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코오롱글로벌, 담합 단골-신용 하락-유동성 위기 삼중고
기사입력| 2014-07-02 11:27:44
코오롱그룹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옛 코오롱건설)이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올 들어 계속 터져 나오는 담합으로 인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수익성 저하로 인한 신용등급 하락, 여기에 유동성 위기까지.
전반적인 건설경기 악화로 인한 업계 동반 추락으로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담합은 하도급 비리와 함께 건설업계 고질이다. 공정위는 담합을 건전한 국민경제를 해치는 주범으로 지목,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의 담합으로 인한 제재는 요즘 너무 잦고, 관급공사에 치우쳐 있어 국민의 혈세를 노린다는 측면에서 더 나쁘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달 23일 폐기물 소각시설 공사 입찰 담합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27억600만원을 부과 받고 검찰 고발을 당했다. GS건설 등 6개 건설사는 2009년 5월 김포한강신도시 크린센터(폐기물 소각시설), 남양주 별내 크린센터 시설공사 발주에서 입찰 공고가 나기 한 달 전인 2009년 4월 서울 교육문화회관 2층 음식점에서 담합을 모의했다. 김포한강신도시 공사 낙찰은 GS건설이 받았고, 남양주별내 공사는 코오롱글로벌에 돌아갔다. 동부건설,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 대우건설, 한라산업개발 등은 들러리를 섰다.
코오롱글로벌은 남양주별내 공사에서 동부건설에 입찰가격을 미리 전달하면서 교묘하게 담합을 해 사업권을 따냈다.
올해 들어 코오롱글로벌의 담합 제재는 무려 6건이다. 매달 1건 수준인 셈이다. 지난 1월 2일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 입찰에서 21개 건설사와 함께 시정명령을 받았다. 3월 3일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 발주의 2건의 하수처리장 입찰 담합 사실이 드러났다. 2009년 1월 공고한 인천 청라지구의 공촌하수처리시설 증설 및 고도처리시설공사 건과 2011년 5월 광주-전남 혁신도시 수질복원센터 시설공사 건 담합이다.
3월 24일에는 대구도시철도 3호선 공사 담합, 또 4월 10일에는 부산도시철도 1호선 공사 담합 사실까지 드러났다. 코오롱글로벌은 당시 6개 제재 건설사 중에서 검찰 고발까지 당한 3개사에 포함됐다. 4월 29일에는 조달청 발주 하수처리장 공사 입찰 담합으로 과징금과 검찰 고발조치가 됐다.
연이은 관급공사 입찰 담합으로 코오롱글로벌은 급기야 지난 4월 조달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입찰참가 자격제한 조치를 통보받았다. 관급공사 입찰이 힘들어진 셈이다. 코오롱글로벌은 수원지방법원에 입찰참가 자격제한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달 초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당분간은 관급공사 입찰에 참가할 수 있게 됐지만 불안감은 남아있다.
더 심각한 것은 개선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코오롱글로벌은 연이은 담합 제재에 대해 업계 관행임을 강조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건설회사에 대한 담합 제재가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업계 관행인지, 정부의 의지인지 단언하기 힘들지만 코오롱글로벌만의 문제라고 보긴 힘들다. 국내 거의 모든 건설사의 문제"라고 말했다. 코오롱글로벌의 개선 노력에 대해선 "안전부분과 공정거래 부분에 대해 자정을 시도하고 있다. 내부 감사시스템도 가동할 것이다. 몇 년 전 문제들이 지금 불거진 셈인데 앞으로는 나아질 것으로 본다. 다른 건설사의 움직임도 예의주시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벤치마킹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건설업계가 담합 제재에 대해 무감각한 가장 큰 이유는 실질적이고 강한 징계가 없기 때문이다. 과징금은 소송이나 차후 처리과정에서 대폭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검찰 고발 역시 이로 인해 심각한 경영 타격을 받은 예가 드물다.
거의 모든 건설사가 돌려먹기식 담합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도 가능하다. 정부가 담합 혐의가 있는 대형건설사(약 40개)에 대해 일괄적으로 입찰 참가를 제한하면 사실상 관급공사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배짱이 깔려 있다는 것.
담합 제재에 이은 신용등급 하락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자금 확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26일 코오롱글로벌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떨어뜨렸다. 이종사업 합병과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통한 유상증자 등으로 포트폴리오와 재무구조 보완에 나섰지만 영업수익성이 저조하고 개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었다. 수익성 대비 과중한 금융비용과 차입규모 등도 고려됐다. RCPS는 일정 시점에 전액 현금 상환할 수 있고 정해진 배당을 지급해야 해 채권과 비슷하지만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해 회계상 자본으로 처리할 수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매출은 3조6628억원, 영업이익은 218억원이었지만 법인세 추징금이 반영돼 당기순손실은 760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됐다. 지난 3월에는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우선 숨통을 틔웠지만 유동성 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