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푸드
국내에도 세계적 명품 트레일 길이 열렸다. 최근 오픈 한 제주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이 바로 그것이다. 화산섬 제주의 지질은 80만 년 지구의 시간을 품은 '지구의 지문'으로도 불리며 제주문화의 원형으로 조명 받고 있다. 특히 이번 '트레일 코스' 개발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과 함께 그 활용과 보존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선보여 더 주목받고 있다. 이번 지질 트레일은 단순한 관광나들이 코스와는 그 개념부터가 다르다. 이른바 지속가능한 관광자원화의 전형이다. 유니크한 제주의 지질자원에 지역색 가득한 역사-문화 등 인문자원과의 융복합, 아울러 지역주민에게 경제적 이익 환원이라는 콘셉트까지 담고 있다. 제주=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글로벌 관광자원'으로 거듭난다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코스'
제주 서귀포시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을 걷는 지질트레일 코스가 지난 5일 선보였다. 제주관광공사는 최근 서귀포시와 제주시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핵심마을 활성화사업'의 하나로 생태관광의 모델이 될 수 있는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코스'를 개발했다.
제주문화의 원형으로 조명 받고 있는 화산섬 제주의 지질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으로 더욱 관심을 끌며 활용의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첫 선을 보인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코스는 크게 사계리와 덕수리를 거치는 'A코스(14.5km, 약 4시간)'과 사계리와 화순리, 덕수리를 거치는 'B코스(14.4km, 약 4시간 30분)' 등 총 2개의 코스로 구성됐다.
A코스는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히는 형제섬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다. 하모리층과 사람발자국 화석, 덕수리의 아름다운 돌담길, 그리고 불미공예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코스다. 따라서 지질학적 측면뿐만 아니라 마을의 문화와 역사, 전설, 생태 등의 인문 지리학적 요소까지 체험할 수 있는 구간이다.
B코스는 제주인들의 문화를 만나볼 수 있는 구간이다. 산방산에서 화순리 방향으로 펼쳐진 금모래 해변과 제주 생태의 보고인 화순 곶자왈, 과거 논농사를 짓기 위한 수로, 과거 제주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소금막 등 척박한 제주의 환경 속에서 지혜를 짜내며 살아온 제주인들의 삶의 체취가 묻어나는 코스다.
특히 갱도진지에서 칼날바위로 이어지는 A코스의 '단산'은 제주 오름의 이단아로도 불리는 곳으로, 산방산과 형제섬 해안도로, 송악산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어 탐방객들에게 인기 구간으로 꼽힌다.
제주 오름은 대부분 둥그스름한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있는 '단산(높이 158m, 둘레 2566m)'은 모양새가 좀 다르다. 거칠고 사나운 생김새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단산은 제주 오름의 맏형 격이다. 여느 오름들이 만들어지기 훨씬 전, 제주해안지대가 형성될 때 해저화산의 분출로 형성됐다. 제주 토박이들은 단산을 '바굼지오름'으로도 부른다. '바굼지'는 바구니를 일컫는 제주토착어. 옛날 제주 들녘이 물에 잠겼을 때 오름이 바굼지만큼만 물 위로 보였다는 전설에서 비롯됐다. 지금의 이름인 '단산'은 1900년대 이후 부르기 시작했다. 또 오름의 형세가 박쥐를 닮아 '바구미'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이후 '바굼지'로 변했다는 설이 있다.
가까이 가서 만나는 단산은 수직에 가까운 벼랑과 온통 바위로 둘러싸인 바위 오름이다. '칼날바위' 또는 칼의 코 같다고 해서 '칼코쟁이'라 이름 붙은 정상부 동쪽 암봉은 산악인들이 암벽훈련 장소로 즐겨 찾는다. 단산은 근자에 추사 유배길 1코스(집념의 길)에 포함되어 탐방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주민 참여형 관광자원화 지향
휴일 지질트레일 코스 답사에 나선 회사원 이영수씨(제주시 연동)는 "제주의 올레길도 아름답지만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코스는 제주의 또 다른 매력을 담고 있다"면서 "용머리해안과 형제해안도로, 단산의 거대한 스케일, 덕수리 돌담길의 아기자기함, 하모리층의 신비로움 등 다른 트레일 코스에서는 맛볼 수 없는 다양한 경관과 체험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길'은 주민 참여형 관광자원화도 지향하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길 열림 행사'에서는 마을 주민이 주도한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졌다.
덕수초등학교에서는 탐방객들을 위해 전통문화가 잘 보전돼 있는 마을의 장점을 활용해 문화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덕수리의 자랑이라 할 수 있는 불미공예를 비롯해, '방앗돌 굴리기 공연', 덕수리 부녀회의 '유채나물 비빔밥' 등은 탐방객들의 인기를 끌었다.
제주관광공사 오창현 융복합사업단장은 "제주에도 많은 길이 생겨났지만, 대부분 자기 성찰이나 힐링에 초점이 맞춰진 '정적인' 느낌을 지닌데 비해, 지질트레일은 지질과 마을의 인문자원, 마을주민까지 함께하는 '동적인' 이미지로 관광객들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킬 매력을 지녔다"며 "향후 소득을 창출하고 마을의 자원을 보전하는 지역밀착형 관광, 제주형 생태관광의 모델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계지질공원 '맛'으로도 느낀다
제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매력을 학술적 가치나 경관만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맛과 음식이 함께하는 세계지질공원을 느낄 수가 있다. 제주관광공사는 제주 유네스코 세계지질자원공원 활성화를 위해 제주 지질자원을 활용한 '지오푸드(Geo Food)' 도 첫 선을 보였다.
지오푸드란, 제주 지질명소의 특성(구조, 형태, 속성 등)과 문화 등을 모티브로, 제주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활용한 로컬 푸드를 이른다. 독일의 '지질와인', 영국의 '지질치즈', 일본의 '지오스위츠', '지질호빵' 등이 좋은 예가 된다.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길 오픈 첫날, '용머리해안 카스테라'와 '사계리 하모리층 쿠키'가 특히 인기를 끌었다.
제주관광공사는 향후 지오푸드를 제주를 대표할 수 있는 음식이자 기념품으로 개발, 마을의 카페와 레스토랑, 게스트하우스에 보급해 마을 주민의 소득 창출에도 기여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제주관광공사 양영근 사장은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역은 지질적으로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역사-문화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지역"이라면서 "제주지역의 지질자원과 산업-역사-문화-생태를 아우르는 지질트레일은 농촌의 6차 산업화 단계로서 마을소득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이번 지질트레일은 관광수익이 마을로 직접 환원되는 지역밀착형 관광 상품으로, 나눔의 경제를 실천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제주관광공사는 지난 5일 오전 9시 30분부터,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용머리해안 주차장에서 도민과 관광객, 마을주민 등 약 1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길 열림 행사'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사진=제주 관광공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