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포스코 구조조정 예고속 '살생부'오를 계열사는?
기사입력| 2014-05-28 10:19:57
"철강이 아닌 모든 사업은 구조조정 대상이다".
이는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 19일 취임 후 첫 기업설명회(IR)를 열고 밝혔던 신경영전략 중 핵심 내용이다.
권 회장은 이날 철강 산업을 중심으로 원천소재와 에너지 등 2대 영역에서 신성장동력을 삼는 전략을 내세웠다.
원천 소재 산업은 리튬과 니켈 분야를, 에너지 산업은 연료전지와 청정 석탄 사업을 주력 후보로 선정했다.
포스코 측은 핵심 사업인 철강 외에 모든 사업 분야를 조정 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사업 확장 전략을 본업 강화 중심으로 재편하는 뜻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포스코는 사업 다각화로 인해 재무구조가 나빠져 신용등급이 크게 하락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해 11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2'로 한 단계 내렸다. 포스코는 여기서 두 단계 더 떨어지면 '투자 부적격(투기등급)'으로 전락하게 된다. 스탠더드&푸어스(S&P)도 지난 2012년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 단계 하향조정한 바 있다.
▲기업 구조조정 예고 속 적자 계열사는?
권오준 회장이 체질 강화를 위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선언함에 따라 어느 계열사가 '살생부'에 오르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40개 계열사 가운데 10개 안팎이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론 그 기준은 사업의 미래성과 기존 사업과의 중복성 등이 고려되겠지만 적자 기업 등을 안고 가는 것도 포스코 측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를 제외한 포스코그룹 국내 계열사 39곳의 지난해 매출은 총 39조6517억원으로 3년전인 2011년보다 4% 증가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5179억 원으로 10.6%나 감소했다. 순이익률도 1.5%에서 1.3%로 하락했다.
계열사별로 보면 철강·비철금속·소재 관련 분야 기업 중 절반이 지난해 적자를 기록할 만큼 수익성이 좋지 않았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철강포장재 생산업체인 포스코엠텍은 지난해 9000억여원의 매출에 150억여원의 손실을 보았다.
또한 냉연제품 제조·판매 업체인 포스코강판은 8200억여원 매출에 51억여원의 적자를, 비철금속 압연·압출업체인 포스코에이에스티는 6100억여원 매출에 30억여원 적자를, 철강재 판매 및 절단가공 업체인 SPFC는 1900억여원 매출에 25억여원 적자를, 고망간강 생산업체인 포스하이메탈은 1700억여원 매출에 120억여원 적자를, 알루미늄 압연·압출 및 제조판매업체인 뉴알텍은 810억여원 매출에 13억여원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를 기록한 계열사 가운데 포스코엠텍은 일단 살아남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권 회장이 일각에서 매각설이 나돌던 포스코엠텍에 대해 "자산 매각과 원가 절감 등의 구조조정 노력을 해서 회사를 정상화시키고 있다"며 "지분 매각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에너지 발전 관련 기업들도 지난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생활 폐기물 연료화 업체인 부산이앤이는 1300억여원 매출에 18억여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포뉴텍, PSC에너지글로벌, 탐라해상풍력발전 등도 줄줄이 적자 행진을 기록 중이다.
이에 비해 IT·정보통신·기타부문 및 건설엔지니어링 계열사 19개 가운데는 적자 기업이 단 3곳에 불과했다.
LED 조명을 제조·설치하는 포스코엘이디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30% 오른 600억여원이었지만, 순손실은 70억여원을 기록했다.
건축설계및 감리용역 업체인 포스코에이앤씨건축사사무소도 지난해 1500억여원 매출에 60억여원의 적자를 냈다.
▲'철강명가' 재건 가능할까?
앞서 권 회장이 밝힌 신경영전략 실현을 위해서는 우선 재무구조 개선과 신규 투자자금 확보가 절실하다.
포스코는 현재 현금 확보 차원에서 우량 계열사들의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후보군으로는 포스코에너지, 포스코건설, 포스코특수강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투자은행업계에서는 포스코에너지를 제외하고는 연내 상장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업황과 부진한 실적 등 때문에 제값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포스코가 2010년 3조3724억원에 인수한 대우인터내셔셜의 매각 여부에 대해서 권 회장은 "현 시점에서 확정된 것은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놨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올해 2000억원, 내년 3000억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만큼 충분한 보상을 할 만한 인수 희망자가 나타난다면 매각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권 회장은 기업설명회에서 2016년 포스코 단독 기준으로는 매출 32조원, 영업이익 3조원(영업이익률 9%대)을 실현하고 연결기준으로는 매출 78조원, 영업이익 5조원(영업이익률 6%대)을 기록하며, 부채액을 23조5000억원까지 낮추겠다는 목표치를 세웠다.
권 회장이 과연 화려했던 옛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장종호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