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는 가을이 무르익는 이맘때부터 볼만해진다. 아직 단풍 구경은 이른 시기, 가을의 서정을 듬뿍 담은 여행 테마가 된다. 명성산에 피어오른 억새.
가을이 깊어가는 즈음 맛과 멋이 살아 있는 다양한 테마의 축제가 전국 각지에서 펼쳐진다. 계절의 매력을 듬뿍 담아 벌이는 축제는 먹을거리, 즐길 거리도 쏠쏠해 흡족한 가족여행코스로 삼을 법하다. 경기도 포천의 명성산 억새축제, 강원도 횡성의 한우축제, 양양-울진의 송이축제, 경기도 여주의 도자기축제 등 가을을 대표하는 낭만 가득한 축제들이 10월의 대지 위에 펼쳐진다. 축제 기행의 묘미는 저마다 다양한 테마를 통해 지역 고유의 '문화의 총화'를 맛보는데 있다. 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 축제(경기도 포천)
가을의 서정을 듬뿍 담아내는 테마로는 억새를 꼽을 수 있다. 억새는 가을이 무르익는 이맘때부터 볼만해진다. 특히 가을에 접어들었지만 단풍 구경이 이른 시기의 여행 테마로 제격이다. 수도권 억새여행지로는 단연 경기도 포천의 명성산(해발 923m)을 꼽을 법하다. 전국 5대 억새군락지로 통하는 명성산은 산 아래로 산정호수를 거느리고, 비선폭포와 등룡폭포, 억새분지를 품고 있어 사철 산행지로 인기다.
명성산은 특히 가을에 더 매력 있다. 남쪽 삼각봉 동편 분지의 광활한 억새밭(20만㎡)의 장관 덕분이다. 한국 전쟁 때 사라진 울창한 숲에 억새가 자리를 잡고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은빛 물결이 파도치는 억새분지에서는 때를 맞춰 '명성산억새축제'를 펼친다. 올해는 오는 12~27일까지 '억새가 전해온 가을편지'라는 주제로 축제를 벌인다. 마침 이번 주부터 억새가 피기 시작해 축제가 시작되는 즈음이면 은빛 물결이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포천탄생 600년 기념과 '포천관광 방문의 해'를 맞아 더 다채롭고 의미 있는 잔치마당을 펼칠 전망이다.
개막식은 12일 오후 6시 산정호수 조각공원 무대에서 열린다. 시립미술예술단, 아프리카 예술단의 축하 공연과 불꽃놀이 등이 펼쳐진다. 이에 앞서 9일 오전 10시에는 같은 무대에서 산정리 마을 주민들이 축제의 성공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산신제를 올린다. 개막식 이후(12∼27일) 매 주말마다 명성산 팔각정에서는 오후 12시~오후 2시 산상음악회가 열린다. 아울러 억새꽃밭 반대편 산정호수 무대에서는 축제 기간 주말 오후 1∼3시 노래자랑 한마당이 펼쳐진다.
한편 가을빛이 녹아내린 명성산 아래 산정호수도 빼놓을 수 없는 나들이 명소다. 영북면 산정리 명성산 남서쪽 기슭에 자리한 산정(山井)호수는 '산 속에 묻혀 있는 우물 같은 호수'라는 뜻을 지녔을 만큼 아름답다. 명성산, 관음산, 망봉산, 망무봉을 병풍처럼 두른 풍광이 빼어나다. 특히 물안개 피어오르는 이른 아침과 가로등 불이 켜진 일몰 전후의 풍광은 더 환상적이다. 산정호수는 보트로 구경에 나서거나 둘레 길을 따라 걷는 3㎞ 거리의 호수 한 바퀴도 괜찮다. 소나무 그늘 아래 자리 잡고 호반을 감상하는 것 또한 여유롭다.
호수가에는 캠핑 카라반 단지(굿데이 카라반캠핑장 031-536-5001)가 있어 억새밭 산행과 더불어 운치 있는 일상탈출을 즐길 수 있다.
