 있다. 국내외 발전소 운영경험을 쌓아 해외 민자발전 시장에 적극 뛰어든다는 것이 이 부회장의 복안이다.
지난 1일 포천복합화력발전소 1호기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발전소를 직접 운영하며 연료 조달과 발전소 유지·보수, 전력공급 등 사업 스펙트럼을 넓힐 계획이다. 지난해 대림산업은 호주 퀸즐랜드 밀머랜 석탄화력발전소를 인수하기도 했다. 오너의 의중이 실린 대규모 프로젝트는 강력한 추진력을 동반하지만 반대로 실적이 좋지 못해도 쉽게 발을 빼지 못해 그룹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마감된 동부발전당진 인수전에 대림산업도 이름을 올렸다. LG상사·SK가스·GS EPS·대우건설·삼탄 등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전력수급 전망이 호전돼 당분간 정부의 신규 민간화력발전 사업 인가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지막 남은 경쟁력 있는 민간발전사업이다.
정부의 5차 에너지수급계획당시 전력공급 확대를 위한 민간 석탄화력발전 사업권 인가는 동부와 STX, 동양이 따냈다. 공교롭게도 3사 모두 자금난으로 완공 이전에 사업권을 매각할 처지에 놓였다. 북평화력발전 사업권은 STX에너지에서 올해 초 GS-LG상사 컨소시엄으로 넘어갔다. 삼척화력발전 사업권(동양파워)은 지난달 포스코에너지가 가져갔다.
다만 동부발전당진은 3000억원대로 거론되던 인수예상가격이 최근 경쟁이 치열해져 5000억원 내외로 치솟은 상태다. 인수가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림산업은 민자발전사업을 위해 만든 대림에너지 등이 있어 시너지효과를 자신하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내부거래로 경영 승계 자금 확보? 곱지 않은 시선
정부가 최근 수년간 대기업 집단의 일감몰아주기 단속을 강화한 이유는 일감몰아주기가 내부거래를 통한 고실적, 고배당으로 이어지면서 오너 일가만 살찌우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이 위축되고 시장경제는 교란된다.
이번에 이 부회장의 대림산업 주식을 사들인 대림아이앤에스는 디지털 홈서비스, 지능형 빌딩시스템 등 정보기술(IT) 기반의 건설 및 주택부문 서비스업을 하는 회사다. 지난해 매출액은 2787억원, 영업이익 187억원, 당기순이익 13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하지만 내부거래는 2012년 2599억원(89.7%)에서 지난해 2176억원(78.1%)로 여전히 높다.
대림아이앤에스는 지난해 총 82억9276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는데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은 82억2401만원을 챙겼다. 독자 생존이 힘든 사업구조를 가진 회사지만 이 부회장에게는 '효자 회사'인 셈이다.
이 부회장은 2000년대 후반부터 경영 전면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은 경영 승계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대림그룹의 지배구조는 이준용 명예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대림코퍼레이션을 통해 그룹 핵심계열사인 대림산업을 컨트롤하는 식이다.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93% 이상을 이 명예회장 부자가 가지고 있다.
다만, 경영 승계에선 이 부분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 명예회장 지분 61%(449만주)를 증여나 상속한다면 이 부회장은 절반에 가까운 세금을 내야 한다.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낸다면 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자금 확보가 필수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당국도 계열사간 합병을 통한 지분율 올리기 등 변수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