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서희건설, '슈퍼갑' 포스코와 왜 소송?
기사입력| 2014-07-16 10:42:57
도급순위 30위의 중견건설업체 서희건설이 대기업이자 도급순위 5위인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정산금을 달라고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건설업계에서 하도급 업체 임금체불 등으로 유명한 '갑' 서희건설이 '슈퍼갑'인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다. 하청업체에겐 '갑'으로 행세하다 하루아침에 '을'이 된 서희건설이 '슈퍼갑'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어떤 싸움을 펼칠지, 그리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벌써부터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슈퍼갑' 포스코건설에 이익금 정산금 청구 소송 제기
서희건설은 지난해 9월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서울 양재동 오피스빌딩 건설 이익금 정산금 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서희건설이 이 오피스빌딩과 관련해 포스코건설에 정산금 80억원을 달라고 요구한 것. 양재동 오피스빌딩은 포스코건설과 서희건설이 공동으로 시행과 시공을 맡았던 건물로, 포스코건설이 60%, 서희건설이 40%의 지분을 소유했다. 사업 과정 중 서희건설은 오피스빌딩의 지분을 포스코건설에 넘겼다. 이후 포스코건설이 진행한 오피스빌딩 사업에서 발생한 이익금에 대해 서희건설이 포스코건설 측에 요구하며 소송까지 진행됐다.
서희건설은 오랜 기간 포스코건설과의 친밀한 갑을관계를 유지하며 성장한 회사다. 서희건설은 포스코의 도움을 받아 빠른 성장을 했기 때문에 포스코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지난 1994년부터 포스코의 포항제철소, 광양제철소의 토건 정비공사를 맡으면서 중견건설사로 빠르게 성장했다. 서희건설은 포스코의 도움을 받아 매년 40%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했다. 심지어 2006년엔 포스코가 포항제철소의 추가 설비공사인 파이넥스 3차 미분탄취입설비(PCI 설비) 공사를 서희건설에 맡겼다. 그동안 포스코는 자회사인 포스코건설 외의 외부업체에 설비 공사를 맡긴 적이 없었다. 서희건설이 처음이었다. 이 정도로 포스코와 탄탄한 갑을관계를 유지했던 서희건설이다. 도급순위 30위의 중견건설업체이자 연매출 8326억원의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포스코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슈퍼갑' 포스코와 함께 '을'의 위치를 지키며 성장한 서희건설. 그러나 서희건설은 그동안 진짜 '을'인 하청업체들에겐 갑의 권한을 누려왔다.
서희건설은 건설업계에서 하청업체에 대한 임금 체불로 유명하다. 2011년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공사현장의 건설사들 중 임금체불이 가장 많은 곳으로 서희건설이 꼽혔다. 17억1000만원의 임금을 체불해 '을'인 하청업체들의 원성을 샀다. 2012년엔 더욱 심해져 LH 공사현장 참여 건설사 중 임금체불 민원 건설사 1위 자리를 지킨 것은 물론, 체불임금액이 19억676만원으로 더 많아졌다. 당시 서희건설은 하도급대금 규정 위반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0억여원의 과징금을 추징당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평택의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확장공사에 참여한 평택 하업업체들이 서희건설로부터 공사대금을 못받는 일도 있었다. 지난 4월에도 서희건설은 충남 내포신도시 LH아파트 공사 중 협력업체와 공사대금 마찰로 사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포스코와 친밀한 '갑을 관계' 깰 정도로 어려움 직면
누구보다 '을'의 위치를 잘 아는 서희건설인데, 이름도 없는 진짜 '을'에게는 철저한 '갑'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슈퍼갑'인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서희건설이 '을'이란 완장을 떼고 '갑'을 향해 싸움을 벌인 것이다. 서희건설에게 임금을 달라고 외쳤던 이름도 없던 '을'처럼 된 셈이다.
어쨌든 서희건설은 포스코와의 친밀했던 관계를 깰 정도로 현재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4월 2008~2011년 사업연도 세무조사 결과 서희건설에 137억9325만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서희건설의 지난해 영업현금창출력이 112억원 수준인이었는데, 추징금만 138억원이니 추징금을 내기에도 모자란 셈이다. 재무구조 악화는 당연한 수순이었고, 결국 유동성 부담이 커진 서희건설은 신용등급이 BB+에서 BB(나이스신용평가)로 떨어졌다.
게다가 몇년째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업인데, 서희건설은 조달청으로부터 지난 5월부터 6개월 동안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인 관급공사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받았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 입찰 과정에서 대기업 건설사들의 담합 들러리를 섰던 결과다. 서희건설의 순손실은 2011년 53억원 규모에서 2012년엔 168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751억원으로 급증했다. 손실을 막기 위해 계속 차입금을 늘리면서 부채비율도 크게 증가했다.
결국 잇단 악재에 '갑을논란'은 커녕, 코너에 몰려 있는 서희건설이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