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명품 휴양지 모리셔스는 바다색이 아름답다. 럭셔리 여행지 답게 요트 등 다양한 해양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모리셔스(Mauritius)는 우리에게 이름조차 낯선 땅이다. 하지만 여행 마니아들 사이에는 '인도양의 숨은 보석' 쯤으로 불리며 세계적 명품 휴양지로 통하는 곳이다. 특히 유럽인들에게는 세이셸과 더불어 인도양 최고의 여행지로도 꼽힌다. 모리셔스는 아프리카 대륙 남단 마다가스카르 섬 동쪽 약 800㎞ 떨어진 곳에 자리한 작은 섬나라다. 19세기 '톰 소여의 모험'의 작가 마크 트웨인은 인도와 호주 남아프리카 등지를 둘러보고 적은 여행기 '적도를 따라서'에서 '신은 모리셔스를 창조했고, 이후에 천국을 만들었다'고 극찬했을 만큼 멋진 경관을 지녔다. 홍시처럼 붉은 빛깔의 석양과 광활하게 펼쳐진 사탕수수밭, 그리고 천변만화 물빛이 어우러진 해변의 전경이 압권이다. 거기에 유럽-아프리카-아시아의 혼재된 문화 코드가 빚어낸 수도 포트루이스를 둘러보고 다양한 해양레포츠까지 즐기자면 발품이 아깝지 않을 여정을 만끽할 수 있다. 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세계 4대 럭셔리 섬 휴양지 '모리셔스'
모리셔스는 아프리카 대륙 오른편 아래 인도양 위에 떠 있는 작은 섬나라다. 마다가스카르 섬보다는 위쪽에, 영국 윌리엄왕자의 신혼 여행지 등으로 알려지며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세이셸보다는 살짝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섬의 경관과 해변 등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타히티, 뉴칼레도니아, 세이셸 등과 더불어 당당히 '세계 4대 명품 섬 휴양지'로 꼽힌다.
모리셔스는 남북 61㎞, 동서 47㎞로 우리의 제주도와 크기가 비슷한 둥근 화산섬이다. 특히 섬 주변 곳곳을 산호대보초가 둘러싸고 있어 다양한 빛깔의 잔잔한 바다는 휴양과 수상레포츠의 적지가 된다. 내륙 또한 기암괴석의 봉우리들이 광활한 사탕수수밭과 어우러져 독특한 경관을 자아낸다.
7000만 년 전 인도양 바다 위로 솟아난 이 섬을 10세기 무렵 아랍의 뱃사람들은 '디나아로비'로 불렀다. 16세기까지 모리셔스는 뱃사람의 피항지에 가까운 무인도였다. 포르투갈인이 첫발을 디디며 '백조의 섬'으로 칭했을 때만 해도 마찬가지였다. 모리셔스에 사람이 살고 문명이 시작된 것은 채 400년이 되지 않는다. 1598년 네덜란드의 강점이 시작되면서 비로소 자신의 나라 왕자의 이름을 따 '모리셔스'라 부르며 인간의 정주가 시작됐다.
네덜란드인들은 이 섬을 동인도회사 거점 공급기지로 삼았다. 아프리카에서 흑인 노예를 데려왔고 자바에서 사슴과 담배, 사탕수수를 들여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도도새 등 섬의 귀중한 생물이 멸종되는 등 후유증도 겪었다.
18세기 초 섬을 점령한 프랑스인들은 국왕 루이14세의 이름을 따서 지금의 수도인 포트루이스(Port Louis)를 만들었다. 1715년부터 약 100년간은 프랑스가 이 섬을 지배하면서 섬 전체가 일대전환기를 맞게 되었다. 하지만 나폴레옹이 전쟁에서 패한 후 1810년부터는 영국이 이 섬의 주인이 되었다. 이때부터 다시 모리셔스라고 불리며 인도에서 많은 사람들이 계약직 노동자로 이주를 해왔고 중국인도 들어왔다. 또 노예제도가 철폐되면서 세네갈, 마다가스카르 등지에서 노예로 왔던 이들도 정착하며 다인종 다문화 사회를 형성하게 됐다. 독립은 1968년에 이뤄졌다.
▶수도 '포트루이스'& '사탕수수밭'
모리셔스 공항에 내려 처음 접하게 된 광경은 아름다운 해변이 아니다.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사탕수수밭이다. 모리셔스 들판은 마치 늦가을 제주도의 오름을 수놓은 억새를 닮았다. 광활한 평원과 구릉에서 파도처럼 넘실대는 사탕수수는 키가 2∼3m나 되는 길 다란 잎을 서걱대며 연보랏빛 부수수한 꽃물결을 선보인다. 꽃대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춤추는 모습은 우리의 가을 산하에서 일렁이는 영락없는 억새-갈꽃이다.
모리셔스의 SSR국제공항에 내려 수도 포트루이스로 가는 길은 사탕수수밭을 가로질러야 한다. 광활한 평원에 넘실대는 사탕수수 꽃무리가 50여분 드라이브 동안 줄곧 이어진다. 따가운 햇살에 일렁이며 사각거리는 사탕수수 밭은 과연 장관이다. 진초록의 강한 생명력을 보이는 중간 중간 한소끔 불어대는 해풍에 눈부신 백색의 물결을 연출해낸다.
