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동양그룹 오너일가 재산 빼돌리기 논란…사재출연 보상한다더니
기사입력| 2014-07-15 09:35:59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일가의 잔혹사가 시작됐다. 검찰이 오너일가 전체에 대해 수사의 폭을 확대하고 있는 것. 현 회장이 지난해 1조30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거액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오너일가가 자산 빼돌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동양 오너일가의 도덕적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도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에 나섰다는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현 회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 관련 문제에 대해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혀 엎드려 사죄드린다"며 "사재를 다 출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투자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상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투자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보다는 오너일가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14일 업계와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선봉)는 최근 현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과 아들 현승담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를 최근 소환조사했다.
이 부회장은 2013년 10월 동양그룹이 기업회생을 신청한 이후 압류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 자신의 그림과 조각 등 수백점을 반출한 혐의를, 현 전 대표는 이 부회장의 미술품 반출의 실무 역할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각각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까지 법원의 가압류 절차 직전 자신이 소유한 고가의 미술품을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를 통해 매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게다가 고가의 미술품 매각 과정에서 현 전 대표가 차량을 지원하고 현장 감독에 나서는 등 실질적인 업무처리를 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동양 오너일가가 계획적으로 법원의 재산처분을 피해 미술품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특히 동양 오너일가의 자기 잇속 챙기기를 위한 시도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5월 현 회장은 자기 재산을 지키기 위해 옥중 소송을 제기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김재호)는 지난 6월 10일 현 회장과 이 부회장이 "티와이머니대부 주식을 처분하지 말라"며 동양파이낸셜대부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현 회장 부부에게 공탁금 4억원과 보증보험 36억원 등 총 40억원의 담보를 제공하라고 명령했지만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현 회장과 이 부회장 부부는 지난해 2월 티와이머니 주식 16만주(지분율 80%)를 담부로 동양파이낸셜로부터 각자 명의로 39억8000만 원과 39억원 등 총 78억8000만원을 대출했지만 갚지 못했고, 동양파이낸셜은 티와이 머니주식을 전량 인수했다. 동양파이낸셜과 티와이머니는 동양그룹 출자 구조에서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핵심 계열사로 오너일가의 사금고 역할을 했던 곳이다.
이에 앞서 검찰이 동양 오너 일가의 재산 빼돌리기 단서를 잡은 결정적 사례도 있다. 지난 4월 동양네트웍스와 자택에 보관 중이던 병풍 등의 골동품 330여점을 법원이 가압류하기 직전 트럭을 통해 다른 곳으로 옮겨 놓으려 했던 것.
결국 검찰은 가압류 직전 미술품을 빼돌리려고 한 이 부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동양 오너일가가 그룹 경영권 유지를 위해 부실 계열사 회사채 등을 판매해 4만~5만명에 달하는 개인 투자자가 피해를 입은 상황을 고려하면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며 "현재현 회장과 이혜경 부회장 뿐 아니라 아들인 현승담 전 대표에게까지 구속수사라는 불똥이 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동양사태 진실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그동안 동양 사태와 관련,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명단에서 제외된 이 부회장과 현 전 대표 등의 구속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이미 현 회장은 지난해 1월 2007∼2008년 무렵부터 그룹 경영권 유지를 위해사기성 회사채와 CP를 발행하고 2013년 고의로 5개 계열사의 법정관리를 신청해 투자자들에게 1조3000억여원대의 피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