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형제들의 지분경쟁', 효성 경영권은 누구 품에?
기사입력| 2014-07-10 10:16:48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79)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46)과 삼남인 조현상 ㈜효성 부사장(43)의 최근 행보가 점입가경이다. 두 사람의 지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것. 오래전부터 조 회장의 후계자는 장자인 조 사장이 가장 근접해있고, 차남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45)과 조 부사장이 뒤를 받치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조현문 부사장이 지분을 모두 팔고, 효성을 떠나면서 효성그룹 경영권은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 간의 대결 국면으로 들어갔다. 그렇다면 효성의 경영권 향배는 어떻게 될까. 과연 아버지 조 회장의 마음은 어느 아들에게 가 있는 것일까.
▶조석래 회장 암 투병으로 후계 승계 임박?
수천억 원의 탈세와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검찰에 기소된 상태인 조석래 회장은 최근 건강이 좋지 않다. 79세의 고령인 조 회장은 2010년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아 절제 수술을 받은데다가 올해 초 전립선암이 발견돼 최근 방사선과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후계자 결정이 임박하지 않았냐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하지만 누가 효성그룹을 물려받을지 아직까지는 오리무중이다.
업계에는 '투톱 체제'나 '장자 승계 원칙' 등의 설이 나돌고 있지만, 명확히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일 효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효성의 최대주주가 조석래 회장에서 조현준 사장으로 바뀌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 사장은 기존 보유주식 362만3483주에서 3500주를 추가로 보유하게 됨으로써 아버지 조 회장(362만4478주)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등극한 것. 지분율은 조 사장이 10.33%, 조 회장이 10.32%다.
조 회장의 삼남인 조현상 부사장도 지난달 350만778주(9.97%)에서 3차례에 걸쳐 2만7407주를 추가로 취득해 지분율을 10.05%(352만8185주)로 높였다.
사실 이 두 사람은 그동안 경쟁적으로 지분율을 높여왔다. 지난 2011년 9월부터 2013년 7월 2일 공시 때까지는 조 부사장이 조 사장보다 지분율이 높았다가 지난해 9월 2일 공시때는 조 사장이 9.14%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동생을 추월했다. 조 사장은 지난 2일 조 회장의 지분율까지 넘어섰다.
이처럼 조 사장과 조 부사장이 함께 지속적으로 지분을 매입함에 따라 재계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경영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을 하기도 했다.
일단 효성그룹 측은 형제들의 지분 매입이 '경영권 경쟁'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또한 지분 매입이 경영권 승계와 전혀 관련 없다고 반박했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2월 조현문 전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 형제가 지분매입에 나선 것"이라며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 매입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형제간 지분 매입 경쟁설에 대해서도 그는 "경쟁은 말도 안된다"면서 "둘이 협의 하에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 경영능력 검증 '끝'
해외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조현준 사장은 지난 2007년부터 ㈜효성 사장직을 맡고 있다.
조 사장은 일본 미쓰비시상사, 미국계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 도쿄 법인영업부에서 근무한 바 있다. 1997년 효성그룹에 첫발을 내딘 조 사장은 이듬해 효성T&C·효성물산·효성생활산업·효성중공업 등 그룹의 주력 계열사 4개를 합병하는 등 성공적인 구조조정 프로젝트를 완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아니라 조 사장은 섬유와 정보통신 PG장, 효성ITX와 노틸러스효성 등 그룹 경영전반에 폭넓게 참여해 왔다.
특히 조 사장은 지난 2008년 자신이 최대주주인 효성ITX 등을 통해 골프업종의 제이슨골프, 전광판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럭스맥스, 반도체 관련업체인 럭스맥스네트웍스, 전자상거래 결제업체인 인포허브를 인수했다. 또 크레스트인베스트먼트를 사들이면서 이 회사의 자회사이자 배우 문근영·김아중씨의 소속사인 연예기획사 나무엑터스 등을 품에 안았다. 조 사장은 3개월간 무려 7개의 정보기술(IT)·콘텐츠 기업을 매입하는 등 공격적인 M&A를 펼쳐 재계를 놀라게 했다. 더욱이 M&A를 주도한 효성ITX가 최근 사물인터넷 대표주자로 떠오르면서 조 사장은 경영능력까지 인정받고 있다.
1971년생인 조현상 부사장은 2000년부터 효성에서 일을 시작해 현재 그룹 산업자재PG장을 맡고 있다. 형인 조현준 사장에 비해 비중이 적다는 분석도 있지만 그룹내 역할은 만만치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조 부사장이 맡고 있는 산업자재 부문 중 타이어코드, 에어백용 원단, 안전벨트용 원사 등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지난 2007년 조 부사장은 미국 굿이어와 32억달러 규모의 타이어코드 장기공급계약을 주도하기도 했다. 현재 조 부사장은 '꿈의 소재'라 불리는 탄소섬유 산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효성그룹은 탄소섬유가 중요한 미래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어 조 부사장의 경영 능력도 호평 일색이다.
이렇게 두 사람의 경영 능력이 입증됨에 따라 장자인 조현준 사장이 유리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조석래 회장이 3형제를 경쟁시켜왔는데, 차남은 이 경쟁에서 탈락하고 장남과 삼남이 비슷한 능력을 갖고 있다면 (조석래 회장이) 장남에게 무게를 두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 사장이 부친인 조 회장과 함께 탈세·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상태이기 때문에, 재판 결과가 경영권 승계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밖에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석래 회장의 동생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이 효성그룹에서 일부 사업을 떼어 분가한 것처럼 삼남인 조현상 부사장도 효성그룹의 일부 계열사나 사업을 분할해 독립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