모리셔스에 사탕수수를 처음 심은 것은 1835년. 영국인들은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며 프랑스인들이 데려온 아프리카 노예를 해방시켰다. 인도와 중국의 노동자들도 불러 모았다. 이후 섬은 대규모 사탕수수밭으로 변신했다. 이 사탕수수밭을 중심으로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믹스됐고, 설탕처럼 달달한 오늘의 모리셔스 관광문화를 일궈냈다.
수도 포트루이스는 섬의 북서쪽 해안에 자리 잡고 있다. 수백 년 모리셔스의 식민지 역사와 문화가 스펙트럼처럼 이어지는 곳으로, 도시가 형성된 후 200여 년이 지났지만 정부 청사, 극장 등 아직도 초창기 건물들이 남아있다.
유럽의 작은 도시, 혹은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을 연상케 하는 시내에는 이슬람 모스크와 힌두사원이 나란히 있는가 하면 중국식 탑과 교회가 함께 늘어서 있다. 인종 전시장의 모습도 펼쳐진다. 인도계 흑인과 중국인, 그리고 프랑스인과 흑인의 혼혈인 크리올 등 현지인에다 세계 각국의 관광객까지 모여들어 다양한 인종을 대할 수 있다.
시티투어의 중심은 코단워터프론트. 부두 앞에 자리한 곳으로 레스토랑과 상점이 밀집해 있다. 사탕수수의 주산지답게 거리 곳곳에서 사탕수수를 으깨어 '사탕수수 주스'도 판매한다. 맛은 설탕물 보다는 심심하고 약간의 풋내가 섞인 달달한 편이다. 코단워터프론트 앞 '블루 페니 뮤지엄' 등 주변에 둘러볼 곳도 쏠쏠하다.
▶남국의 개성이 듬뿍 담긴 아름다운 바다
모리셔스 여행의 압권은 단연 아름다운 바다이다. 대규모 산호초와 강렬한 남국의 햇살이 빚어내는 바다색은 멋진 빛깔을 담아낸다. 또 환초가 파도를 막아줘 해안은 늘 잔잔해서 해양레포츠를 즐기기에도 적당하다.
모리셔스의 물 빛깔은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산호대에 따라 에메랄드 물빛이 띠를 이루는가하면 투명한 바다를 끼는 곳에선 강렬한 잉크빛 바다가 펼쳐진다. 에메랄드 연푸른 물 빛깔이 주를 이루는 타히티, 몰디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세이셸과 더 가깝다.
모리셔스 군도에서 물빛이 가장 고운 곳으로는 '사슴섬'이라는 뜻을 지닌 일로셰 섬을 꼽는다.
르 투소록에서 스피드보트를 타고 10분쯤 달려가 만나는 곳으로 모리셔스 해양레포츠의 중심이다. 때문에 백색 모래에 누워 선탠을 즐기거나 스피드보트를 타고 산호바다를 질주하고, 패러세일링에 몸을 맡기는 신혼여행객들이 줄지어 찾는다.
포트루이스에서 북쪽으로 20㎞ 떨어진 트루오비슈 또한 해양레포츠로 유명하다. 특히 바다 속이 아름다워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 포인트로 꼽힌다. 이색 체험거리로 우주복 같은 헬멧을 쓰고 해저를 걷는 시워킹(see walking)도 즐길 수 있다. 헬멧과 연결된 호스를 통해 숨 쉬면서 형형색색의 열대어에 둘러싸여 수심 3∼4m의 수중세계를 산책할 수 있다.
섬의 동쪽, 투르도두스와 벨르마르도 고급 리조트가 빼곡하게 들어선 아름다운 해변이다. 르 투스록, 벨르마르플라주 등 아프리카와 동남아 풍이 적절히 섞인 세계 최고급 리조트들은 고품격 인테리어와 특급 서비스로 유명하다. 섬의 남동쪽 국제공항과 가까운 마헤부르도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여행메모
▶여행팁= 화산섬 모리셔스의 국토 면적은 2040㎢, 제주도 보다 조금 크다. 인구는 120만 명. 남반구에 속해 계절은 한국과 반대다. 무덥고 비가 많은 여름은 12월~4월. 5~11월이 시원한 건기인 겨울이다. 하지만 연중 거의 일정한 기온을 유지한다. 해안가의 온도는 1년 최저 20도 이상 떨어지지 않아 사시사철 스노클링 등 해양스포츠가 가능하다.
화폐 단위는 모리셔스 루피(Rs). 1루피가 한화 40원 정도다. 공식 언어는 영어와 불어. 크리올어를 함께 사용한다. 시차는 한국보다 5시간 늦다. 한국인의 경우 30일 동안 무비자 여행이 가능하다.
▶가는 길= 인천에서 직항 편은 없다. 홍콩에서 에어모리셔스 항공으로 갈아타거나, 홍콩에서 남아프리카 항공을 이용해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를 경유, 모리셔스로 가는 방법이 있다. 또 에미레이트 항공이 인천~두바이~모리셔스 구간을 운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