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랭지에서 생산된 장수 사과는 당도가 높은 명품으로 통한다.
'삼남지방의 개마고원'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전북 무주, 진안, 장수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 지역은 해발 평균 500m 진안고원에 자리하고 있다. 때문에 요즘처럼 하늘이 높아질 때면 서늘한 초가을 기운이 완연해, 느지막한 피서 여행지로 제격이다. 진안고원에는 무주 덕유산, 진안 마이산, 장수 장안산 등 명산을 품고 있다. 도처에 명소도 산재해 있다. 우선 진안에는 기이한 모습의 돌탑이 군락을 이룬 마이산 탑사와 청정계곡미를 자랑하는 운일암반일암, 한여름에도 냉풍이 쏟아지는 풍혈-냉천 등의 들를 곳이 많다. 또 사과와 한우가 유명해 축제까지 벌이는 장수군에는 계곡 물놀이의 명소, 방화동가족휴가촌이 자리하고 있다. 무주는 또 어떠한가. 굽이치는 담과 소마다 절경을 이루는 구천동계곡, 관광 곤돌라를 타고 올라 정상의 호쾌함을 누릴 수 있는 덕유산 설천봉-향적봉, 생태자연 학습장인 무주반디랜드 등 여름동안 지친 몸을 추스릴 쉼터가 즐비하다. 글·사진=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에코기행의 별천지 '무주'
남녘의 고원지대 전북 무주는 수려한 경관 속에 호젓한 여가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특히 '고향의 여름밤', '동심' 등 아련한 지난날을 떠올리게 하는 '반딧불 축제'를 통해 '생태-친환경 고장'으로 자리매김하며 에코기행의 적지가 되고 있다.
▶덕유산& 구천동 계곡
무주는 대한민국 계곡의 대명사격인 구천동계곡이 있어 사철 매력 있는 여행지로 통한다. 구천동계곡은 무주군 설천면 소천리 나제통문, 즉 신라와 백제의 경계관문이었던 석굴문(石掘門)에서 덕유산 상봉에 이르는 25km의 계곡으로, 33경의 빼어난 계곡미를 품고 있다.
특히 덕유산국립공원의 중심부를 이루며 구절양장 물굽이 속에 학소대 추월담 수심대 구천폭포 등의 절경이 이어진다. 나제통문을 제1경으로 덕유산 상봉이 제33경을 이룬다.
구천동 계곡 중 백련사 일주문을 지나 구천동 매표소에 이르는 2.5km 구간은 정감 넘치는 오솔길로 굽이마다 구천동계곡의 절경 속에 맑은 물이 굽이쳐 천하의 비경을 연출한다. 크고 작은 소(沼)와 청정계곡수에는 짙푸른 녹음이 투영돼 마치 녹색 물감을 풀어 놓기라도 한 듯 70리 물길 속에 계절이 녹아 흘러내린다. 백련사에서는 덕유산 정상 향적봉으로 오르는 등산코스가 있다. 쉬엄쉬엄 4시간 남짓 걸린다. 무리가 된다면 반대 코스를 잡아도 된다.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향적봉을 거쳐 백련사 길로 하산하면 별 어려움 없이 덕유산의 웅장한 산세와 구천동 계곡미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 편으로 설천봉, 향적봉에 올라 초가을의 선선함을 맛본 뒤 다시 곤돌라를 타고 하산하는 것도 방법이다. 향적봉 정상에는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산다는 주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적상산
가을 단풍이 유명한 곳으로, 해발 860m 산정에 호수(적상호)가 있다. 수로를 통해 산 아래 호수로 물을 떨어뜨려 '낙차'를 이용한 양수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다. 산 위의 상부저수지는 마치 백두산 천지와도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가을날 파란 하늘과 조각구름을 담은 호수를 바라보며 주변 산책을 즐기는 것도 운치 있다. 인근에는 적상산성, 조선왕조실록과 왕의 족보인 선원록이 봉안된 적상사고, 사고를 방비하던 승려들이 머물던 안국사 등 유서 깊은 문화유적이 있다.
▶천렵 '금강지류 내도리'
청정수가 굽이치는 모래밭이 목가적 풍광을 자아낸다. 무주군 무주읍 내도리는 사방이 강물로 휘어 감긴 내륙속의 섬이라는 뜻이다. 금강 물줄기가 돌아나가는 곳이라 하여 금회(錦廻)라고도 불렀다. 부남에서 흘러와 무주군 무주읍 대차리를 돌고 나온 금강 물줄기는 앞섬 마을에 닿아 창암절벽과 부딪히며 크게 곡류하고 뒷섬 마을을 지나 하류로 흘러 나간다.