◆횡성 한우축제(강원도 횡성)
대한민국 대표 한우로 통하는 '횡성한우'는 그만큼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 한우의 순수 혈통을 유지하면서도 육즙이 많고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아 명품 육질을 자랑한다. 때문에 가격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해마다 가을에 열리는 한우축제장을 찾으면 저렴한 가격으로 횡성한우의 깊은 맛을 즐길 수가 있다.
올해로 9회째. '2013 횡성한우축제'는 2~6일까지 5일간,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섬강 둔치에서 열린다. 횡성한우 테마목장, 한우축제 100배 즐기기, 블랙이글 경축비행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이어진다. 한우축제의 가장 인기 코스는 단연 황성한우 맛보기. 축제장의 횡성한우고기 전문점에는 명품 부위인 살치살과 꽃등심을 비롯해 등심, 부챗살, 치마살, 채끝살, 차돌박이 등 다양한 부위가 마련돼 있다. 고기를 구입한 다음, 셀프 코너에서 직접 구워 먹으면 된다. 1인당 5000 원을 더 내면 공기밥과 상추, 쌈장, 된장국 등의 기본상이 차려지고 여기에 횡성 특산물인 더덕까지 곁들여진다.
횡성한우고기 시식코너에서는 매일 두 차례, 무료로 한우를 맛볼 수 있어 인기다. 관내 축협과 농협에서 운영하는 횡성한우고기 전시-판매점에서도 저렴하게 횡성한우를 구입할 수 있다.
축제장에서는 횡성쌀, 횡성더덕 등 횡성 특산물로 만든 다양한 별미거리도 만날 수 있다. '횡성 대표음식 코너'를 찾으면 안흥찐빵, 더덕구이 정식, 구름떡, 취나물밥, 비빔밥 등 그야말로 횡성의 대표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한편 '한우의 고장' 강원도 횡성 지방은 밤낮의 일교차가 뚜렷하고 소를 방목할 만한 해발 1000~1200m의 목초지가 많아 명품 횡성한우가 탄생할 수 있는 자연적 배경을 잘 갖추고 있다.
맛난 한우 시식 후 로맨틱한 가을풍광도 만날 수가 있다. 횡성호수길이 그곳으로, 횡성호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아름다운 트레일 코스다. 호수 길은 모두 6개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총 길이가 27㎞에 달한다. 횡성의 최고봉인 태기산(1,261m)도 찾을만한 명소다, 정상까지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어 웅장한 풍광을 힘들이지 않고 감상할 수 있다. 횡성군한우축제추진위원회(033-342-1731)
◆송이축제(강원도 양양-경북 울진)
가을은 눈으로만 즐기기에는 아쉬움이 큰 계절이다, 대표적 별미를 통해 계절을 통째로 느껴보는 것도 멋진 가을맞이가 된다.
가을철 최고의 미식거리로는 단연 송이를 꼽을 수 있다.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 '숲속의 보석'이라는 별칭과 함께 버섯 중 으뜸으로 꼽히는 송이가 제철을 만났다. 송이는 가을이 시작되는 9월 초순부터 나기 시작해 10월 중하순 까지 약 40~50일 정도를 딸 수 있다. 송이는 연한 육질에 아삭아삭 씹히는 질감, 그리고 입 안 가득 은은한 솔 향이 압권이다. 국내 대표적 송이 산지로는 강원도 양양, 경북 울진 일원을 꼽을 수 있다.
▶양양 송이축제='자식에게 까지 숨긴다'는 송이산지에서 자연산 송이의 생태를 직접 관찰하고 채취할 수 있는 송이축제가 펼쳐진다.
2~6일까지 5일 동안 강원도 양양군 남대천-송이산지 일원에서 펼쳐지는 '2013 양양송이축제'는 가을을 통째로 느낄 수 있는 체험형 축제의 전형이다. 올 축제에서는 내외국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버섯채취 체험, 송이보물찾기 등 70여 가지의 다양한 체험 행사가 마련돼 있으며, 송이주와 송이 호박 볶음 요리 등을 맛볼 수 있는 시식행사도 열린다.