강변은 드넓은 백사장을 이루고 강 건너편, 병풍처럼 둘러싸인 기암이 절경이다. 맑은 물에서는 동자개, 마치, 피라미 등 어족이 풍부해 천렵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여행메모
◇가는 길=대전-통영고속도로~무주 IC~진안방면 좌회전 직진~삼거리(전주 가는 방향)에서 좌측방향~치목터널 지나 무주리조트 삼거리 직진~심곡리 삼공삼거리에서 우회전~무주구천동 주차장
◇미식거리=무주는 행정구역상 전라북도에 위치하고 있지만 그 지세는 강원도 오지 못지않다. 음식 또한 청정자연 환경을 곧잘 담아낸다. 덕유산과 금강 상류가 굽이치는 곳에서 나는 '웰빙푸드'를 접할 수 있다. 덕유산자락에서 채취하는 산나물이 좋다. 구천동 앞 상가에는 산채비빔밥, 정식 등을 내놓는 집이 많다. 또 무주읍과 내도리 방면으로 나오면 민물고기(동자개, 메자, 꺽지, 꾸구리)에 파, 깻잎, 쌀 등을 넣고 푹 끓여낸 '어죽', 도리뱅뱅이 등이 별미로 통한다.
◇숙박=무주에는 무주리조트(063-322-9000) 등 각종 크고 작은 숙박시설이 즐비하다. 무주리조트 곤돌라(왕복 1만 2000원)
덕유산 정상의 일출과 일몰을 감상하려거든 향적봉 대피소(063-322-1614)에서 하룻밤 묵는 게 좋다. 하지만 수용인원이 40명으로 사전예약이 필수다. 숙박비는 1인 7000원(성수기 8000원, 담요 대여료 2000원 별도), 컵라면 2500원, 햇반 3000원.
◆신비감 가득한 '진안'
섬진강의 발원지인 전북 진안군은 예로부터 자연의 신비가 깃든 곳이다. 진안 마이산이 대표적으로, 그 아래 절집에서는 겨울철 역고드름도 피어오른다. 뿐만 아니라 주변 돌탑은 비록 인위적 피조물이지만 신비감이 물씬 풍긴다. 특히 마이산의 일몰 실루엣은 사계절 어느 때 바라보아도 운치 있는 풍광을 담아낸다.
▶성수면 좌포리 풍혈냉천
진안 땅 자연의 신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여름에도 냉풍이 쏟아지는 풍혈이 있어 금세 무더위를 날려 보낼 수 있다. 전북 진안군 성수면 좌포리 양화마을 대두산자락의 풍혈(風穴) 과 냉천(冷泉)은 조선시대부터 널리 알려진 곳이다. 마을에서는 영상 3도의 서늘한 냉기와 얼음장 같은 차가운 물이 사철 콸콸 쏟아진다. 특히 냉천은 명의 허준 선생이 약 달이던 물로 소문나며 예로부터 위장병과 피부병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풍혈 옆 언덕 바위틈에서는 아예 하얀 김이 안개처럼 뿜어져 나온다. 차가운 바람이 따뜻한 대기와 만나 생긴 현상이다. 올여름처럼 더위가 기승을 부린 때에는 처서가 지나고 9월이 코앞인 이즈음에도 피서객들이 줄지어 찾고 있다. 바위틈 주변에 삼삼오오 몰려 더위는 물론 세월의 시름까지 씻는 것이다.
이곳 풍혈 중 냉풍량이 가장 많은 동굴집은 완전히 냉장고속처럼 서늘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찬 기운이 온 몸에 전해진다. 암벽 틈새의 세찬 바람은 촛불도 꺾어 놓을 기세다.
풍혈 지척에는 냉천이 있다. 바위틈에서 흘러내리는 섭씨 3도의 석간수다. 냉천에서는 발을 담그고 20초 이상 견디기 힘들만큼 차갑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겨울철 차가운 공기가 돌밭 밑 부분으로 들어가 돌의 열을 빼앗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돌밭이 차가워지고, 이후 여름철 돌 안쪽의 냉각된 기운이 밑으로 빠져 나오는 '자연대류설'로 설명한다.
▶운일암-반일암 계곡
산과 골이 깊은 진안에는 명품계곡도 자리하고 있다. 주천면 대불리, 주양리를 흐르는 운일암반일암이 그곳이다. 계곡은 운장산 동북쪽 명덕봉 골짜기로부터 흘러내리는데, 집 채 만 한 바위들이 저마다의 독특한 모양과 전설을 간직한 채 물길에 널려있다.
골짜기가 하도 깊어 반나절 동안 밖에 해를 볼 수 없거나 구름에 가린 해밖에 볼 수 없다고 해서 '운일암(雲日巖)반일암(半日巖)'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바위들이 줄지어 있는 운일교와 반일교 주변이 계곡의 백미다.
▶시원한 호반 드라이브 '진안 용담댐'
전북도민의 젓줄격인 용담호는 전북 진안군 금강 상류에 용담댐을 건설하며 생겨난 인공호수다. 늦여름 용담호는 시원한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진안읍 운산리 삼거리가 드라이브의 출발점. 정천면 소재지를 지나 용담댐~13번 국도~안천면소재지~30번 국도~불노치터널~월포대교로 이어지는 호반 길을 따라 상큼한 드라이브코스가 펼쳐진다.