당초 올가을 송이 작황이 부진해 축제를 앞두고 군 당국은 걱정이 많았다. 올여름 고온이 지속되면서 여름송이 작황이 좋지 않은데다 가을송이 수확도 예상을 밑돌았기 때문이다. 양양지역의 가을송이는 빠르면 8월 말부터, 늦어도 9월초부터 설악산 등 고지대에서 시작돼 현북면 명지리 등으로 내려와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으나 올해는 스타트가 늦었다.
양양군청 산림농지과 전도영 과장은 "다행히 최근 가을비가 자주 내려 송이작황에 다소 도움이 됐고, 송이 생산도 지속적으로 이어져 축제를 잘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이밸리에서 개최하는 축제에서는 송이주제관 등 볼거리도 쏠쏠하다. 축제장 송이보물찾기 참가비는 1만 5000원, 버섯채취체험행사는 어른 8000원, 어린이 5000원이다.
▶울진 송이축제=금강송 군락지인 경북 울진도 국내 대표적 송이산지다. 오는 4일부터 6일까지 울진군 울진엑스포공원과 과 북면 송이산 일원에서는 '2013 울진금강송송이축제'가 펼쳐진다. 금강송송이축제는 맛과 향이 뛰어난 울진 금강송 송이를 직접 채취하고 맛볼 수 있는 기회로, 다양한 이벤트와 체험행사가 함께 펼쳐진다. 축제기간 중 매일 2회(오전 10시, 오후 2시)송이를 직접 채취할 수 있다. 1만원의 참가비를 내고 1인당 송이를 하나씩 채취할 수 있으며 회당 60명이 참여할 수 있다. 인터넷 예약은 필수. 축제기간 중 매일 2회(오전 9시 30분, 오후 2시) 엑스포공원 남문 앞에서 출발하는 숲 탐방 행사가 열린다. 또 축제 기간 송이요리 체험, 송이비빔밥 및 송이 무료 시식회, 송이요리 맛 자랑(5일), 송이요리 먹을거리 장터가 운영된다.
한편 울진금강송 숲(1600ha)에는 200~300년 된 소나무만 해도 8만여 그루에 달한다. (054)789-6828
◆도자기축제(경기도 이천)
신나게 접시를 깨트리자!
여주도자기의 우수성을 체험할 수 있는 여주 도자기축제가 오는 20일까지 경기도 여주군 신륵사 국민관광지에서 개최된다. 이번 축제는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와 동시에 개최돼 세계수준의 도자전시 기획전도 감상할 수 있다.
올해로 25회째를 맞는 여주도자기 축제의 인기 프로그램은 역시 '제2회 여주 전국접시깨기 대회'. 지난해 처음 선보인 후 도자기의 재활용과 대회참가자들의 여주도자기 구매를 유도하는 효과를 거두는 등 여주도자기축제만의 킬러 콘텐츠로 등장했다.
전국접시깨기 대회는 신륵사관광지 여주도자세상입구 주차장에서 진행한다. 참가자 당 접시 2개가 주어지고, 1개씩을 벽에 던질 수 있다. 도자기가 깨진 후 파편 중에 가장 짧은 것의 파편길이를 재서 기록을 낸 참가자가 승자가 된다. 축제기간 동안 상시 운영하며 체험 비는 회당 1000~5000원이다. 대회에서 사용되는 도자기는 이천시 소재 한 도자기업체에서 구매한 폐도자기 및 재활용품이다.
아울러 도자기 만들기, 생활 도자기 판매장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생활 도자기가 주를 이루는 여주도자기의 특성상 많은 방문객이 축제장을 찾을 것으로 축제 관계자들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여주도자기는 고려 초부터 제작이 시작되었으며, 초기 백자 생산을 기점으로 발전해왔다. 싸리산 일대에서 도자기의 주원료인 고령토와 백토 등이 생산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여주도자기는 전국에서 제일 많은 500여 도예 업체가 다양한 종류의 작품과 자기를 생산하고 있다. (031)887-2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