호반 곳곳에 마련된 전망대에 오르면 시원스럽게 펼쳐진 호수와 산세를 조망할 수 있다. 정천면 모정리 망향의 광장을 시작으로, 용담-상전-안천 전망대 등의 전망대가 있다. 안천면 소재지에서 30번 국도로 진입하면 불로치(불노티)터널을 만난다. 이른바 '코큰이 고개'로도 불리는 곳으로 6ㆍ25 때 미군 장교(딘 소장)가 포로로 잡힌 곳이라는 데서 유래했다.
호수 주변에는 산줄기를 갈라 물길을 내며 섬이 된 죽도와 죽도폭포 등 절경을 갖추고 있다.
용담호는 늦가을~초겨울 이른 아침이면 물에 잠겨 섬이 되고 반도를 이루는 물굽이 사이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멋진 풍광을 자아낸다.
▶여행메모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대진고속도로 무주 IC~30번 국도 타고 20여 분 달리면, 용담호. 25분쯤 더 가면 진안읍.
◇미식거리=용담호에서 잡은 붕어, 쏘가리, 메기 등으로 찜과 매운탕을 내는 집들이 있다. 시래기를 넣고 매콤하게 끓여낸 붕어찜이 별미다. 이밖에 진안은 고랭지에서 자란 흑돼지도 유명하다.
◇숙박=마이산 인근 군청에서 운영하는 홍삼스파에서 스파를 즐기고 묵을 수 있다.
◆고랭지 사과와 한우가 '무진장' 맛있는 '장수'
'무진장' 지역 중 여행지로 덜 알려진 곳이 바로 장수다. 하지만 곳곳에 깊은 계곡과 문화유산 등이 산재해 느릿한 여정을 즐기기에 알맞다. 특히 사과와 한우의 고장으로 9월초(6~8일)에는 축제도 벌인다.
▶방화동계곡
장수군 번암면 사암리 소재 방화동계곡은 가족피서지로 유명하다. 특히 요즘 인기를 끄는 오토캠핑의 명소로, 장안산 아래 울창한 숲과 완만하게 'S'자를 그리며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오토 캠핑 전용 야영장이 들어서 있다. 휴양촌 위쪽으로는 장안산에서 흘러내린 덕산계곡이 울창한 원시림과 기암괴석을 품고, 가족휴양촌과 함께 자리한 자연휴양림에는 산림문화휴양관, 산막 형태의 숲 속의 집 등이 있어 쉬어갈 수 있다.
특히 널찍한 나무 평상이 그늘 아래 잘 마련돼 있어 청정자연 속에 여유로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장수 승마장 & 논개 생가
장수군이 승마특구로 지정돼 들어선 '장수승마장'이 지역 명물로 통한다. 승마장에서는 승마도 배울 수 있다. 장계면 대곡리 주촌마을은 임진왜란 때 왜적을 껴안고 진주 남강에 투신한 논개 생가가 있다. 돌널 지붕집이 오밀조밀 자리해 산촌마을의 이색적인 풍광을 엿볼 수 있다.
대성전이 조선 태종대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장수향교(대성전·보물 272호), 번암면 노단리 장재영 가옥, 오산리 오메마을 권희문 가옥 등의 고택도 볼만하다.
▶제7회 장수한우랑사과랑 축제
장수는 사과와 한우가 유명하다. 고랭지에서 재배하고 자란 덕분이다. 따라서 한우 맛은 횡성, 태백, 영주의 것 못지않고, 사과 또한 당도 높은 명품이다. 장수에서는 해마다 고장의 명품특산물축제인 '장수한우랑사과랑 축제'를 벌이고 있다. 올해로 일곱 번째. 천고마비의 계절을 여는 레드푸드의 향연이 펼쳐지는 것이다. '한우로 전하는 사랑! 사과로 건네는 향기!' 라는 슬로건 아래 오는 9월 6~8일 장수군 의암공원 일원에서 펼쳐진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전국 최초로 열리는 '한우곤포 나르기 대회'. 10명이 한 팀을 이뤄 총 20팀이 참가하는 한우곤포(먹이) 나르기 대회는 300∼350kg 곤포를 25m 반환점을 돌아 먼저 운반하는 팀이 이기는 경기다. 이밖에도 한우시식행사, 장수사과따기 체험, 한우목장체험, 로데오체험, 물고기잡기체험, 수상자전거체험, 사과떡메치기 체험, 황금사과를 찾아라 등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또 장수의 농산물을 직접 화로에 구워먹을 수 있는 와일드푸드와 또 하나의 레드푸드인 오미자 족욕체험도 인기 프로그램이다.
장재영 군수는 "올해는 더욱 짜임새 있는 축제 프로그램으로 축제의 만족도를 한층 높여나갈 것"이라며 "초가을을 여는 풍성한 가을축제장을 찾아 장수군의 참 맛과 매력을 느껴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여행메모
◇가는 길=경부고속도로 대전 비룡분기점~대전·통영고속도로 덕유산 IC~19번 국도~장수읍
◇미식거리=장수에는 군청 앞 '장수한우명품관' 등 질좋은 한우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있다.
◇숙박 = 방화동가족휴가촌 오토캠핑장은 당일 선착순이다. 텐트 50동. 데크 1일 대여 1만 5000원.